‘프로게이머도 억대 연봉 시대’.
이제 억대 연봉은 비단 축구나 야구 등 전통 스포츠 선수들에게 국한된 얘기가 아니다.
최근 대기업들이 스타프로게이머들에게 1억∼2억원에 상당하는 연봉을 제시, 이들과 전속스폰서십을 맺거나 자사구단에 영입하면서 e스포츠계에도 억대 연봉자가 탄생했다. 프로게이머들이 억대 연봉을 받고 활동하는 일은 세계적으로도 드문 기록적인 사례다.
억대 연봉시대의 첫테이프를 끊은 선수는 역시 스타크래프의 황제 임요환 선수(23)다. 임요환은 지난달 28일 동양제과와 스폰서십 전속계약을 체결해 언론의 집중적인 관심을 받았다. 이번 스폰서십 계약 체결로 임 선수가 동양제과로부터 받는 금액은 연봉 1억원 외에도 각종 운영비, 대회상금 등 총 2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임요환은 지난달 열린 전세계 게임올림픽 제2회 WCG(World Cyber Games) 스타크래프트 부문에서 우승을 차지할 정도로 자타가 공인하는 실력에다 호감가는 외모까지 갖춰 대기업 영입 1순위 후보로 오르내렸다.
임요환보다 두살 어린 폭풍저그 홍진호 선수(21)도 11일 KTF와 연봉 7000만원에 기타보너스 3000만원 등을 조건으로 하는 KTF 매직엔스 선수 입단계약을 체결해 1억원 연봉자 리스트에 올랐다. 프로게이머들 사이에 가장 어려운 상대자로 꼽힐 정도로 악바리 근성을 갖춘 홍진호는 각 대회 영원한 우승후보로 많은 팬을 갖고 있다.
KTF는 연봉과 국내외 대회 상금이외에도 대회 우승시 우승 보너스도 별도로 지급할 예정이어서 홍진호의 실제 연봉은 1억원을 상회할 것으로 보인다. KTF는 홍진호 선수뿐만 아니라 겜비씨 스타리그 연속 2회 우승으로 잠재력을 인정받은 이윤열 선수와도 7000만원 연봉계약을 체결하는 등 프로게이머들에게 최고의 대우를 아끼지 않고 있다.
이번 프로게이머들의 억대 연봉계약 성사로 올해 초 게임구단들이 축소운영되면서 맞이했던 e스포츠계의 위기의식도 한순간에 털어버렸다. 무엇보다도 이번 계약을 계기로 ‘마냥 게임이 좋아서’ 직업으로 택했다는 프로게이머가 한때의 조류가 아닌 명실상부한 직업으로서 자리잡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프로게이머들과 1억원대의 연봉계약을 맺은 동양제과, KTF 등 대기업들도 그동안 쌓은 마케팅 노하우를 적극 활용, e스포츠 마케팅이라는 새로운 지평을 열어 나가겠다는 각오여서 향후 행보가 주목되고 있다.
<류현정기자 dreamshot@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