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쇼핑이 세계 유통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다.
생성초기에는 ‘무점포 유통’이라는 새로운 판매방식으로 기존 오프라인의 틈새시장 정도로 여겨졌던 홈쇼핑은 이제 백화점·할인점 등 대형 유통업종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새로운 유통채널로 자리잡았다.
TV를 활용한 ‘안방쇼핑’이라는 편리함과 시각적 효과를 특성으로 앞세운 홈쇼핑은 국내는 물론, 세계 유통시장에서 유통업계와 일반소비자들로부터 가장 주목받는 업종이 됐다.
홈쇼핑의 출발은 미국이다. 그러나 성장속도와 이를 뒷받침하는 각종 홈쇼핑 인프라에서 빠르게 변화발전하는 국내 홈쇼핑업체에 세계의 이목이 집중돼 있다. 세계 유통시장은 미국과 유럽을 비롯한 선진국 내수시장을 기반으로 해 커온 대형 유통업체들에 의해 좌지우지되고 있지만 홈쇼핑시장 만큼은 국내 홈쇼핑업체의 세계 최강 등극도 멀지만은 않다.
현재 세계 최강의 홈쇼핑업체는 매출기준으로 볼 때 미국의 QVC다. 국내 최강은 LG홈쇼핑으로 매출기준으로 보면 세계 랭킹 3위로 성장했다.
◇세계 최강을 위한 도전
홈쇼핑 세계 최강을 목표로 세운 LG홈쇼핑의 도전과 QVC의 수성을 위한 대결은 이미 시작됐다.
QVC(Quality, Value & Convenience)는 지난 80년대 초 통신판매를 시작으로 86년 2000만달러를 들여 설립된 QYC가 모체다. 20개주의 58개 방송국을 통해 760만가구를 대상으로 방송 네트워크를 구성, 처음으로 TV홈쇼핑 방송을 시작했다.
QVC는 사명 자체에 품질·가치·편리함이라는 간단명료한 키워드를 내걸고 출발, 후발업체로서 당시 미국내 선발업체였던 HSN을 제치고 가장 성공적인 TV홈쇼핑 회사로 성장했다. 지난해 연매출 4조8000억원, 올해는 5조3000억원에 육박하는 매출을 달성할 것으로 전망되며 홈쇼핑의 대명사로서 전세계의 신생 TV홈쇼핑 업체들은 여전히 QVC의 발전사례를 벤치마킹하고 있다.
국내 TV홈쇼핑 업계의 대표주자 LG홈쇼핑은 사업개시 6년만인 지난해 연매출 1조원을 넘어섰고 일약 홈쇼핑업계 세계 3위의 거대기업으로 도약했다. 올해는 1조9000억원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예상되며 이 수치는 국내 1위, 아시아 1위, 세계 3위다.
LG홈쇼핑은 이미 성장률에서 연평균 80∼90%를 보이면서 세계 1, 2위인 미국 QVC와 HSN의 10%대 성장률을 저만치 제친 바 있다. 종업원 1인당 매출도 2001년 기준으로 약 8억원. QVC의 1인당매출의 1.5배에 이른다.
◇QVC와 LG홈쇼핑의 경쟁력 비교
QVC와 LG홈쇼핑 모두 철저한 고객관리를 중심에 두고 상품개발, 배송기술, 방송노하우 등에서 선발업체다운 새로운 방식을 도입해 나가고 있다.
‘품질(Quality), 가치(Value), 편의성(Convenience)’이라는 고객 중심적 3대 원칙이 곧 회사이름인 QVC의 가장 큰 경쟁력은 실시간 재고관리, 효율적 판매관리, 주문관리, 고객별 이익분석, 방송관리 등으로 대표되는 IT를 바탕에 둔 첨단 관리시스템이다.
특히 품질보증, 30일내 반품 및 환급 보장, 고객정보 기밀 유지, 풍부한 제품정보 소개, 48시간 이내 배송(90%) 등 고객관계관리(CRM)는 하버드 경영대학의 QVC사례연구(case study) 과정에서도 입증된 바 있다. 고객에 철저히 헌신하는 기업문화가 QVC의 세계 1위의 밑바탕이었음이 나타난 것이다.
매주 300개 이상의 새로운 상품을 소개하고 MS·소니 등 세계적 우수업체와 지속적인 협력관계를 통한 상품소싱파워도 경쟁력을 확보하게 된 주요인으로 꼽힌다.
LG홈쇼핑이 내세우는 최고의 경쟁력은 세계 최고의 홈쇼핑 방송제작 기법이다. 단순한 상품 소개 및 작동법에 대한 설명을 넘어 상품의 시연방법을 다각도로 연구한 후 버라이어티쇼 형식으로 진행, 보는 이로 하여금 흥미를 자아낸다. 또 다방면의 상품전문가, 다수의 모델, 주부 방청객 등 프로그램당 10∼20명 이상을 출연시키고 컴퓨터그래픽 사용, 상품제조업체 탐방 등 다채로운 진행노력 역시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되고 있다.
고객중심 경영을 위해 배송비는 물론 반품 수거비 무료, 30일내 반품 보장 등을 실시하고 반품 수거전에 상품대금을 먼저 고객계좌에 입금시키는 ‘선환불제’ 등 파격적인 서비스는 국내 홈쇼핑시장을 초고속으로 확대시킨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컴퓨터·냉장고 등 고가제품과 일류 디자이너의 브랜드 영입 등은 중저가 생활용품 및 패션잡화가 주류인 QVC와 차별화된 모습. 출발 초기 IMF를 겪으면서 중저가 중심의 상품 판매에서 최근에는 판매대상을 중상류층으로 확대, 이들을 대상으로 고가품과 명품을 적극 판촉하며 매출규모를 확대하고 있다.
인터넷쇼핑몰의 성공적인 사례는 홈쇼핑의 나아갈 방향을 잘 보여준다. QVC의 인터넷쇼핑몰 iQVC는 지난 2000년 12월 한달동안 230만명이 방문, 미국내 최고의 월 방문자수를 달성한 기록을 갖고 있다. LG홈쇼핑의 인터넷쇼핑몰 LG이숍은 현재 4000여개의 상품을 VOD 동영상으로 소개하고 있다. TV생방송을 24시간 인터넷쇼핑몰에서 볼 수 있고 방송중인 상품을 인터넷에서 즉시 구매할 수 있는 시스템도 갖췄다.
올들어 미국의 몇몇 홈쇼핑사가 동영상 서비스를 시작한 것에서 알 수 있듯 인터넷과 방송을 연계한 LG홈쇼핑의 경쟁력은 매출증대 가능성은 물론 발전 가능성에서도 빛을 발하고 있다.
◇최강의 기반, 세계화
LG홈쇼핑의 QVC에 대한 도전은 자국시장을 벗어나 세계 홈쇼핑시장에서의 경쟁에서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
세계 홈쇼핑시장에서는 일단 QVC가 선발자의 이점을 내세워 앞서나가고 있다. 이미 독일·영국에 이어 일본에도 진출, 미쓰이와 합작해 QVC-J를 설립했고 독일에서는 확장정책을 계속해 오프라인 소매점까지 열었으며 콜센터도 2개나 개설했다. 선진국 외에도 동유럽과 브라질·멕시코 등에 투자 형태로 진출했으며 최근에는 아시아, 특히 동아시아시장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LG홈쇼핑은 올해부터 세계시장 공략에 적극 나서기 시작했다. 지난해 미국과 이탈리아에 지사를 설립해 해외상품 소싱에 나서는 한편, 우리와 정서가 비슷한 중국 및 동남아권 홈쇼핑시장 진출을 적극적으로 추진중이다.
이와 관련, 지난 7월 중국 베이징TV와 ‘중국내 성공적 홈쇼핑사업 전개를 위해 공동 투자, 협력’을 주요내용으로 하는 양해각서를 교환, 상하이와 광저우 등 중국 주요지역에 대한 사업진출을 현실화할 수 있게 됐으며 이를 기점으로 동남아시장으로 확대한다는 전략이다.
월마트와 카르푸 등 대형 오프라인 유통업체가 세계 각국에서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처럼 홈쇼핑 시장도 선발업체의 해외진출을 통한 다국적 기업화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LG홈쇼핑은 대만 등 동남아 국가의 홈쇼핑업체는 물론, 홈쇼핑 선진국 업체까지 한국을 방문해 가전 중심의 방송편성 전략 및 프레젠테이션 자료, 스튜디오 운영 노하우 등을 배워가고 있는 점을 들어 해외시장 경쟁에 상당한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유통 전문가들은 성장기반인 내수시장 규모와 인지도 등에서 후발업체의 약점을 극복하고, IT를 기반으로 한 독창적인 첨단 유통노하우를 선보이고 있는 LG홈쇼핑이 한국 유통기업으로는 사상 처음으로 세계시장에서 최강의 자리에 오르는 것은 ‘가능성의 문제가 아니라 단지 시간의 문제’로 보고 있다.
<임동식기자 dsl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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