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반업계, 인핸스트CD로 돌파구

 인터넷 파일교환(P2P) 서비스에 밀려 벼랑끝까지 쫓긴 음반업계에 ‘구세주’가 등장했다.

 인터넷 업계 관계자들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P2P 기술을 이용한 MP3 등 음악파일 전송으로 음반판매량이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는 가운데 인핸스트CD(Enhanced CD)가 음반시장 침체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인핸스트CD는 단순히 음악만을 싣는 기존 CD와 달리 다양한 형태의 데이터 파일을 담을 수 있는 매체. CDP 등 AV기기에서만 음악을 들을 수 있는 데서 벗어나 PC 등 각종 디지털 기기를 활용해 음악은 물론 문자·동영상 등을 다양하게 즐길 수 있도록 했다.

 특히 인터넷 접속기능이 있어 신세대 소비자들에게 강하게 어필하고 있다. 아티스트의 사이트에 접속한 후 사이버 콘서트를 즐길 수도 있으며 일부 제품은 온라인 채팅 소프트웨어도 포함시켰다.

 인터넷 접속기능은 소비자들뿐 아니라 음반업체들과 아티스트들에게도 상당한 도움이 된다. 팬들과 지속적인 교감을 할 수 있는 것은 물론 피드백을 통해 소비자들의 음악 선호도를 파악할 수 있고 심지어 제품의 판매위치까지 알 수 있어 마케팅에 활용할 수도 있다.

 한마디로 말해 인핸스트CD는 디지털시대 소비자들을 겨냥, 단순히 불법복제를 막는데서 한발 더 나아가 음반업체들이 적극적인 방식으로 대응할 수 있는 수단으로 각광받고 있는 것이다.

 음반업체들도 앞다퉈 인핸스트CD를 내놓고 있다. 올 하반기에만 해도 산타나·본 조비·토리 아모스·제니퍼 로페스 등의 음반이 인핸스트CD로 출시됐다. BMG산하 아리스타레코드의 조던 캐츠 판매담당 부사장은 “많은 아티스트들이 인핸스트CD를 선호하고 있다”면서 그 이유를 “인핸스트CD가 단순히 불법복제 경쟁용만 아니라 아티스트들의 재능을 표출할 수 있는 수단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펑크록 밴드인 ‘섬포티원(Sum41)’은 인핸스트CD를 잘 활용한 그룹으로 꼽힌다. 이 그룹은 인핸스트CD를 통해 음악 외의 다양한 이점을 제공함으로써 팬들을 흡인하고 있다. 버추얼콘서트티켓도 그 가운데 하나. 섬포티원의 인핸스트CD를 구매한 소비자들은 인터넷을 통해 섬포티원의 사이트에 접속한 후 암호를 집어넣어 사이버 콘서트를 즐길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인핸스트CD에 대한 반응이 열광적이지는 않다. 특히 홍보가 덜 돼 기능이용도가 떨어지는 게 인핸스트CD의 가장 큰 한계점으로 꼽히고 있다. 업계에서는 제품 구매자의 5∼10%만 인핸스트CD의 특수기능을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인 레이먼드제임스의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온라인 접속기능을 충분히 모른다”고 말했다.

 또 하나, 비용문제도 인핸스트CD 제작과 보급의 장애물이 되고 있다. 음반업체들은 인핸스트CD를 제작하기 위해서는 많은 비용이 들어간다고 주장한다. 온라인 접속기능은 물론 콘서트 티켓 등이 포함되는데 동일한 가격으로 만들어 판매하기는 불가능하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음악전문잡지 빌보드에 따르면 음악을 즐기는 팬일수록 인핸스트CD를 선호한다는 조사가 나왔다. 5000명의 웹서퍼 가운데 60%가 인핸스트CD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지난 90년대 초 첫선을 보인 이후 10년 동안을 그늘에 있던 인핸스트CD가 침체에 빠진 음반업계에 ‘구원투수’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관련 업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허의원기자 ewh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