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관세사회 박광수 상근 부회장

 지난 76년 설립 이래 한국관세사회가 요즘처럼 세간의 주목을 받은 적은 일찍이 없었다. ‘관세청 통관EDI 접속사업권자의 재선정’ ‘통관EDI 요금인하’ 등 관세사들의 최대 현안을 두고 이전과는 확연히 다른 면모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전국적으로 800여개나 되는 관세사법인의 의견을 하나로 모으는 것은 그리 쉽지 않은 일. 박광수 상근 부회장(59)이 이 일을 도맡아 처리하고 있는 주인공이다.

 6척 장신의 박 부회장은 아침부터 울려대는 전화붙잡기로 업무를 시작한다. 각 지방 관세사회 지부의 문의에 일일이 답하고 수시로 이들을 불러모아 회의도 한다. 10년간 지속되던 단일 VAN 체제의 통관망이 바뀐 만큼 최대 고객인 관세사들의 요구는 적지 않다. 그는 이 모든 일을 손수 챙긴다.

 “나이들어 너무 의욕적으로 일하는 것이 혹시나 직원들을 힘들게 하지는 않나 라는 생각을 가끔 합니다. 그러나 막상 관세사회에 와보니 할 일이 많아요. 정책을 입안하던 관세청 시절과는 많이 다릅니다.”

 지난 71년 제10회 행정고시에 합격한 박 부회장은 이후 30년간 관세청 외길을 걸어왔다. 광주세관장, 인천세관장, 부산세관장, 정보관리관 등 굶직한 직책에서 국가 관세행정을 다뤘다. 지난해 한국관세사회로 자리를 옮기자마자 우선적으로 한 일은 관세사들의 애로사항 수렴이었다. 이어 급변하는 관세환경에 맞는 관세사들의 역할, 세계적인 통관시장 개방 추세에 따른 국내 관세사들의 입장정리, 사용자 환경에 편의를 맞춘 통관망 개선 등 관세사 권익보호에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했다.

 “부임한 뒤 그동안 조용하던 관세사들이 껄끄러운 소리를 하고 있다는 지적을 친정(관세청)으로부터 듣습니다. 그러나 관세청이 관세사들을 비즈니스 파트너로 보고 있는 이상 요구할 것은 해야한다는 생각입니다.”

 그가 부임한 이후 관세사회가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제각각 이해관계에 따라 갈라졌던 관세사들이 하나의 단결된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것. 통관사업자인 한국무역정보통신을 상대로 통관료 인하, 관세사회로의 메일박스 소유권 이전 등을 요구한 것이 그 대표적 사례다.

 “국내 수출입 행정의 98%를 관세사들이 대행합니다. 이는 관세사가 관세행정의 수혜자가 돼야 하는 이유입니다. 통관망 개선, 요금 인하 등의 요구도 같은 맥락입니다.”

 그의 관심사는 통관망 개선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WTO 뉴라운드 도하개발아젠다(DDA)’에 따라 오는 2005년 이후 개방되는 국내 통관 및 관세시장에 대한 법률적 검토와 우리나라의 요구사항도 기획하는 열의를 보이고 있다.

 내년 3월로 임기 만료를 맞는 그에게 모든 관세사법인들은 ’연임’을 얘기한다. 실질적인 수장으로서 관세사들의 질적 도약을 이끌어달라는 기대에서다.

  <명승욱기자 swmay@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