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2002년 SI시장

◆오해진 한국CIO포럼회장 

 최근 조사에 따르면 올 한해 SI시장 규모가 10조원에 이른다고 한다. 전반적으로 시장상황이 어려웠음에도 불구하고 작년의 7조원에 비하면 올해에도 SI시장은 고속성장을 해 온 것이다. 양적인 성장뿐만 아니라 질적인 면에서도 많은 향상이 이루어졌다. 작년까지만 해도 CMM 레벨2가 전부였던 SI업계가 CMM 레벨 4, 5 수준까지 성장했으며 SI학회가 설립되어 SI의 학문적인 연구도 더욱 강화되었다.

 해외시장 진출 측면에서도 일정 이상의 성과를 거두었다고 말할 수 있다. 해외 진출 초기인 만큼 지역적인 한계를 넘지는 못했지만 동남아, 중국을 중심으로 SI 프로젝트의 수주, 현지법인의 설립 등이 이어져 기반은 어느 정도 마련했다고 볼 수 있다.

 정부에서도 SI산업을 10대 수출전략 산업의 하나로 선정하고 SI산업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으며 소프트웨어진흥원을 비롯한 유관기관을 통해 해외고객 초청행사를 지원하는 등 SI산업 진흥을 위한 노력들이 이어졌다.

 이런 측면에서 2002년은 SI산업이 한단계 업그레이드하는 중요한 한해였던 것으로 생각된다. 하지만 아직도 개선해야 할 점이 적지않다.

 우선, 가장 버려야 할 것은 덤핑의 관행이다. 올해 SI프로젝트의 평균 수주금액은 발주처가 제시한 가격의 52%라는 통계가 나왔다. 기술 평가에서는 최저의 점수를 받고도 입찰기준 가격의 50% 이하로 제안하거나 심지어는 10원이라는 어이없는 가격으로 사업을 수주하는 덤핑의 관행을 벗지 못하는 기업들도 있다.

 이런 결과에 대해서 SI업체는 정부나 경쟁업체를 비난하고, 정부는 SI업체를 탓하고, 하청업체들도 SI업체를 원망하는 등 남의 탓으로 돌려왔다. 이제는 스스로를 돌아볼 시기다. 우리 모두 스스로에 대한 자성을 바탕으로 먼저 실천하려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정부나 SI기업 모두가 진심으로 노력한다면 잘못된 관행은 반드시 바로잡을 수 있을 것이다.

 두번째로 SI기업들 사이의 무분별한 경쟁은 버리고 개별기업의 핵심역량을 살리는 노력이 필요하다. 현재 종합 SI서비스를 표방하는 기업들은 수도 없이 많지만 금융, 제조, 유통 등 산업별 전문분야나 기술별 전문 SI업체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대부분의 업체들이 구조조정의 위기를 느끼면서도 자신만의 핵심역량을 개발하기 위한 노력을 하지 못하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우리보다 훨씬 큰 시장을 가진 미국의 경우에도 종합 SI업체는 IBM, EDS, CSC 3곳에 불과하다. 나머지 기업들은 산업이나 기술에 따라 전문 SI업체로 거듭나거나 경쟁에서 뒤져 도태되었다. 분야별로 1, 2등 이외에는 살아남을 수 없다는 잭 웰치의 말은 우리의 상황에도 그대로 적용될 것이다. 중소 SI기업들은 가장 자신있는 핵심역량을 개발하고 이를 최고의 수준으로 성장시켜야 생존이 가능하다. 대형업체의 경우에도 패키지솔루션이나 하드웨어 재판매 등의 저부가가치 산업에서 벗어나 컨설팅, 토털 아웃소싱 등 고부가가치를 생산하는 산업으로 자신을 변화시켜야 한다.

 마지막으로는 좁은 시각을 버리고 보다 넓은 시각을 가져야 한다. 그룹사들의 전산실을 통합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SI기업은 20년 전의 모델이다. 이제 SI기업은 고객의 산업을 이해하는 것은 기본이며 고객사업이 성공할 수 있도록 리드하는 역할까지 담당해야 한다.

 2002년을 보내며 과거의 구태를 모두 버리고 2003년 새로운 모습으로 재탄생해 SI산업이 IT산업의 맏형으로서 제 역할을 할 수 있게 되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