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카드]칩·카드·단말기업계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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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온전한 IC카드가 탄생하려면 웨이퍼에서 칩·카드 제조, 소프트웨어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손길을 거친다. 카드만이 아니다. 실생활에 쓰이려면 IC카드를 처리할 단말기도 필요하다. 그만큼 다양한 원천기술과 사업자들의 역할이 요구되는 분야인 셈이다. 최근 들어 칩·카드·단말기 분야에서 기술력이 눈에 띄게 향상되고 있는 국내외 주요 사업자들을 소개한다.

  

 ◇사이버넷=지난 11월 파리에서 열린 세계적인 IC카드 전시회 ‘카르테2002’에서 눈길을 끈 국내 업체가 있다. 세계유수의 비자인터내셔널과 필립스의 초청을 받아 카드단말기를 출품한 사이버넷(대표 이종후 http://www.cybernet.co.kr)이 그 주인공이다.

 사이버넷은 지난 98년 설립된 이래 카드단말기 전문업체로는 드물게 지난해 4월 국내에서 두 번째로 차세대 스마트카드 기반 금융서비스 표준규격(EMV) 인증을 획득했다. 비자·마스타 등의 하드웨어·소프트웨어 전반에 걸친 까다로운 기술심사를 통과했다. 이어 올 3월에는 싱가포르 네츠사로부터 전자화폐인 비자캐시 인증도 얻어냈다. 이 같은 기술성과를 바탕으로 최근에는 비자인터내셔널이 선정한 차세대 EMV 단말기공급업체로 선정되는 개가를 올렸다. 비자가 향후 전세계 회원사를 대상으로 보급형 단말기를 공급키로 하고 사이버넷을 포함해 단 2개의 공급사를 선정한 것이다.

 현재 사이버넷은 국내 단말기시장의 약 40%를 점유하고 있다. 최근에는 독자개발한 EMV 단말기를 이란의 말레은행과 러시아의 무니치팔은행에 공급하기 시작했다. 이는 사이버넷이 출범 초기부터 해외 시장을 겨냥, 세계적 기준에 걸맞은 제품을 꾸준히 개발해온 결과다. 이에 따라 사이버넷은 비자와 공동으로 비접촉식(RF) IC카드 기반의 EMV 단말기도 개발 중이다. 비자가 차세대 표준규격으로 내놓을 비접촉식 EMV사업에 국내 벤처기업이 당당하게 참여하게 된 것이다.

 사이버넷은 기존 접촉식 IC카드 기반 전자화폐와 EMV는 물론 RF 기능까지 한데 수용하는 단말기를 앞서 개발함으로써 국내외 IC카드 단말기시장의 선도적인 업체로 자리매김한다는 포부다.

 ◇AMS=AMS(대표 문영갑 http://www.ams.co.kr)는 비접촉식 교통카드를 포함해 올해에만 560여만장의 IC카드를 공급함으로써 KBC 및 KDN스마텍과 더불어 3대 메이커로 급부상했다.

 흔히 카드제조업이라고 하면 전통적인 ‘인쇄’업종으로 치부되는 경향이 없지 않지만 열과 압력에 민감한 칩카드의 속성을 고려하면 결코 쉬운 기술은 아니다. 특히 AMS는 불과 1, 2년 새 주요 IC카드 제조업체로 부상할 만큼 빠른 성장을 기록 중이다.

 AMS는 내년에 IC카드시장에서 확고한 지위를 차지하기 위해 현재 제조업 중심의 사업구조를 고도화할 계획이다. 현재의 제조·발급장비사업을 기반으로 개방형 칩카드에 각종 애플리케이션을 수용하는 이른바 솔루션 공급업체로 탈바꿈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관계사인 우연미디아의 발급사업을 본격화하고 제조공정 효율화 및 고부가 제품 개발로 수익성을 크게 향상시키기로 했다. 또 생산성 제고를 위해 IC카드 관련 연구개발(R&D) 투자를 강화하고, 공장증설 등 설비투자를 단행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제조원가 부담을 최소화하는 한편 불량률을 억제해 비용 요인을 크게 축소할 예정이다.

 또한 내년의 불확실한 경기여건을 감안해 최근 사내 구조조정을 단행, 카드발급장비 판매부문인 기술영업부서를 독립채산제로 전환했다. 제조·발급·솔루션 등 부문별 성과주의 경영의 첫 단추를 끼운 셈이다. AMS는 올해와 마찬가지로 역시 내년에도 최대의 수요가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교통카드시장과 휴대폰 내장형 칩카드시장을 중점적으로 공략한다는 구상이다.

 이를 통해 올해 180억여원으로 추산되는 IC카드부문의 매출을 내년에는 2배 이상인 370억여원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슈럼버제세마=슐럼버제세마(http://www.slb.com/Hub/Docs/SchlumbergerSema)는 세계적인 유전탐사·설비업체인 슐럼버제의 IT 계열사다. 시스템통합(SI)에서 산업용 계측장비·금융 솔루션 등 다양한 사업 분야를 영위하고 있지만, 특히 IC카드시장에서는 세계적인 공급업체로 유명하다. 최근에는 유럽 GSM 환경의 보안응용모듈(SIM)카드를 비롯해 금융·공공 등 각 분야에서 젬플러스를 제치고 선두급 카드솔루션업체로 급부상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이미 지난 99년부터 삼성전자 비메모리 반도체사업부와 긴밀한 협력관계를 맺고 IC카드사업에서 공조체제를 취해왔다.

 이 회사의 IC카드 관련 제품군은 카드에서 응용소프트웨어·단말기·시스템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다. 대부분의 솔루션은 한국과 호주 연구소에서 개발되고 있으며 경기도 성남의 공장에서 자체 생산해 전세계로 수출하기도 한다. 국내에서는 EMV 카드단말기가 가장 많이 보급된 LG칼텍스정유에도 슐럼버제세마가 납품했다.

 내년에는 세계 IC카드의 절반 이상이 자바오픈플랫폼(JOP) 등 개방형 솔루션이 차지할 것으로 보고 멀티애플리케이션 카드용 소프트웨어를 결합한 신제품군을 대거 출시할 예정이다. 슐럼버제세마는 특히 통신·금융·공공 시장을 유망하게 진단하고, 개방형 플랫폼에 걸맞은 맞춤형 IC를 각각 선보일 계획이다.

 통신용으로는 SIM카드에 자바 플랫폼을 구현한 제품이 특색이고, 금융분야에서는 신용·직불·로열티·티케팅 애플리케이션을 개방형 플랫폼에 탑재한 ‘팔메라’ 카드가 주력이다. 또한 ID카드나 정보보호에 주로 활용되는 ‘이게이트’ 카드는 이른바 전자정부 구현용이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

◆스마트카드칩 기술동향

 PC와 맞먹는 고성능 스마트카드시대가 활짝 열리고 있다.

 스마마트카드에는 다양한 개인 정보를 담아 전자기기 구동, 금융 결제, 인터넷 연결 등을 신속하게 처리할 수 있는 고속 중앙처리장치(CPU)와 다량의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는 대용량 메모리가 내장돼 있다. CPU는 8비트급에서 32비트급으로 향상돼 데이터 처리 속도가 대폭 개선됐고 메모리는 현재 주력인 16 , 32 에서 수십 배가 증가한 512 급 이상의 메모리를 탑재한 제품도 곧 시중에 선보일 예정이다.

 전자화폐 및 교통카드·신용카드 등이 복합된 다기능 카드에 맞춰 접촉식·비접촉식 등 다종의 규격을 통합지원하는 칩이 보편화돼 있고 모바일 결제, 인터넷 연결 등이 가능하도록 자바 운용체계(OS) 및 범용시리얼버스(USB) 인터페이스 지원 기능도 갖춰 나가고 있다.

 이처럼 보다 편리하고 고성능의 스마트카드칩이 보편화되면 스마트카드의 대중화는 물론 응용분야도 기존 금융·통신·보안·교통 등에서 자동차·인터넷 액세스·유료TV 등으로 넓혀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최근 개발되고 있는 스마트카드칩들은 고속·대용량·저전력·보안기능 강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기존 스마트카드에 내장된 메모리는 전원이 꺼져도 데이터를 보존할 수 있는 비휘발성 메모리(EEPROM)였으나 용량을 늘리는 데 한계가 있고 높은 전압을 요구하기 때문에 문제점으로 지적돼왔다.

 이 때문에 최근에는 전력효율을 대폭 개선한 강유전체(F) 램과 대용량이 가능한 플래시메모리 기술을 접목시키는 추세다.

 또한 0.35∼0.25μ급이 주력이던 반도체 설계 및 제조기술이 0.13μ, 나노미터급으로 미세화되면서 보다 작고, 전력효율이 좋은 칩 개발이 가능해졌다.

 여기에 보안기능을 장착한 스마트카드칩 전용CPU인 ARM의 ‘SC100’ 코어와 자바 가속코어 ‘제이젤’ 등이 보급되면서 누구나 스마트카드칩을 설계·제조할 수 있는 시대로 변모하고 있다.

 업계 현황을 보면 유럽계의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는 32비트 보안 마이크로컨트롤러(MCU)와 1Mb 플래시 메모리를 통합한 최신 기술 ‘페이지 플래시’를 발표했다. 이 기술은 m커머스용 휴대폰 등 모바일 응용제품에 적합하도록 액세스 시간을 향상시키고 용량을 메가비트급으로 획기적으로 개선한 것이 특징이다. ST는 전력효율을 높일 수 있는 0.13μ급 이하의 미세공정을 접목해 내년 초부터 생산할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파리에서 개최된 ‘카르테2002’에서 528Kb의 대용량 플래시메모리를 내장한 제품을 선보였으며 자체 개발한 F램 기술도 접목할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이를 바탕으로 자바버추얼머신과 암호화 기능을 내장한 ‘크립토(Crypto)’ 엔진을 내장한 제품을 내년에 선보일 예정이다.

 하이닉스반도체가 내년 3월 내놓을 신제품 시리즈 ‘HMS38T’는 ARM의 32비트 보안코어 ‘SC100’을 기반으로 하드웨어 방식으로 1024비트급 암호키(RSA)를 구현하고 128 , 256 급 대용량 메모리를 탑재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비접촉식(RF)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필립스는 인터넷 전자상거래에 적용할 수 있도록 ‘RFID’와 ‘웹링킹’ 기술을 적용한 후속제품에 주력하고 있으며 인피니온은 ‘마이페어’ 최신 규격을 다중응용하는 신제품들을 내놨다. 또 아트멜은 고성능 마이크로컨트롤러 ‘C51’을 기반으로 해 PC와의 연결기능을 강화한 USB 및 PC용 메모리카드인터페이스(PCMCIA)를 지원하는 신제품을 선보였다.

 한편 최근의 급속한 기술 발전 추세는 보안응용모듈(SIM)카드와 ID카드, 교통카드에 집중된 스마트카드시장을 크게 확산시킬 전망이다. 특히 PC와 인터넷·이동통신기술이 접목되면서 카드리더가 필요없는 스마트카드가 등장하고 보안기술이 접목되면서 광범위한 전자상거래의 매개체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8억만개, 10억달러에 못미치던 스마트카드칩(CPU 기준)시장은 올해 12억개로 증가하고 오는 2006년까지 연평균 24%의 성장세를 기록할 전망이다.

 그러나 업계 전문가들은 중국 정부의 전자주민증(ID카드)이 본격화되고 기술혁신으로 e커머스·m커머스가 보다 용이해지면 스마트카드칩은 전망치를 넘는 큰 성장세를 보일 수도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