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인들의 여가 생활문화 변화와 디지털 바람을 타고 디지털캠코더가 소형 디지털AV 가전시장의 대표상품으로 떠오르고 있다.
불과 4∼5년전 결혼식, 회갑연 등 특별한 행사에서만 볼 수 있었던 디지털캠코더가 이제 초등학교 운동회의 단골손님이 됐고 친구와의 추억을 남기려는 젊은층들에겐 여행의 필수품목이 된 지 오래다.
디지털 바람이 디지털카메라와 더불어 디지털캠코더를 어느 새 소형 디지털 영상가전시장의 양대산맥으로 뿌리내리게 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2000년 15만대 규모였던 국내 아날로그 캠코더 시장은 지난해 10만대, 올해 5만대로 축소된 반면 디지털캠코더는 지난해 14만대, 올해 24만대, 내년 32만대로 늘어날 것으로 추산된다.
현재 전세계 디지털캠코더 시장의 선두주자는 단연 일본 소니다. 올해 디지털캠코더 세계시장 규모는 1200만대, 60억달러로 추산되며 소니는 이 가운데 40%내외의 점유율로 최강의 자존심을 지켜가고 있다.
하지만 소니는 올들어 곤혹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 삼성전자가 소니, JVC, 파나소닉 등 일본 기업들이 선점해 있는 디지털캠코더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지난 89년 8㎜ 캠코더를 시작으로 90년대 중반 디지털캠코더를 출시한 이후 IMF를 전후해 국내 LG전자, 대우전자, 일본 산요와 함께 사업을 축소한 삼성전자의 역공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25만대, 2000억원대의 국내시장에서 40%대로 점유율을 끌어올리며 소니 제품의 가격인하를 유도하고 있다.
수출시장에서도 뛰어난 디자인과 가격경쟁력을 바탕으로 그동안 디지털캠코더의 대명사로 군림했던 소니의 아성을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내년도 메가픽셀을 채택한 디지털캠코더 및 400만화소급 정지영상을 촬영할 수 있는 디지털카메라 기능을 접목한 캠코더를 출시한다면 소니의 독주체제를 완전히 제압할 수 있을 것으로 삼성전자는 기대하고 있다. 삼성은 이와 함께 세리프로젝트를 통해 기존 슈팅 타입의 디지털캠코더를 더욱 소형화시키고 MP3, 동영상, 정지영상 기능을 지원하는 제품을 추가로 개발할 예정이다.
하지만 소니는 다양한 녹음방식의 캠코더는 물론 초소형 제품을 통해 기술력과 품질력 측면에서 최강자라는 평가를 여전히 받고 있다.
소니는 현재 JVC·파나소닉·캐논 등 경쟁사들이 함께 생산하는 미니(Mini)-DV방식의 캠코더는 물론 소니만이 생산하는 디지털8㎜, 마이크로MV 방식의 캠코더 등 다양한 방식의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제품의 라인업도 세계 최강을 자랑한다. 장거리 여행시의 휴대성을 대폭 개선한 DCR-IP5를 비롯해 손바닥 크기(60×73×128.5)에 접이식 손잡이를 부착한 DCR-IP45 등 모두 14모델의 초소형 초경량 디지털캠코더를 판매중이다.
여기에다 이동형 저장매체인 메모리스틱을 사용해 바이오 노트북에서 촬영한 영상을 편집, 재생을 할 수 있는 소니 제품간의 호환성도 소니 디지털캠코더가 지닌 차별화된 경쟁력으로 꼽힌다.
그러나 캠코더 시장에서 일류 브랜드 도약이라는 목표를 설정하고 나선 삼성전자는 소니에 결코 만만한 상대가 아니다.
일본 소니에겐 디지털캠코더 시장에서 한국의 간판기업 삼성전자이라는 새로운 경쟁자가 등장한 것이다.
삼성전자는 소니와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공급받는 메모리스틱을 채택한 330g 무게의 초경량 캠코더를 지난 4월 개발, 국내외 시장에서 호평을 받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세계시장에서 15% 이상의 점유율로 소니, JVC와 더불어 톱3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특히 오는 2005년에는 중장기적으로 1등을 달성한다는 중장기 비전도 마련했다.
이를 위해 삼성전자는 디지털캠코더를 컬러마케팅과 연계해 국내시장과 유럽시장을 본격적으로 공략하고 있다.
초소형 캠코더는 전체 캠코더 시장에서 3∼5%에 불과한 규모를 갖고 있으나 디지털 컨버전스 시대를 맞아 궁극적으로 다른 디지털 가전제품의 판매와 연계시킬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현재 삼성전자는 러시아에서 드라마 휴대폰을 연상시키는 ‘Rose’로 외관을 디자인한 초소형캠코더를 시판하고 한편 TV광고도 진행중이다.
유럽 지역의 경우 선호하는 색상에 따른 마케팅은 물론 광고, 판촉을 전개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국내시장의 경우 50% 이상의 시장점유율을 목표로 내년도에 홈쇼핑, 대리점 등 다양한 유통채널을 확보하고 공격적인 영업을 펼치면서 소니와 정면승부를 펼친다는 방침이다.
절대강자가 존재하지 않는 가전시장에서 경쟁사이면서 협력업체인 소니와 삼성전자가 디지털캠코더 시장을 놓고 펼칠 한 판 대결을 기대해 본다.
■안도 구니다케 소니 사장
안도 구니타케 소니 사장(60)은 변화에 민감해야 한다는 경영원칙을 갖고 있다. 지난 2000년 4월 일본 소니에서 넘버2의 자리에 오른 그는 전세계 가전시장에서 소니가 1등 제품을 지속적으로 개발하고 전세계인들의 라이프스타일을 변화시켜나가는 최일선에 서 있다.
소니의 실질적인 경영책임자인 안도 사장은 과거 아날로그 시대에 소니를 비롯한 일본 가전업체들이 경박단소 경향의 제품개발을 통해 가전시장을 주도해 왔으나,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디지털 시대를 맞아 안도 시장이 주목하는 것은 변화의 물결이다. 이 때문에 그는 ‘다른 사람이 하지 않는 일을 한다’라는 소니의 정신을 바탕으로 새로운 제품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특히 안도 사장은 초고속인터넷의 출현 등 브로드밴드를 기반으로 한 또 하나의 디지털 세상의 출현에 맞춰 유비쿼터스 밸류 네트워크라는 새로운 슬로건을 내걸고 유비쿼터스(언제 어디라도)를 키워드로 한 제품개발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그는 브로드밴드 시대에는 ‘승자가 모두 취한다(winner takes all)’라는 철학을 바탕으로 그룹 산하의 모든 상품을 네트워크화해 시장요구에 즉각 부응할 수 있는 종합적인 사업기반을 구축중이다.
디지털캠코더, 디지털카메라·디지털TV 등 디지털 AV기기를 비롯해 바이오 노트북, 개인휴대단말기(PDA) ‘크리에’의 라인업을 구축한 것은 이같은 안도 사장의 경영철학을 반영한다.
그는 또한 자사 디지털가전제품을 ‘메모리스틱’으로 모두 연결하는 것은 또 다른 경쟁력을 갖게 될 것으로 판단, 메모리스틱 제국건설에 주력하고 있다.
특히 한국을 비롯 대만, 홍콩, 중국 등 아시아 시장의 성장세가 지속되면서 향후 한국과 대만 등 동아시아쪽 사업비중을 확대해 나갈 방침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진대제 삼성전자 디지털미디어 총괄사장
진대제 삼성전자 디지털미디어총괄 사장(50)은 디지털 시대의 진정한 무한자유를 강조한다. 그가 말하는 무한자유란 ‘사용자가 원할 때면 언제 어디서나 나이·문화·지역에 상관없이 모두가 불편함없이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삼성전자의 멀티미디어 신화를 이뤄가고 있는 진대제 사장은 콤보DVD플레이어와 파브 PDP TV 등 디지털가전을 비롯 첨단 디지털 컨버전스 제품을 지속적으로 선보이며 삼성의 디지털 문화를 새롭게 써 내려가고 있다. 특히 그는 지난 10월 캠코더 사업방향과 내년도 캠코더 사업전략에 관한 회의를 직접 주관하는 등 최근 디지털캠코더에 대해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는 데크(Deck)메커니즘과 렌즈기술을 바탕으로 일본의 경쟁사보다 사이즈나 기술적인 면에서 손색없는 초소형 제품을 출시할 수 있다는 자신감에서다.
그는 세계적인 히트상품으로 떠오른 ‘콤보’DVD플레이어와 같이 디지털캠코더를 향후 디지털미디어 사업부내 전략상품으로 육성해 나갈 방침이다.
또한 약 28만대로 예상되는 국내 캠코더 시장 중 80% 이상을 차지하는 디지털캠코더 시장에서 50% 이상의 점유율을 달성한다는 1차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그는 나아가 향후 2∼3년내 700만대 규모로 추산되는 디지털캠코더 전세계 시장에서 15% 이상의 점유율로 톱3에 진입한다는 계획이다.
이밖에 추가적인 캠코더의 소형화는 앞으로 기술적으로 어려움이 있을 뿐 아니라 사용하기에도 불편할 것이기 때문에 사용의 편리성에 승부수를 띄우겠다는 사업전략을 수립중이다.
<김원석기자 stone201@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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