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종합=올해 가전시장은 전반적인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월드컵 특수에 기인한 디지털TV 시장의 급성장, 고급 제품의 인기 등에 힘입어 소폭의 성장세를 시현했다. 업계는 7조∼7조5000억원으로 지난해에 비해 15∼20% 성장한 것으로 잠정 집계하고 있다.
가전시장의 성장을 견인한 디지털TV 시장은 지난 6월 열린 월드컵을 계기로 대폭 확대돼 올 시장규모가 약 70만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HD급 브라운관 TV에서부터 프로젝션TV, 특히 PDP TV가 보급 원년을 맞았다고 볼 수 있다.
이와 함께 고급 디지털TV의 하나로 LCD TV도 등장해 차세대 주자로의 예약을 마쳤으며, 화질은 PDP급이면서도 가격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DLP프로젝션, LCD프로젝션 TV 등 새로운 분야도 올해 등장했다.
가전제품의 고급화 추세는 삼성전자가 통합 고급 백색가전 브랜드 ‘하우젠’을 내놓으며 절정에 이르렀다. 삼성은 우선 하우젠 브랜드의 단 제품으로 김치냉장고와 드럼세탁기를 내놓고 막대한 광고 및 마케팅비용을 들여 자리잡기에 나섰다.
드럼세탁기 역시 고급 가전제품이면서 대중적인 인기를 끌기 시작한 한해였다. LG전자가 ‘트롬’이라는 브랜드를 내놓으며 본격적인 대세몰이에 나서 본고장인 유럽산 등 수입산을 누르고 시장을 장악했다. 뒤늦게 삼성전자가 드럼세탁기 시장에 뛰어들긴 했지만 아직까지는 LG전자의 강세다.
일부 부유층에서 주로 사용했던 양문형 냉장고는 삼성전자의 ‘지펠’과 LG전자의 ‘디오스’ 브랜드가 시장을 양분하며 수입산 제품을 완전히 제압했다. 전체 냉장고 판매량 가운데 50% 이상을 양문형이 차지하고 있다.
올해 가전시장에서 또 하나 주목할 점은 워크아웃 기업으로 전락한 데다 하이마트와의 분쟁으로 유통망마저 붕괴됐던 구 대우전자가 기사회생했다는 점이다. 대우는 우량 품목인 영상과 가전 분야만을 떼어내 ‘대우일렉트로닉스’라는 기업으로 새로 태어났고 하이마트와의 분쟁 타결로 국내 제일의 양판점과의 긴밀한 협력관계를 유지하며 과거 가전3사로서의 영광을 되찾는다는 결의를 보이기도 했다.
이밖에도 홈시어터와 시스템에어컨 등 가전업체의 주력 제품에 변화를 가져왔다는 점도 눈에 띈다.
◇유통=올해 유통시장은 온라인과 오프라인 모두 소기의 성과를 올린 한해였다. 이 중에서도 인터넷 쇼핑몰·TV홈쇼핑 등 온라인 시장의 강세가 두드러졌다. 가전 유통시장은 월드컵 등의 호재로 하반기에 소비심리가 현격하게 떨어졌음에도 지난해 성장률에 버금가는 실적을 올렸다.
또 올해는 물밑에서 벌어지던 가전 메이커와 유통업체의 힘겨루기가 표면화된 한해였다. 급기야 유통업체가 차지하는 시장 점유율이 가전 메이커의 대리점과 전속점 매출을 앞질러 눈길을 끌었다.
대표적인 전자 양판점인 하이마트와 전자랜드21은 모두 공격적인 출점을 통해 1조8000억원, 7000억원 정도의 매출을 올렸다. 이는 지난해보다 평균 40% 정도 성장한 규모다.
반면 신유통의 강세와 경기 불황의 직견탄을 맞은 용산 전자상가·국제전자상가 등 오프라인 전자 매장은 휴·폐업이 속출하고 업종 전환이 잇따르는 등 고전을 면치 못해 전자 유통시장도 온라인 업체 위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음을 보여 주었다.
올해 유통분야의 핫 이슈는 단연 인터넷 쇼핑몰과 TV홈쇼핑이다. 지난해에 이어 성장률은 다소 떨어지지만 다른 분야에 비하면 여전히 상당한 결실을 이룬 한해였다.
우리·현대·농수산쇼핑 등 후발업체의 진출로 치열한 시장 경쟁을 벌인 TV홈쇼핑은 LG가 지난해에 이어 매출과 순익 1위를 고수했다. 이어 CJ홈쇼핑이 지난해보다 40% 정도 성장한 1조4500억원의 매출 달성에 성공했다. 후발 홈쇼핑업체도 사업 첫해인 올해 3000억∼4000억원어치를 팔아 순조로운 출발을 보였다. 삼성몰·한솔CS클럽·인터파크 등 인터넷 쇼핑몰 역시 작년에 비해 평균 80% 이상 신장하는 기염을 발휘했다.
특히 올해는 LG이숍·CJ몰·H몰 등 홈쇼핑업체가 운영하는 인터넷 쇼핑몰이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쇼핑몰 시장의 판도 변화를 불러일으킨 한해였다.
온라인 쇼핑몰이 고속 성장을 이어 가면서 택배 시장 역시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대한통운·현대택배·한진·CJGLS 등 주요 택배업체는 통틀어 2002년 매출 집계 결과 지난해 대비 40% 가량 성장한 1조4000억원대를 기록해 국내에 택배가 도입된 이래 최대 호황을 누린 것으로 조사됐다.
◇정보기기 유통시장=PC유통시장에서 올 한해 가장 주목되는 것은 홈쇼핑, 인터넷쇼핑몰, 양판점 등 신유통채널이 급부상한 점이다. 올 상반기 TV홈쇼핑, 양판점, 주요 인터넷쇼핑몰 등의 신유통채널을 통해 판매된 PC 판매량은 36만5900여대에 달해 지난해 같은 기간 16만6300여대에 비해 무려 120% 증가했다. 전체 PC 유통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에 돌파했으며 전통적으로 PC 유통시장의 맹주 역할을 해온 대리점의 판매량까지 추월한 수치다.
신유통채널의 이같은 상승세는 하반기 들어 다소 주춤한 모습을 보이고 있으나 PC 유통시장 구조가 대리점 중심에서 유통채널이 다변화되고 있는 추세는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신규 구매와 업그레이드 수요가 동반 침체되고 있는 조립PC 및 부품 유통시장은 하반기 이후 극심한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PC의 필수 부품인 주기판의 경우, 지난해까지 월평균 유통시장의 규모가 10만장을 상회했으나 올 2분기 이후에는 7만∼8만장 수준까지 대폭 축소됐으며 월드컵 이후 수요가 더욱 침체돼 관련업체들의 실적이 악화되고 있다.
PC 부품 수요가 침체되는 반면, 각 부품들의 수명은 더욱 짧아지고 있어 업체마다 재고 관리의 어려움에 봉착하고 있으며 중저가 제품을 중심으로 가격경쟁이 더욱 격화되고 있다.
매분기마다 신형 CPU와 메인보드 칩세트가 발표되고 있으나 신규 구매나 업그레이드 수요는 좀처럼 살아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또 3분기 이후에는 환율이 급격히 올라 수입에 의존하는 CPU 대리점들과 메인보드 수입원들은 환차손과 판매부진으로 올 한해 실적이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PC의 멀티미디어 기능이 강조되면서 타 부품에 비해 업그레이드 수요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는 그래픽카드 시장은 관련업체들의 잇따른 참여로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특히 캐나다 ATI가 올 한해 데스크톱 PC용 그래픽칩세트를 잇따라 발표하며 새롭게 ATI 그래픽카드를 생산하는 업체나 유통하는 업체가 20여개 정도로 늘어났으며 ATI의 시장 점유율도 30% 이상으로 상승한 것이 주목된다.
<가전-유통팀>
◆가전유통 화제의 인물
월드컵 호재로 디지털 영상가전 분야가 유독 강세를 보였던 올해 가전 유통시장은 지옥과 천당을 오간 인물이 많았던 한 해였다.
삼성전자 국내영업사업부 이상현 사장은 고급 백색가전 브랜드 ‘하우젠’을 세상에 내놓으며 가전 시장에서의 삼성신화를 다시 한번 꾀한 인물이다. 특히 경쟁사에 비해 가전에서 뒤진다는 이미지를 불식시키면서 이동전화뿐 아니라 가전에서도 하우젠이란 브랜드를 통해 가전에서의 경쟁력을 한 단계 끌어올리면서 종합마케팅이란 개념을 시도해 성공했다. 이 사장은 90년대 중반부터 국내영업사업부를 이끌어 오며 가전은 물론 PC, 이동전화 등에서 국내 제1의 업체로서의 자리를 굳건히 하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는 점을 업계 내외에서 인정받고 있다.
LG전자의 최고기술경영자(CTO) 백우현 사장은 LG전자의 기술적인 방향을 이끌어내는데 결정적인 공헌을 한 인물이다. 에미상 수상자이면서 동시에 미국 위성방송통신협회에서 디지털TV 규격과 표준화에 기여한 공로로 방송통신분야 최고권위상인 클라크상을 수상하는 등 디지털TV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낸 그는 올해 국내 최초 최소형 SoC기반의 디지털칩을 개발해 대통령상을 수상하는데 기여했다. 디지털TV가 그 어느 때보다도 각광을 받은 올해 가장 두드러진 역할을 한 것으로 주목받고 있다.
삼성전자의 송동일 전무도 지난 하반기 중국에 디지털TV연구소를 설립하는데 업계에서 가장 주도적 역할을 한 사람으로서 향후 한중 디지털TV 공동연구성과, 진출 결과와 관련해 주목을 모았다.
또 비아액세스사의 수신제한시스템(CAS) 라이선스 취소와 관련, 변대규 휴맥스 사장도 어느 해보다도 수월치 않은 2002년을 보냈다. 휴맥스 자체의 실적이 기대만큼 오르지 않았던 데다 CAS 라이선스 분쟁까지 겹쳐 이래저래 변 사장은 홍역을 치른 한해였다. 일각에서는 셋톱박스 한 분야로 코스닥의 황태자까지 오른 휴맥스가 ‘이제 수명이 다했다’는 설도 무성했지만 변 사장은 항간의 소문에 묵묵부답, 신사업 구상을 위해 다시 연구소로 복귀했다. 휴맥스가 구상중인 새로운 프로젝트로 내년 역시 변 사장의 일거수일투족은 주목 받을 것으로 보인다.
올해 신유통 분야에서 가장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인물은 최영재 LG홈쇼핑 사장과 삼성몰을 총괄하는 서강호 삼성물산 상무를 꼽을 수 있다. 홈쇼핑 사업자 출범 이후 올해까지 부동의 1위를 고수하는데 일등공신인 최 사장은 전자상거래 및 통신판매협회 회장까지 맡아 가장 바쁜 나날을 보냈다. 최 사장은 60이 넘는 고희의 나이에도 매일 일일 매출을 체크할 정도로 사업에 열과 성을 다해 LG홈쇼핑을 국내 대표 홈쇼핑업체로 자리잡는데 가장 공헌한 인물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삼성몰 서강호 상무에게 2002년은 결코 잊을 수 없는 한해로 기억될 것이다. 인터넷 쇼핑몰 시장에서 매출과 순익 면에서 수위를 달리고 있는 삼성몰은 올해 이른바 프로그램 오류사태로 지옥과 천당을 오간 인물이었다. 서 상무는 오류발생 사실을 솔직히 인정하고 원칙에 충실하게 대처, 별 후유증없이 사태를 마무리하고 올해 매출 3000억원에 순익 30억원으로 ‘흑자 경영’에 성공, 다시 한 번 주목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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