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해 과학기술계는 청소년들의 이공계 기피현상이 두드러지면서 이에 대한 적극적인 대책이 수립되는 등 위기의식이 고조됐다. 이러한 와중에도 국가과학기술지도의 완성과 나노팹 설치 등 미래의 과학기술 10대 국가 진입을 위한 적극적인 사업이 펼쳐지기도 했다.
또 바이오분야는 투자 위축으로 전반적으로 모든 업체들이 어려움을 겪으며 인수합병이 활발히 이뤄졌으며 신약보다는 건강보조식품에 눈길을 돌리는 기업들이 주를 이뤘다. 또 벤처 일색이던 바이오업계에 대기업 진출이 가장 활발했던 한해였기도 했다.
◇정책 동향=올해 마련된 과학기술정책성과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은 국가기술지도의 작성을 꼽을 수 있다. 한정된 자원을 효과적으로 배분하고 활용하기 위해 만들어진 이 기술지도는 10년 후 국가종합경쟁력 10위를 위한 전략제품과 기능을 달성하기 위한 99개 핵심기술을 도출해 내기도 했다.
또 나노기술개발촉진법이 제정돼 나노연구 투자확대, 나노분야 종합기술지도 작성, 나노기술인력양성, 나노기술전문연구소 지정, 측정표준체계 확립 등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함으로써 미래 신산업혁명을 주도할 나노기술개발을 체계적으로 육성할 수 있게 됐다.
과학기술인의 생활 안정과 복지 증진을 통한 과학기술활동의 활성화를 도모하기 위한 ‘과학기술인 공제회법’이 제정됐으며 정부 출연연구소의 첨단 연구환경을 활용, 다학제적인 현장중심 고급 전문 연구인력을 교육하고 양성하기 위해 ‘정부 출연연구기관의 설립·운영 및 육성에 관한 법률’이 개정되기도 했다.
또 청소년의 이공계 기피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청소년 이공계 진출 촉진방안’을 만드는 동시에 대통령과학 장학생 제도, 과학영재학교 개교, 과학영재교육센터 과학영재교육원 전환 등 우수학생들을 이공계로 유인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이 수립되기도 했다.
이밖에 우수연구원의 처우개선을 위한 영년직연구원제, 연구원 연가제도, 출연연 인건비 정부 출연 확대 등 연구환경 개선을 위한 다양한 정책이 올해 입안되기도 했다.
◇연구계 동향=올해 연구계의 최대 이슈는 2010년까지 총 1970억원이 투입되는 나노종합팹을 과연 어떤 기관이 유치하느냐 하는 것이었다. 이 사업에는 대학과 출연연은 물론 지자체까지 유치경쟁에 뛰어들어 치열한 경쟁을 벌인 결과 한국과학기술원(KAIST)이 선정됐다.
또 과학기술 3개 연구회 중 2개 연구회의 이사장이 교체되면서 3년 임기의 제 2기 연구회체제가 출범했으며 출연연 연구원장 공모에서는 현 원장이 대거 연임에 성공해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연구기반마련에 한 획을 그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이와함께 10년후 세계 최고 기술을 찾아내기 위한 세포응용연구개발사업단, 프로테오믹스 이용기술 개발사업단, 미생물 유전체 활용기술 개발사업단 등 9개 21세기 프런티어사업단이 선정돼 전략적 핵심기술 개발을 위한 사업을 개시하기도 했다.
특히 올해 선정된 사업단은 주로 미래 유망 신기술로 손꼽히는 나노기술(NT)과 생명기술(BT)분야의 핵심 기반기술을 중심으로 구성돼 우리나라의 과학기술 경쟁력을 한단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올해 대표적인 연구성과로는 항공우주연구원의 액체추진로켓 발사 성공을 꼽을 수 있다. 이 로켓의 발사 성공으로 우리나라는 러시아·미국·프랑스·일본 등 8개국에 이어 자체기술로 위성용 액체 우주발사체 기술을 보유한 아홉번째 국가가 됐으며 2005년 자력으로 인공위성을 쏘아올린다는 목표에 한발 다가서는 계기가 됐다.
또 충북대 최중범 교수팀이 전자 하나로 이어진 ㎚급 실리콘 단전자트랜지스터 로직회로를 웨이퍼에 온칩화한 차세대 반도체의 핵심기술인 단전자트랜지스터(SET:Single Electron Transistor) 로직회로를 개발, Tb급 반도체 개발에 한발 다가섰다.
통신분야에서는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의 경우 PDA나 음성·데이터 등 기존 네트워크를 통해 제공되는 서비스는 물론 앞으로 생겨날 모든 통신 서비스를 통합망으로 수행할 수 있는 차세대네트워크(NGN:New Generation Network)용 핵심 프로토콜을 개발해 선보이기도 했다. 이 프로토콜은 10만달러 상당의 외국제품을 대체, 국내 VoIP 관련 업체와 통신제조 업체의 수요까지 감안할 경우 연간 1200억원의 수출 효과를 가져오고 세계시장의 10% 이상을 점유할 것으로 평가받기도 했다.
시각장애인 안내, 집안 청소 등을 수행할 수 있는 차세대 지능형 로봇이 KAIST와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 의해 개발 막바지 단계에 와 있어 내년에는 인간처럼 두발로 걸으며 인사말 정도의 일상적인 대화가 가능한 휴머노이드 개발이 이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바이오분야=올해 바이오계는 계속되는 투자심리 위축으로 막대한 연구 자금을 확보하지 못해 어려운 한해를 보내야 했다.
이런 분위기로 업체간 인수합병(M&A)도 활발히 이뤄져 올 초 바이오인포매틱스 전문기업 아이디알과 씨앤비알이 합병한 것을 시작으로 지난 6월 바이오 인포매틱스는 제네티카를 흡수합병하기도 했다. 8월에는 씨트리가 카이로젠을 합병하는 등 업체간 짝짓기가 러시를 이루기도 했다.
극심한 자금난에 시달리던 바이오벤처기업들은 기업 운영 자금을 마련하려고 신약 개발보다는 건강보조식품 개발에 매달리기도 했다.
이런 전반적인 침체 분위기 속에서도 바이오계는 올해 국내 최초로 국제 규모의 바이오 행사인 ‘오송국제바이오엑스포’를 개최했다. 바이오계는 이 행사가 일반인들에게 어렵게만 느껴지던 생명공학을 쉽게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됐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이밖에 올 초에는 에이즈 백신을 개발한 미국 백스젠사가 인천시, 넥솔, 한국담배인삼공사 등과 협력해 송도 신도시에 에이즈백신 생산기지를 설립키로 합의, 국내에 국제적인 바이오의약품 생산시설이 들어서게 됐다.
또 8월에는 국내 최초로 대기업 생명공학 회사인 LG생명과학이 설립돼 벤처 일색이던 바이오계의 대기업 시대를 열기도 했다.
올해 바이오 연구계는 형질전환 동물 개발에 마크로젠과 조아제약, 대상 등이 앞다퉈 참여했으며 제대혈 보관자가 3만명에 이르는 등 제대혈 보관은행 사업이 새롭게 자리잡는 한해를 맞이하기도 했다.
◆과기계 인물
올해 과학기술계는 지난 1월 취임한 채영복 과기부 장관을 필두로 연구회 이사장, 출연연 원장 등 많은 인물들이 새롭게 바뀌면서 주목을 받았다.
채영복 장관은 김영환 전 장관의 뒤를 이어 발탁된 연구원 출신 인물로 출연연의 속사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어 최근의 사회 이슈로 등장한 이공계 기피현상과 과학기술인의 사기진작이라는 과제를 풀기 위해 열정적인 활동을 벌였다.
채 장관은 취임 이후 연구환경 개선과 이공계 기피현상 대책을 마련하고 과학기술인 공제회법과 연합대학원대학 설립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는 등 굵직굵직한 현안을 해결해 새천년을 향한 과학기술계의 기틀을 다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연구원으로 주목받은 인물은 지난 6월 월드컵에서 HD급 고화질의 3차원 입체영상을 제공한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안치득 방송시스템연구부장이었다. 국내 방송분야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그는 한일 월드컵에서 정부의 지원으로 개발한 3차원의 입체영상(3D-HDTV)을 전국 10개 지역에 설치·가동하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기도 했다.
김채규 ETRI 정보가전연구부장은 국내 IT의 총화라 할 수 있는 인터넷 정보가전 기술의 상용화에 크게 기여했다. 그는 가정의 모든 가전기기를 외부에서 조작하는 인터넷 정보가전 시대 진입을 위해 네트워크, 단말·홈서버, 소프트웨어, 응용 및 서비스 등 기술 상용화에 앞장서 학계의 관심을 끌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의 장순흥 기획처장과 이희철 교수는 대덕연구단지에 나노팹을 유치하면서 관련 출연연구기관의 단결된 힘을 이끌어 내는 저력을 과시하기도 했다. 이들은 나노팹 유치를 통해 단일 규모의 인프라 구축으로는 가장 큰 2000억원 규모의 사업을 따냈다.
여성 과학기술계 인물로는 약사 출신으로 한국화학연구원 생명의학연구부 정명희 박사가 대한여성과학기술인회 제5대 회장으로 선출돼 900여명에 달하는 여성 과기인들을 이끌 재목으로 시선을 모았다.
바이오분야에서는 과학기술부의 21세기 프런티어연구사업인 인간유전체기능연구사업단장 유향숙 박사가 인간의 유전체 기능을 연구하는데 필수적인 미지 유전자 3746종을 세계 처음으로 발굴하는 성과를 올리기도 했다.
한편 원장직에서 물러난 인사로는 생명공학연구원장을 지낸 복성해 박사와 최동환 항우연 전 원장, 은희준 표준과학연 전 원장 등이 있다.
복 전 원장의 경우 벤처기업 CEO로 변신해 왕성한 활동을 벌이고 있으며 최, 은 전 원장은 연구위원으로 위촉받아 노하우를 제공하는 등 연구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바이오벤처계는 그동안 연구와 경영을 겸하던 국책연구원 출신 사장들이 연구원으로 복귀하면서 벤처캐피털 출신 재무 전문가들이 대거 영입되는 현상을 보였다.
연구원 출신 바이오벤처기업가인 리얼바이오텍의 김철호 사장은 그린포리스트에 회사 경영권을 넘기고 연구소장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생명연 연구원으로 복귀했으며 덴키스트의 한동근 박사는 박광수 이사를 사장으로 선임하고 KIST로 돌아갔다.
<대전=박희범기자 hbpark@etnews.co.kr>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kr>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5대 미래유망기술 연구개발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