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사의 휴대폰 결제가 확산되면서 은행들의 모바일뱅킹서비스가 크게 위축되고 있다.
18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은행의 모바일뱅킹서비스를 이용한 자금이체가 지난 9월 중 1만2813건으로 3월에 비해 반년 만에 절반으로 감소했다.
모바일뱅킹 자금이체는 지난해 12월 중 1만8319건에서 3월 중 2만5241건으로 37% 증가하며 크게 늘어날 것으로 기대됐다. 그러나 6월에는 1만6088건으로 36% 급감했고 9월에는 1만2813건으로 다시 20% 줄어드는 등 위축되고 있다.
이는 이동통신사가 휴대폰 결제서비스 홍보에 적극적으로 뛰어든 데다 은행과는 달리 타행이체시에도 수수료를 받지 않기 때문인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지난해 11월 출범한 SK텔레콤 네모서비스의 경우 은행창구를 방문할 필요가 없고 언제 어디서나 이용 가능하며 이체시 비밀번호만 입력하면 되는 등 간편한 데다 무료라는 강점 때문에 이용고객이 250만명을 돌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은행들은 고객정보를 이용한 고객관계관리(CRM)가 중요시되는 상황에 오히려 고객과 직접 접촉해 마케팅 활동을 펼치는 기회를 상실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게다가 전자결제가 확산되면 단순한 정보제공자나 업무처리기관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는 위기감마저 느끼고 있다.
이에 은행들도 지난 10월 공동협의체를 발족하고 내년부터 이통사 서비스 이용시 수수료를 받기로 하는 등의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지난 16일 한은에서 열린 ‘국내 모바일결제시장 현황과 경쟁·제휴전략’ 세미나에 참석한 한 금융계 관계자는 “이통사와 금융기관의 주도권 다툼은 소모적”이라면서 “유럽의 경우처럼 각자 전문분야인 고객관리와 기술부문을 맡아 협력해 시장을 키우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류경동기자 ninan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