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이모저모

 

 ○…KBS, MBC, SBS 등 방송3사는 19일 오후 6시 투표마감과 동시에 대통령선거 출구조사에서 민주당 노무현 후보가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를 1.5∼2.3% 포인트 차이로 누르고 승리를 거둘 것으로 예측했다. KBS의 경우 노 후보가 49.1%의 지지율을 얻어 46.8%의 이 후보보다 2.3% 포인트 우세했고 MBC는 노 후보 48.4%, 이 후보 46.9%, SBS는 노 후보 48.2%, 이 후보 46.7%로 노 후보가 각각 1.5% 포인트 앞서는 것으로 발표했다. 그러나 이같은 예측 지지율은 오차범위내에서 승부가 갈린 것으로 나타나 실제 개표결과와 일치될지 주목된다.

 실제로 KBS의 경우 전화조사(이회창 48.5%, 노무현 46.2%)와 미디어리서치가 실시한 출구조사(노무현 49.1%, 이회창 46.8%)의 1, 2위가 다르게 나오자 막판까지 고심하다 결국 전화조사를 병기하되, 출구조사의 정확성에 힘을 실어 6시 노무현 후보의 우세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이번 16대 대통령 선거는 직접선거로 치러진 10차례의 대선 가운데 가장 낮은 투표율을 기록했다. 중앙선관위는 19일 오후 6시 투표 마감 결과, 전체 유권자 3499만1529명 가운데 2455만7737명이 투표해 70.2%의 잠정 투표율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15대 대선의 80.7%에 비해 10.5% 포인트 낮은 것이며 14대 대선때의 81.9%와 비교하면 11.7% 포인트 하락한 것으로 31년만에 최저 투표율 기록이다.

 전국 16개 시도 지역별 투표율을 보면 광주가 77.7%로 가장 높았고 전남 75.7%, 전북 74.1%, 경남 71.6%, 부산과 대구 71.1%, 서울과 경북 71% 등 8개 지역이 전국 평균 투표율을 상회했다. 평균 투표율에 미달한 지역은 울산 70%, 제주 69%, 강원 68.2%, 경기 68%, 충북 67.9%, 대전 67.4%, 인천 66.1%, 충남 65.9% 등 8개 지역이다.

 이번에 투표율이 최저치를 기록하게 된 것은 이번 대선이 양강구도로 치러졌고 지역분할 양상도 크게 완화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또 국민통합21 정몽준 대표가 선거 막판에 민주당 노무현 후보에 대한 지지를 철회함으로써 정 대표 지지표의 기권과 부동층의 투표참여 의욕을 약화시킨 점도 투표율을 떨어뜨린 직접적인 원인으로 지적됐다.

 

 ○…개표는 전국 244개 개표소별로 빠른 곳은 오후 6시 40분부터 시작됐다. 당초 전자개표기의 투입으로 오후 8∼9시께면 15% 안팎의 개표율을 보이며 당락의 대체적인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예상했으나 1, 2위 후보의 치열한 접전으로 당선 여부를 속단하기 어려운 상황이 전개됐다. 그러나 자정께는 당선자가 확정될 것으로 선관위는 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중앙선관위 대통령선거관리시스템(http://www.nec.go.kr)은 방송사들보다 개표율 1∼2% 정도 빠르게 투·개표 진행과 최종 개표 집계상황을 전국 244개 구·시·군 선관위로부터 직접 전송받아 인터넷으로 제공해 눈길을 끌었다. 개표가 완료된 후보자별 득표수(미분류투표지 집계 포함)는 자동개표기에 연결된 제어용 PC를 이용해 곧바로 중앙선관위의 선거정보시스템으로 보내져 중앙선관위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실시간으로 제공된다.

 ○…“어머니, ○○ 후보 찍으셔야 해요!” “얘들아, 애비 쓰러지는 거 보기 싫으면 △△ 후보 찍어라!”

 18일 밤 11시 국민통합21 정몽준 대표가 민주당 노무현 후보에 대한 지지를 철회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이후 3시간 동안 시내·시외전화 통화량이 평소보다 35% 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KT측은 “정 대표의 발언을 계기로 선거 열기가 더욱 높아지면서 떨어져 사는 친인척에게 특정 후보를 찍으라고 권유하기 위해 전화를 많이 한 것으로 분석되며 서울 시내 통화는 워낙 양이 많아 통계는 나오지 않았으나 시외전화와 비슷한 수준에서 통화량이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이에 반해 이동전화 통화량은 큰 변화가 없었다. SK텔레콤 측은 “이 시간대 통화량이 약 1% 상승했는데 이는 금요일 밤∼토요일 새벽과 비슷한 수준의 ‘주말효과’”라고 설명했다.

 

 ○…중앙선관위는 선거 다음날인 20일 오전 10시, 대통령 당선자가 직접 참석한 가운데 당선증 교부식을 갖기로 했다. 교부식에는 이번 대통령 선거를 공명선거로 이끌기 위해 노력한 시민단체 임원과 어려운 여건에서도 열심히 생업에 종사하고 있는 농민·상인 그리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헌신적으로 맡은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집배원·환경미화원, 소년·소녀가장들이 초청된다.

 과거 대통령 선거에서는 당선자를 대신해 소속 정당의 사무총장 등이 당선증을 수령해 왔다. 그러나 이같은 관행은 모든 국민을 대신해 당선증을 전달하는 당선증 교부식의 참 의미를 퇴색시키는 바람직하지 못한 관행으로, 권위주의를 청산하고 새로운 정치를 희망하는 국민의 뜻을 받들어 당선자가 직접 참석하는 가운데 전달식을 거행하기로 했다고 선관위측은 설명했다.

 

 ○…19일 치러진 우리나라 대통령 선거에 대해 프랑스 르몽드 신문과 영국 BBC방송 등 세계 주요 언론도 큰 관심을 보였다.

 르몽드는 이번 한국 대통령 선거가 TV토론과 인터넷 등을 통해 북한 및 미국에 대한 후보들의 정책 대결을 벌인 미디어정치의 전형을 보여주었다고 평가했다. 이를 통해 과거 한국정치에 만연됐던 지역 및 인물 위주의 선거관행을 한꺼번에 극복할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BBC도 이번 선거에서 TV를 비롯해 인터넷과 휴대폰 등 세계 최고 수준의 정보기술(IT) 기반시설이 후보자들의 정책을 유권자들에게 전달하는 수단으로 크게 활약했다고 전했다. 특히 최근 주한 미군에 의한 여중생 사망사건 등이 인터넷을 통해 전국에 반미주의 감정을 확산시킨 가운데 치러진 이번 선거가 한국이 미국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지에 대한 국민투표적 성격을 겸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또 이번 대통령 선거가 새로운 정치를 원하는 개혁 성향의 40대 이하 계층과 구질서를 지지하는 계층 사이에 세대간 단절을 드러냈다고 소개했다.

 이밖에도 미국 실리콘밸리 지역에서 발행되는 머큐리 뉴스는 18일자(현지시각)에서 불과 1년전만 해도 집권당의 대통령 후보가 될 가능성이 거의 없었던 노무현 후보가 이번 선거에서 당당하게 민주당 후보로 등장, 돌풍을 일으킬 수 있었던 것도 인터넷 등 IT를 잘 활용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분석했다.

 한편 외신들은 이번에 당선된 대통령이 최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국정과제로 최근 악화되고 있는 미국과의 관계를 하루빨리 정상화하고 경제를 건설해야 하는 막중한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대선특별취재팀>

 

 

이번 16대 대선에는 전국 242개 개표소에 총 960여대의 전자개표시스템이 투입됐다. 서울 여의도고등학교 개표소의 개표운영요원들이 전자개표기를 활용해 투표용지를 자동으로 분류하고 있다.

 <정동수기자 dsch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