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직장인들의 최대 관심사가 내집 마련이라면 20·30대 직장인들에겐 내차 마련이 아닐까. 그만큼 요즘 젊은이들은 자동차에 집착한다. 요즘은 단순히 자신이 좋아하는 차를 구입하거나 각종 자동차 관련정보를 교환하는 수준에서 벗어나 주말마다 같은 차종을 가진 회원들끼리 모여 드라이빙을 즐기는 ‘그룹 카 드라이빙’ 동호회, 특정 차종을 가진 사람들끼리 모여 전국적 네트워크까지 형성해 그 차종에 대한 구매정보, 부품관련 정보, 기타 전문연구에까지 몰두하는 동호회도 속속 생겨나고 있다.
모바일 플랫폼 및 모바일 솔루션 전문기업인 지어소프트의 LBS본부 박재만 연구원(27)과 차량항법시스템 전문업체인 카나스의 영업2팀 김준성 팀장(34). 이 두 사람은 자동차에 빠져 직업도 자동차 관련업종으로 바꾼 그야말로 자동차 마니아다.
KTF에 친구찾기, 스타찾기 등의 모바일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지어소프트의 박재만 연구원은 주말마다 자신의 애마 ‘란도리’와 함께 ‘그룹 드라이빙’을 떠난다.
‘란도리’는 그가 올해초 장만한 상아색 코란도로, 구입하자마자 그가 가장 먼저 가입한 곳이 바로 코란도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인 프리챌 동호회 ‘NK(뉴 코란도)’다. 처음엔 그저 자신의 차에 대한 정보나 구하고 또 나름대로 예쁘게 꾸미고 싶은 마음에 시작한 동호회 활동이 이젠 그의 주말 전체를 책임지고 있다.
그는 무엇보다 관련기술을 알고 있는 회원들과 함께 코란도의 천장을 뜯어 방음 또는 엠보싱 처리를 하거나 라이트 램프를 바꾸고 바닥을 뜯어보는 등의 DIY(Do It Yourself)를 통해 자신의 차를 더 사랑하게 된 것이 가장 기쁘단다. 이젠 웬만한 정비는 혼자서도 거뜬히 처리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르렀다고.
자동차에 몰두하게 되면서 일도 더 재미있어졌다. 박 연구원은 “개인적으로 자동차를 좋아하다보니 각종 도로정보 등을 알려주는 LBS 분야에도 많은 관심을 갖게 됐다”며 “사무실 안에서뿐만 아니라 운전하면서도 늘 어떻게 하면 좀더 재미있고 유익한 LBS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지 고민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에게는 일이 곧 취미요, 취미가 곧 일이 된 셈이다.
특히 주말 그룹 드라이빙을 할 때면 회원들 모두 각자의 코란도에 CB라는 무전기를 달고 서울 근교를 달린다. 코란도 수십대가 똑같이 비상등을 켜고 달리는 모습은 정말 장관이라고.
“물론 일부 폭주족처럼 불법 드라이빙을 하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제가 잠깐 즐기자고 하는 취미활동이 남에게 피해가 되어선 안되니까요. 또 그래야 그룹 드라이빙에 대해 좀더 많은 분들이 이해해 주시고, 또 저희가 지나갈 때 손이라도 한번 흔들어 주시겠죠.”
차량항법시스템 전문업체 카나스에서 영업2팀을 총지휘하는 김준성 팀장.
그의 차에 대한 관심은 하루아침에 생긴 것이 아니다. 고등학교 시절 친구들과 유명 외국 자동차 사진을 수집하면서 차에 파고들던 그를 주변에선 ‘걸어다니는 차’라고 불렀다. 중견 무역업체에서 근무하다가 작년에 현재의 직장인 카나스로 옮긴 것도 바로 이러한 차에 대한 열정 때문이었다.
그는 99년에 SM520을 구입하면서 가입한 ‘SM5클럽’에서 차에 대한 모든 정보를 얻고 있다. 그 역시 처음 이 동호회에 가입할 때는 그저 자동차 관리법 및 정비업체, 부품 관련 정보 등 단순 정보를 얻고 싶어서였다. 그러나 이젠 동호회 활동이 그의 생활 전부가 되어버렸다. ‘SM5클럽’은 전국 각지에서 SM5를 아끼는 사람들이 모여 만든 동호회로 처음에는 100명 정도가 모여 순수한 정보교류 차원에서 시작했지만 그동안 회원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이제는 지역별 13개 단위로 나눠 소모임을 운영할 정도로 규모가 커졌다.
“가끔 주변사람들로부터 제가 차량항법시스템을 만드는 회사에 다녀서 영업 때문에 의도적으로 그 모임에 가입한 것이 아니냐는 오해를 받기도 해요. 하지만 우리 동호회 내에선 그런 영업방식은 절대로 통하지 않습니다. 전 그저 차를 사랑하고, 사람들이 좋고, 일이 즐거울 뿐이지요.”
김 팀장은 가족들과 함께 잠시 드라이브를 할 때도 동호회에서 만든 클럽스티커를 붙이고 나간다.
“우리 클럽 스티커를 붙이고 다니는 차를 만나면 어디서든 서로 손을 흔들어 인사합니다. 이젠 정비업체에 들어갈 때도 이 스티커를 붙이고 들어가면 함부로 못하는 정도구요.”
또 주말이면 집 근처에 사는 회원들과 가족동반 모임을 갖는 것으로 한주를 마무리한다. 모두들 차에 대해선 누구 못지 않은 전문가라 할 얘기가 많아 밥을 새기가 일쑤라고.
“차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솔직합니다. 그래서 이젠 차를 인연으로 만난 사람들이 더 좋습니다.”
한달에 한번 가족과 떠나는 드라이빙을 계획하는 일이 즐거움인 김 팀장은 이번 주말엔 석양이 아름다운 아산만으로 떠날 준비를 하고 있다.
<김인진기자 iji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