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당선자에게 드리는 당부

 ◆서병문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장 bmsuh@kocca.or.kr

 

 이번 대선도 지난 97년 대선에 못지 않은 진검승부였다. 노무현 당선자에게 축하의 말씀부터 전한다. 노 당선자가 오늘 이 자리에 서기까지 지켜왔던 원칙과 소신이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이어져 나라를 새롭게 하는 데 큰 버팀목이 되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어떤 조직에서든 새로운 사람은 모두를 들뜨게 하는 활력이 된다. 신입사원 하나만으로도 회사 분위기가 바뀌는데 하물며 새로운 대통령으로 인해 바뀔 나라 분위기는 오죽하겠는가. 우리는 19일을 기점으로 전혀 다른 분위기의 나라에서 살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리고 새로운 분위기는 언제나 국민의 결집된 희망과 기대로 표출된다. 다만 문제는 5년 만에 다시 결집된 국민적인 희망과 기대를 국가발전의 원동력으로 이어갈 수 있느냐에 있다.

 지난 97년 대선의 가장 큰 화두는 IMF였다. 국가부도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나라경제가 벼랑끝까지 몰렸지만 지난 5년 동안 우리는 뼈를 깎는 노력으로 외환보유고는 물론 국가신용등급도 상당부분 회복시켜 놓았다. 이제 21세기의 첫 대통령이 될 당선자는 이를 바탕으로 미래의 비전을 제시해야 할 의무를 가지고 있다. 5년 전에는 ‘위기 극복’이 당면과제였다면 이제는 ‘새로운 도약’이 우리의 비전이라 할 수 있다. 새 대통령의 건투를 기원하며 다음 몇 가지 당부를 드리고자 한다.

 먼저, 우리나라의 미래 청사진을 보다 구체적으로 제시해주기 바란다. 당선자는 선거운동 당시 남북간 평화정착으로 대한민국이 새로운 동북아시대의 중심국가가 되도록 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여러 공약 중에서도 특히 이 공약은 세계속의 우리나라 위상과 미래상에 관련된 것으로 보다 정교하게 다듬어 국민이 충분히 공감하고 합의할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한다. 머지 않아 남북의 철도와 도로가 연결되고 그것이 또 시베리아와 중국으로 이어지면 동북아 지역에서의 우리나라 위상은 몰라보게 달라질 것이다. 남북간 실질적인 통일논의는 물론 동북아 협력 네트워크에 관한 논의 또한 활발해질 것이다. 급변하는 국제 정세 가운데 중심을 잡고 리더십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구체적이고 확고한 청사진이 필요하다.

 둘째, 제2의 수출주력산업을 조기에 발굴·육성해야 한다. IMF 시련을 성공적으로 극복한 우리 경제는 현재 세계화와 정보화라는 새로운 도전에 직면했다. 그리고 이 도전 앞에서 기존의 수출 주력산업이었던 제조업만으로는 경쟁력을 갖추는 데 한계가 있다. 현 정부가 기술발달에 따라 새로운 산업으로 부상하고 있는 6T, 즉 정보기술(IT)·생명기술(BT)·나노기술(NT)·환경기술(ET)·우주기술(ST), 그리고 문화기술(CT)산업을 차세대 성장산업으로 지목한 것도 거센 세계의 도전에 대한 하나의 응전으로 평가할 수 있다. 이제 이들 신산업을 중심으로 우리나라의 경제를 견인해 나갈 수출 주력산업을 발굴·육성해야 한다.

 셋째, 정부의 생산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 글로벌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나라 정부는 다른 나라 정부와 치열하게 경쟁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급변하는 정세 가운데 순발력 있게 대응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생산성이 지금보다 훨씬 높아지지 않으면 안된다. 노 당선자는 선거운동 당시 수평적 리더십과 유연한 의사결정 구조를 강조한 바 있다. 물론 선거운동 당시의 조직과 정부조직은 크게 다르겠지만 당선자의 철학이 정부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 특히 취임 초기에 부처간 업무 중복 및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범정부적 차원의 조정 메커니즘을 구축하고 실적 위주의 단기정책보다는 장기적으로 건실한 국가기반을 다질 수 있는 그랜드 프로젝트를 개발해야 할 것이다.

 넷째, 국내 인력의 해외 유출에 대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 우리나라의 경쟁력과 미래는 바로 인적 자원에 있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의 인력 유출은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 과학기술 및 연구개발 분야에 대한 사회적인 홀대로 고급 전문인력들이 해외로 빠져나가고 있고 열악한 교육환경에 염증을 느낀 국민은 교육이민을 고민하고 있다. 이처럼 유능한 인재들이 빠져나가는 나라는 미래를 기약하기가 쉽지 않다. 국가적인 차원에서 지식자원을 관리하고 교육환경을 개선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유능한 인재가 나라를 떠나지 않고서도 충분히 활기차게 일할 수 있도록 애써주기 바란다.

 노 당선자는 당선과 함께 ‘새로운 시대’를 선언했다. 아무쪼록 당선 초심이 끝까지 이어지길 기대하며 다시한번 축하의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