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달력도 얼마 남지 않았다. 얼마 남지 않은 기간이지만 국내 IT기업들은 올초 책정한 매출목표와 순이익을 달성하기 위해 막바지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IT산업의 장기불황으로 당초 제시한 목표만큼 실적을 달성하지 못한 기업도 많지만 그래도 여기서 포기할 수 없다는 일념으로 영업전선에 불을 밝히는 기업이 적지않으며 우려한 것보다 실적이 그렇게 나쁘지 않아 다소 여유있는 IT업체도 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국내 IT업계의 실적이 그다지 좋지 않다는 게 증권가의 일반적인 평이다. 물론 올 1분기에 몇몇 기업이 최고 실적을 발표하면서 깜짝실적(어닝 서프라이즈) 효과를 누리기도 했으나 연말로 갈수록 상승탄력이 둔화되고 있는 추세다. 올해를 얼마 남겨놓지 않은 시점에서 각 증권사는 기업 탐방 자료 등을 바탕으로 IT업계의 올해 추정 실적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주요 증권사가 내놓은 올해 주요 IT기업의 실적을 살펴본다.
◇통신서비스·장비:무선인터넷 부상 단말기 수요 폭발
통신서비스부문에선 SK텔레콤이 외형 성장, 수익성면에서 고른 상승세를 보이며 가장 견조한 실적을 올릴 것으로 전망된다.
하반기부터 급상승하기 시작한 무선인터넷 실적에 따라 순이익, 경상이익 등이 매출 증가율을 크게 앞른 것으로 추정된다. 대우증권 등 3개 증권사의 예측에 따르면 SK텔레콤의 올 전체 순이익은 1618억∼1760억원으로 작년대비 50% 안팎의 증가율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KT는 매출 등 외형 성장세는 주춤한 모습을 보이지만 수익성 측면에선 역시 약진을 거듭할 것으로 보인다. 유선전화와 초고속인터넷 등 주력상품이 시장 포화상태에 달하면서 성장세가 눈에 띄게 둔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비용절감 노력이 효과를 발휘하면서 수익성측면에선 SK텔레콤을 제외한 일부 이동전화사업자보다도 뛰어난 이익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측된다.
코스닥 시가총액 1위업체인 KTF는 시장 2위라는 열세에도 불구하고 매출, 영업이익 증가율이 대부분 20%에 육박하는 안정적인 모습을 띠며 후발 사업자 중에서는 가장 두드러진 실적행보를 거듭할 것으로 전망된다.
휴대폰단말기 업종의 대표주자 팬택은 폭발적인 시장수요와 맞물려 휴대폰단말기 테마 중 가장 고성장할 것으로 예견된다. 현대증권 등 2개 증권사가 예측한 팬택의 올해 영업이익증가율은 모두 140%를 웃돈다. 순이익 증가율은 이 보다 더 뛰어나 작년대비 300%를 상회할 것으로 보인다.
네트워크장비주의 희망으로 떠오른 다산네트웍스는 대표적 턴어라운드 종목으로 꼽힌다. 메트로이더넷, VDSL장비 분야에서 대박을 터트리며 매출은 작년대비 200% 이상의 증가율을 기록할 것으로 보이며 영업이익, 순이익은 모두 작년 적자에서 흑자로 전환될 전망이다.
◇소프트웨어·SI:경기 침체 직격탄 대부분 실적 내리막
부진한 실적이 계속됐다. 전반적인 IT경기 침체의 직격탄을 맞은 데다 대통령 선거에 따른 불확실성 등으로 연말특수도 사라졌다는 평가다. 과당경쟁 체제속에 일부 업체만이 선전하는 모습을 보였을 뿐 대부분의 소프트웨어·솔루션 업체와 시스템통합(SI) 업체들은 영업부진을 피하지 못했다.
일부 업체는 국내 시장의 한계를 해외 수출로 극복하려는 노력을 보였지만 뚜렷한 성과는 아직 미미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보안주 열풍 속에 한때 코스닥 황제주로 꼽혔던 안철수연구소는 올해 매출은 그나마 작년 수준을 유지하겠지만 순이익은 적자전환이 예상되고 있다. 핸디소프트 역시 올해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적자로 돌아설 것으로 점쳐졌다. 뉴소프트기술과의 합병이 무산되기는 했지만 더존디지털웨어 정도가 그나마 작년과 비슷한 영업실적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증권가에서는 중소형 기업 가운데 한통데이타와 아이티플러스 정도가 비교적 괜찮은 실적을 내놓을 수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SI업종 내에서는 신세계아이앤씨와 포스데이타, 동양시스템즈 등 대형 계열사를 갖춘 업체들의 상대적 우위가 예상된다. 신세계아이앤씨는 올해 매출은 40%대의 성장을, 순이익은 80%대의 증가율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됐다. 포스데이타는 증권사마다 수익전망이 엇갈리고 있지만 작년과 비교해 10%대의 매출 증가는 가능할 것으로 예상됐다.
◇반도체:삼성전자 호조 지속 장비·재료 부진 거듭
올해 반도체 대표업체 삼성전자의 실적은 호조세가 지속될 전망이다.
대우·현대·LG투자증권의 추정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올해 매출은 작년보다 25% 가량 늘어난 40조원, 순이익은 150% 가량 늘어난 7조3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삼성전자가 안정된 성장성과 수익성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반도체산업이 회복기에 진입한데다 휴대폰과 TFT LCD 등 다양한 사업 포트폴리오 덕분인 것으로 애널리스트들은 분석했다.
반면 반도체장비·재료업체들의 실적은 부진을 면치 못한 것으로 추정된다. 장비업체들의 경우 매출은 증가하고 이익은 감소할 것으로 전망돼 수익성 개선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됐다. 재료업체들은 매출과 이익 모두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는 업체가 많아 우려감이 더한 상태다. 대우와 현대증권의 추정에 따르면 장비업체 케이씨텍은 매출과 영업이익은 작년보다 증가하겠지만, 경상이익과 순이익은 감소할 것으로 예측됐다.
재료업체 동진세미켐은 매출과 이익 모두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현대증권은 이 회사의 올해 매출이 1468억원으로 지난해보다 8.0% 줄어들고, 순이익도 13.3% 감소한 21억원이 될 것으로 추정했다.
◇가전 부품: 내수·수출 큰폭 증가 가전 최대 호황 구가
가전분야는 디지털TV, DVD, 디지털영상저장장치(DVR) 등을 중심으로 올해 최대의 호황을 구가했다.
상반기에는 지난해 특소세 인하로 인한 소비증가와 월드컵 특수가 내수시장을 이끌었고 하반기에는 북미 유럽지역으로 수출이 활기를 띠면서 내수와 수출 모두 큰 폭 증가했다.
LG전자는 올해 디지털TV, DVD 분야 등 디지털가전분야의 성장과 휴대폰 수출 호조에 힘입어 매출 18조4000억원, 영업이익 1조1000억원에 달하는 최대 실적을 올릴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 수치는 지난해보다 매출은 약 10%, 영업이익은 무려 48% 가량 증가한 것이다.
올해 초기 시장을 형성했던 DVR도 아이디스가 올해 매출이 100% 가량 성장하며 400억원 규모의 회사로 성장했다.
디스플레이 업체인 삼성SDI는 주력제품인 CRT 모니터 부문이 하반기 TFT LCD의 가격하락으로 동반 하락했지만 STN LCD의 판매호조와 CRT분야에서 세계 1위로 나서며 성장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종합부품 업체인 삼성전기는 사업 집중화를 통해 수익구조를 대폭 개선시켰다.
하지만 최대 매출처인 적층세라믹콘덴서(MLCC)는 일본 업체의 저가공세에 부딪히며 가격이 주춤했다. 따라서 수익이 기대치를 밑돌 것으로 전망된다.
통신장비용 인쇄회로기판(PCB) 업체인 대덕전자는 네트워크 등 통신장비 시장이 지난해에 이어 침체를 겪으며 전년대비 실적이 감소했다.
◇엔터테인먼트 및 홈쇼핑:엔씨소프트 이름값/홈쇼핑 성장 탄력
올해 엔터테인먼트업체들은 정부규제·월드컵 등으로 힘든 한해를 보내면서 실적도 양호하지 못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업종 대표주들의 경우 작년보다 실적이 호전되며, 업체별 실적 차별화 현상이 가속화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했다.
엔씨소프트는 올해 이익증가가 두드러졌던 한해였다. 대우증권이 추정한 엔씨소프트의 올해 매출은 작년보다 24.5% 늘어난 1553억원, 순이익은 406.4% 증가한 591억원이다. 현대와 LG투자증권도 비슷한 수준의 실적을 예상해 엔터테인먼트 대표주로서의 위상을 다시 한번 확인시켰다.
반면 한빛소프트는 작년에 비해 매출과 이익 모두 감소할 것으로 전망돼 대조를 이뤘다.
CJ엔터테인먼트의 경우 증권사별로 실적 전망이 다소 엇갈렸다. 대우와 현대증권은 올해 매출과 이익 모두 지난해보다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반해 LG투자증권은 CJ엔터테인먼트의 올해 매출은 소폭 증가하겠지만, 이익은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홈쇼핑업체들은 예년의 성장세를 지속할 전망이다. 대우증권이 추정한 LG홈쇼핑의 올해 매출은 작년보다 63.7% 늘어난 1조7417억원, 순이익은 35.7% 증가한 529억원이다. 현대와 LG투자증권도 대우증권의 추정치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는 LG홈쇼핑 측에서 공시한 매출과 순이익 예상치인 1조8040억원, 556억원과도 비슷한 수준이다.
◇인터넷:수익성 확보 원년 코스닥의 희망으로
올해 실적호전이 두드러졌다. 개별업체마다 전자성거래와 온라인게임, 캐릭터 판매 등 다양한 수익원을 찾아내며 2002년은 인터넷업종의 ‘수익내기 원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실적호전을 발판으로 한 애널리스트는 “인터넷업종이 무너진 코스닥의 새로운 희망이 되고 있다”고까지 표현했을 정도다.
실적호전과 함께 하반기 주가상승세도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주요 기업의 실적은 2분기에 첫 영업이익 흑자를 내기 시작해 3분기와 4분기에 그 폭이 확대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런 실적호전 추세가 이어져 내년 이후 실적 전망도 매우 양호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실적호전의 주요 원인으로는 △초기투자가 마무리되면서 고정비 부담은 낮아졌고 △전자상거래 등 시장활성화로 매출이 증가했으며 △업체별로 다양한 수익모델 발굴에 성공했다는 점이 꼽히고 있다. 또 초기투자가 많은 사업 특성상 경쟁자 출현이 어려운 가운데 충성도 높은 회원을 미리 확보한 것도 강점으로 꼽히고 있다.
올해 신규등록한 NHN의 경우 매출이 700억원을 넘고 영업이익도 300억원 내외로 추정되는 등 최고의 수익성을 보여줄 것으로 추정된다. 다음커뮤니케이션은 주요 증권사 추정치에서 모두 올해 순이익의 흑자전환이 점쳐지고 있다. 옥션도 영업이익과 순이익의 흑자전환 등이 점쳐지는 등 대부분의 인터넷업체들이 실적호전을 나타낼 것으로 추정된다. <증권팀>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주요 IT기업 2002년 실적 점검-엔터테인·홈쇼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