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의 IT비전](1)정보화 추진체계

 21세기들어 첫 정부 수반이 결정됐다. 그만큼 새로운 시대, 새로운 정부에 대한 기대도 높아졌다. 물론 그동안 역대 정부는 IT산업과 함께 정보화를 주요 테마로 설정, 다양한 정책을 펼쳐왔다. 산업적인 측면이나 행정정보의 전자화 측면에서는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다. 하지만 국민의 기대만큼 정부의 정책이 따라주지는 못했다. 주요 원인은 정부의 체계적인 시스템 미비에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평가다. 이에 따라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가 중점적으로 추진해야 할 IT관련 정책과 주요 사안들에 대해 알아보는 코너를 마련한다. 이번 기획에서는 정보화 추진체계에 대한 문제점과 사례, 대안들에 대해 살펴본다. 편집자

 

노무현 당선자가 새 정부 수반으로 결정됨에 따라 시대흐름에 맞는 국가정보화의 틀을 새로 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국민의 정부에선 정보화추진위원회를 축으로 국가 정보화를 이끌어왔으나 추진력과 부처 장악력에서 미흡하고 IT 흐름을 따라가기에도 역부족이라는 지적을 받아왔기 때문이다.

 정보화추진체계는 지난 95년 제정된 정보화촉진기본법을 근간으로 정립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 체계는 정책환경 변화와 부처별 업무특성, IT의 변화를 충실히 따르기보다는 업무처리 절차와 형식을 체계화하는 데 주안점을 뒀다. 부처간 조정 역할은 사실상 불가능했고 상호 유기적이면서도 종합적으로 추진돼야 할 정보화 프로젝트 및 전자정부 프로젝트마저 상호연계성 문제나 업무 중복 등의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현행 우리나라 최고 정보화추진기구는 정보화촉진기본법상 정보화추진위원회라 할 수 있다. 정보화추진위원회는 위원장인 국무총리를 정점으로 부위원장인 재정경제원장관, 간사인 국무총리 행정조정실장 및 위원들이 참여하고 있다. 위원으로는 국회사무총장과 법원행정처장, 관계기관의 장중 위원장이 위촉하는 자(각 부처 장관) 등으로 모두 25인으로 구성돼 있다. 산하에는 각 부처 차관을 위원으로 하는 실무위원회가 구성돼 있으며 부문별 분과위원회를 두고 있다.

 이 위원회는 정보화촉진기본법상 정보화촉진 등에 대한 시책의 기본 방향과 공공·지역·산업 등 각 분야의 정보화촉진에 관한 사항은 물론 정보통신산업의 기반조성과 기술연구개발·인력양성 등의 내용이 포함된 정보화촉진 기본계획을 심의, 확정하는 기능을 갖는다. 또 각 중앙행정기관의 매년 정보화촉진 시행계획과 추진실적을 심의하는 한편 각 부처의 정보화촉진 등에 관한 정책이나 사업을 조정하는 기능도 있다.

 그러나 이 위원회는 각 부처의 정보화계획에 대해 심의기능만을 수행하고 있을 뿐이다. 또 한번 열릴 때마다 정부의 모든 부처 장관이 모여야 해 연간 두세번 열리기도 쉽지 않다.

 결국 실제 정보화 총괄조정 업무는 정보통신부의 정보화기획실이 담당하고 있다. 따라서 신속한 처리가 필요한 국가정보화정책에 대한 심의기능을 높이고 각종 정보화 정책을 심도있게 탄력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정보화추진위를 대통령 직속으로 격상하고 실무위의 권한과 역할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

 특히 정보화추진위의 존립에 대한 정당성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이 일부에서 나오고 있다. 정보화추진위가 각 부처의 정보화추진계획을 심의·확정·평가하는 기능을 갖고 있기는 하지만 이같은 사안들은 동시에 헌법 제89조에 따라 국무회의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 한 마디로 동일한 사안을 구성원도 동일한 정보화추진위와 국무회의의 심의를 두번씩 거쳐야 한다는 얘기다.

 또 정보화사업 추진을 위한 계획수립과 평가 등에 거쳐야 하는 절차가 지나치게 복잡하고 중복적이다. 예컨대 기본계획은 물론이고 분야별로 5개년간 시행계획과 매년 시행계획을 최고기구까지 심의하게 돼 있어 매년 복잡한 단계를 반복해야 한다. 결과적으로 5개년 계획이 끝날 때까지 90단계 이상, 매년 18단계 이상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정부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정보화를 추진하는 기구가 이처럼 서류만 양산하는 비효율성을 노출하는 아이러니를 연출하고 있다.

 국민의 정부 이후 정보화추진체계를 강화하기 위해 구성된 정보화전략회의·CIO협의회·전자정부 등 수많은 위원회들이 생겨났다. 하지만 전자정부특위를 제외하고는 제 역할을 한 위원회는 거의 없다. 심지어는 전자정부특위가 정보화추진위가 해야 하는 핵심프로젝트 선정과 각 부처간 업무를 조정하는 작업을 동시에 수행하기에 이르렀다. 일부에서는 차제에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하나의 틀을 마련해 묶을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나아가 정통부·행자부·기획예산처의 역할분담도 조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 현재 우리나라 정보화정책은 국무조정실 경제행정조정관실, 정통부 정보화기획실, 행자부 행정관리국 행정정보심의관, 청와대 정책기획수석비서관실 등이 조정하고 있다. 하지만 해당 조직들이 정보화를 전담하지 않거나 전문지식이 부족해 문제로 지적된다. 물론 정보기술을 행정개혁에 접목시킬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없다는 점도 마찬가지 이유다.

 전자정부 추진주체도 문제다. 전자정부사업이 종합적인 행정개혁의 관점에서 정보기술을 이용해 행정혁신을 이룩해야 하는데 추진체계의 불명확성과 부처이기주의에 밀려 부처별 사업에 치중하고 있는 상황이다. 정통부는 전자정부를 국가 전반의 정보화사업으로 보고 있는 반면 행자부는 행정정보화사업을 전자정부 사업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부처간 업무조정을 위해 전자정부특위가 생겨났겠느냐는 자조섞인 얘기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더구나 현재 외형적으로 전자정부의 구현업무는 행자부에 있는 것처럼 보이나 예산과 기술의 부족으로 정통부나 예산 관련부처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혁신과 행정개혁 기능의 경우 기획예산처가 갖고 있다는 점 때문에 이를 위한 행자부의 부처 장악력도 생기지 않는다. 정통부의 프로젝트매니저(PM) 역할을 각 부처가 인정하지 않고 있다. 결국 행정개혁의 추진과 정보기술의 활용노력이 이원화돼 있어 전자정부의 목적중의 하나인 행정개혁 또한 제대로 될 리 없다는 지적이다.

 <박승정기자 sjpar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