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gain IT]품질로 승부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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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T 품질경영이야말로 새로운 IT코리아 신화창출의 출발점이다.” “IT품질을 정면으로 돌파하지 않고 우리는 더이상 IT강국을 자처할 수도, 그 가능성을 찾을 수 없다.”

 좀 극단적이게 들릴 수도 있는 이런 주장은 그러나 더이상 이론적인 문구가 아니다. 실제 지난해 국내 IT시장에서 급부상한 IT품질론은 그 출발이 늦은 것만큼이나 빠른 전파가 예상되며 국내 IT산업 전반에 품질경영 운동을 확산시킬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은 지난해 국내 정부출연기관으로는 처음으로 ‘ISO9001:2000’ 인증을 획득, 연구기관의 경쟁력 향상에 큰 전기를 마련했다고 자평하고 있으며, 소프트웨어 및 시스템통합(SI) 분야에서는 미국 카네기멜론대 소프트웨어공학연구소(SEI)의 SW프로세스 평가모델인 CMM 레벨 인증획득이 경쟁력 척도의 새로운 준거틀로 등장하며 치열한 우위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ISO9001이나 CMM 레벨은 인증기관이 다르고 성격이 다소 차이가 있지만 모두 품질에 관련된 인증이라는 점에서 동일한 분야의 주제가 부각되고 있는 셈이다.

 민간기업의 이같은 관심에는 품질경영을 확산하고자 하는 정부 움직임도 한몫 작용하고 있다.

 정통부는 지난해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 산하에 소프트웨어공학센터를 설립, CMM 보급과 IT 관련기업들이 CMM 인증을 좀더 쉽게 획득할 수 있는 지원사업을 본격 시작했으며, 정보산업연합회는 CMM의 도입 활용전략을 전수하는 IT-QM(품질경영) 전략과정을 개최하는 등 IT품질 향상에 대한 기업의 인식제고를 위해 발벗고 나섰다.

 또 한국표준협회는 지난해 상반기 임내규 산업자원부 차관과 경제5단체, 각 기업체의 품질담당 임직원 등 정부 및 재계 관계자가 참석한 가운데 ‘품질경영중앙추진본부 출범식’을 갖고 세계 초일류 품질수준을 확보하기 위한 결의를 다졌으며, 산업자원부도 산업경쟁력 제고를 위해 경제5단체와 공동으로 기업경영환경개선 대책을 마련하는 가운데 품질경영을 포함시켰다.

 민간 IT기업 사이에서 불고 있는 이같은 품질경영은 일반적으로 그간 제조분야에서 논의되던 제품의 품질경영을 고려할 때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일반 제조기업들이 일찌감치 6시그마 운동을 벌이는 등 품질경영을 기업경쟁력 척도의 최우선순위로 꼽고 있는 것과 비교할 때 때늦은 감이 없지 않아 있다.

 그렇다면 새삼 이 시기에 IT품질경영이 대두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현재 거론되고 있는 품질경영에서 주목할 것은 품질경영이 단순 결과물의 수준을 논하는 차원에 앞서 ‘프로세스’, 즉 소프트웨어나 IT 프로젝트 개발과정이라는 보다 근원적인 부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점이다.

 국내 IT역사는 그 역사성에 비해 빠른 발전을 거듭해왔다. 정부 차원의 초고속정보통신망 구축과 PC보급, 이동통신시장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 등으로 어느 경제 선진국보다 앞서 있는 IT인프라를 갖게 됐다. 이런 객관적 환경과 맞물려 소프트웨어나 SI산업도 큰 폭의 성장곡선을 그려왔다. 문제는 내수시장 위주로 외형적 성장에 치우치다보니 해외시장으로 눈길을 돌리는 시점에서 우리가 간과했던 근원적인 한계에 부닥치고 있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우리가 스스로 산출한 결과물에 대한 품질을 담보할 근거가 부족하다는 점이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국내에서 진행되는 대부분의 프로젝트는 완성돼 실제 잘 돌아가는 지 여부를 보기 전까지는 구체적으로 과정을 보여주기 어렵고, 혹 제품이 개발되거나 프로젝트 완료 후에 발생하는 문제가 있어도 그 문제가 어디서 비롯된 것인지 정확하게 알아내지 못하고 있다.

 ‘건축공학’을 한 예로 들자. 보통 건물이 하나 세워지기까지는 도면설계부터 부문별 재질선정과 공사진척에 대한 타임 스케줄이 한눈에 파악할 수 있을 정도로 미리 설계돼 있게 마련이다. 부실공사나 공사진척도가 늦어지는 원인에 대한 사전·사후평가 모두 이 프로세스 확인을 통해 이뤄진다.

 소프트웨어나 SI 역시 이와 다를 수 없다. 제대로 된 프로세스를 따르지 않거나 프로세스 자체가 투명하게 확인되지 않는다면 개발 시스템의 수준을 정확히 진단할 수 없을 뿐 아니라 해당 시스템의 수정, 업그레이드가 매우 어려워져 진정한 노하우로 축적하기 어려운 것이 당연하다.

 결국 국내 IT산업의 진정한 경쟁력은 내수시장뿐 아니라 대외시장에서도 신뢰받는 경쟁력을 갖춰야 하는데 우리 기업들이 바로 이런 프로세스에 대한 질향상에서 문제를 풀겠다는 의지를 갖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결국 IT업계에 품질경쟁력 갖추기는 치열한 내수시장에서 차별화할 수 있는 수단인 동시에 해외시장 진출을 고려할 때 필요조건으로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로 다가서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그러나 품질은 하루아침에 향상되지 않는다. 특히 그것이 프로세스 차원에서 접근된다면 보다 근원적인 혁신작업을 전제로 하고 있다. 내부적으로 무엇이 문제인지 철저히 파악해 해결책을 찾고 이를 전사원에게 확산시켜 근본부터 개혁하는 일은 중장기적으로 진행해야 한다. 특히 SI의 경우 내부 프로세스 혁신이 뒷받침된 전직원의 참여가 전제될 때 IT 프로세스에 대한 품질을 담보할 수 있다.

 <신혜선기자 shinhs@etnews.co.kr>

 

 ◆인터뷰: 강교철 센터장<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 산하 소프트웨어공학센터>

 

 “IT기업 혹은 IT기업이 생산해낸 제품의 품질경쟁력을 가늠하는 척도는 곧 IT프로세스 수준입니다. 생각해보세요. 품질은 제품을 만드는 과정에서부터 시작되는데 비효율적이거나 잘못된 프로세스를 개선하면 납기일이 줄어들고 결국의 제품의 부가가치를 향상시킬 수 있지 않겠습니까. 품질개선, 이에 앞선 프로세스의 개선은 비용절감의 첫발이자 제품경쟁력을 확보하는 첩경입니다.”

 SW프로세스 평가모델인 CMM 인증의 국내 보급확산과 인식제고를 위해 지난해 초 설립된 소프트웨어공학센터 강교철 센터장의 IT 프로세스 개선에 대한 인식론은 자못 심각하기까지 하다.

 IT프로세스는 개별적인 특정 프로젝트가 아닌 기업 자체의 개발 노하우, 접근방법론의 수준으로 이어진다. 강 센터장은 “해외시장에 진출하고자 시도를 해본 국내 IT기업이라면 모두 이런 품질경쟁력을 가늠하는 IT프로세스에 대한 국제적인 평가에 직면해 쓰라린 패배를 경험한 적이 있을 것”이라 말한다. 최근 들어 활발해진 IT업계의 국제적 품질인증 CMM 획득노력은 바로 IT프로세스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과 글로벌 스탠더드를 요구하는 해외시장의 주문이 직접 작용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더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미국이나 일본지역 수출에 주력하고 있는 유명 소프트웨어 업체나 SI업체들이 경쟁적으로 한 단계 더 높은 CMM 인증을 받으려고 하는 것도 바로 현실적인 이유 때문이라는 의미다.

 지난 연말 기준 국내 기업의 CMM 수준은 포스데이타가 전사차원에서 4등급을 받고 삼성SDS 첨단소프트웨어공학센터가 최고등급인 5등급을 인증받는 등 9개 IT기업이 3등급 이상의 인증을 받았으며 연내 15여개 기업이 3등급 이상의 인증을 받기 위해 심사를 진행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강 센터장은 “지난 2000년 포천지가 선정한 500대 기업의 3분의 1 이상이 인도 SI업체에 소프트웨어 개발 및 운영을 아웃소싱하고 있고 그 기업들 대부분이 CMM 등급 인증을 이미 보유한 기업이라는 점은 시사하는 바는 크다”며 “비록 경제선진국과 비교해 CMM 인증 보유기업이나 수준이 다소 떨어지지만 올해 국내에서 CMM 평가를 할 수 있는 선임심사원이 다수 배출될 것으로 기대되고 기업들의 인식도 크게 향상되고 있어 빠르게 증가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다.

 특히 강 센터장은 프로젝트를 발주하는 기업들의 인식도 바뀌어야 함을 강조한다. 발주처가 프로젝트를 관리할 수 있는 능력이 함께 향상돼야 시장이 국내 IT산업의 경쟁력이 바뀔 수 있다는 것이다. 아직 명확한 제도로 도입돼 있지는 않으나 정부에서도 일정 시기 CMM 보급·확산기간을 거쳐 프로젝트 발주시 CMM 인증을 보유한 기업에 가산점을 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만큼 수요처나 IT기업 모두 CMM에 관심을 가져야 할 필요성이 강해지고 있다.

 그러나 강 센터장은 “CMM 인증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이를 통해 무엇을 얻을 것인가에 대해 경영층 차원의 명확한 인식이 전제돼야 한다”며 “조직의 개발업무 프로세스를 개선한다는 것은 경영혁신의 자세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혜선기자 shinhs@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