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gain IT]유비쿼터스시대의 서막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유비쿼터스 네트워크의 장래비전

 집 밖에서 손에 찬 시계를 이용해 인터넷에 접속해 날씨를 알아보고 집안에 있는 난방기의 온도를 원격으로 조절한다.

 이같은 일은 더 이상 공상과학 영화에서나 접할 수 있는 환상이 아니다. 반도체와 이를 내장한 전자기기의 성능은 하루가 다르게 향상되는 반면 가격은 급격히 떨어지고 있는 데다 무선 인터넷의 보급도 활성화되는 등 유비쿼터스 컴퓨팅 구현을 위한 환경이 점차 갖춰지고 있는 것이다.

 유비쿼터스는 단순히 컴퓨팅 환경을 개선하는 것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인류의 사회 문화까지 송두리째 바꿔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의 트론(TRON) 프로젝트를 주도해 세계의 주목을 받은 바 있는 도쿄대 사카무라 켄 교수는 저서 ‘유비쿼터스 컴퓨팅 혁명’을 통해 ‘선진국의 경우 저성장 사회로의 이행이 가속화되고 있는데 유비쿼터스 컴퓨팅은 지속적 성장이 가능한 순환형 시스템의 정착을 가능하게 해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즉 유비쿼터스 환경하에서는 정보습득과 활용이 최적화돼 소모성 자원의 효율적인 사용이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일례로 지능형 도로와 지능형 자동차간의 효율적인 정보교환이 이뤄지면 가솔린의 낭비를 최소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밖에도 최적의 냉난방 및 조명 시스템 가동, 기능형 쓰레기통 등을 이용한 자원 재활용 및 폐기물의 최소화, 낭비적인 노동의 감소로 인한 경제활동의 효율성 제고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사카무라 교수는 또 유비쿼터스 컴퓨팅이 대량 생산의 획일적인 ‘하드와이어드’ 사회를 개개인의 다양성에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는 ‘프로그래머블’ 사회로 탈바꿈시켜줄 것으로 보고 있다. 예를들면 각 개인이 자신의 신체조건에 관한 정보를 담은 휴대기기나 ID카드를 소지하면 컴퓨터가 이를 인지해 최적의 정보와 환경을 제공하기 때문에 노약자, 장애인, 환자 등 신체적 약자들도 큰 불편 없이 사회생활을 영위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유비쿼터스가 새로운 화두로 떠오르면서 세계 각국과 글로벌 기업은 유비쿼터스에 대한 대대적인 투자와 연구에 나서고 있다.

 특히 미국 등에 비해 IT분야에서 한발 늦은 일본은 정부차원에서 유비쿼터스를 역전의 지렛대로 활용한다는 복안을 세우고 있어 주목받고 있다.

 일본 총무성은 지난해 6월 민간과 대학, 정부 관련부처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유비쿼터스 네트워크 포럼을 발족시킨 데 이어 11월에는 올해 예산에 유비쿼터스 기반 기술 확보를 위한 예산을 포함시켰다. 총무성이 예산을 요청한 분야는 100억개의 단말기를 연결할 수 있는 초소형 칩 네트워킹 프로젝트, 비접촉식 IC카드에 부착하면 어떤 PC나 단말기도 자신 개인용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해주는 ‘무엇이든지 내 단말기 프로젝트’, 건물내외 어디에서든 네트워크에 연결되는 ‘어디서든 네트워킹 프로젝트’ 등 3가지로 일본 정부는 오는 2005년까지 관련 요소기술을 확보한다는 목표다.

 이밖에 소니, 샤프, NEC, 히타치, NTT, NTT도코모 등 업체별 독자 프로젝트를 추진되고 있다.

 미국의 경우도 AT&T, IBM, 마이크로소프트, 인텔, 액센추어, 제록스, 휴렛패커드 등 유수의 IT기업과 MIT 미디어렙 등과 같은 대학연구소들이 유비쿼터스 컴퓨팅기술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일본 총무성내 ‘유비쿼터스 네트워크기술의 장래전망에 관한 조사연구회’가 예측한 유비쿼터스 시장 규모는 파급효과를 포함해 오는 2005년까지 무려 30조3000억엔(약 303조원)에 달한다. 분야별로는 네트워크 10조5000억엔, 전자상거래 7조3000억엔, 서비스 6조2000억엔, 단말기 5조5000엔, 플랫폼 8000억엔 등이다. 특히 연구회는 2010년에는 규모가 배 이상으로 늘어나 84조3000억엔(약 843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으며 분야별로는 전자상거래 34조4000억엔, 서비스 24조2000억엔, 네트워크 14조9000억엔, 단말기 7조8000억엔, 플랫폼 3조엔 등이다.

 업계에서는 유비쿼터스 시대를 앞서가기 위해서는 기술 개발 이외에도 ITU 활동 등 표준화를 위한 정부차원의 적극적인 지원과 미국·유럽·아시아 각국 등과 연구개발 및 국제화 표준분야의 연계 등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하고 있다.

 또 유비쿼터스 컴퓨팅 사회의 실현을 위해서는 네트워크의 안정성이 우선적으로 확보돼야 하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는데 인터넷 상용화 이후 크래킹, 바이러스 등 사이버 범죄가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 걸림돌이다. 실제 미국의 경우 사이버 범죄 대응에 들어가는 경비가 연간 250억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유비쿼터스 시대 열렸다 

 유비쿼터스 시대의 개막은 생각보다 가깝게 다가왔다.

 세계 최대의 소프트웨어 업체인 마이크로소프트(MS)의 빌 게이츠 회장은 지난 11월 열린 컴덱스 기조 연설에서 ‘SPOT(Smart Personal Object Technology)’를 새로운 화두로 제시했다. SPOT의 스마트 오브젝트는 인터넷 기능을 구현해 언제, 어디서나 온라인에 손쉽게 접속할 수 있도록 해주는 알람시계, 부엌용 전자기기, 스테레오 장비 등과 같은 소형 전자기기. 즉 유비쿼터스를 다르게 표현한 것으로 전세계 IT산업에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인물 중 하나인 게이츠가 유비쿼터스 시대의 본격적인 개막을 선언한 셈이다.

 MS측은 SPOT가 구현된 제품이 내년초부터 시장에 본격적으로 등장할 것이라면서 MS가 기본 소프트웨어를 제공하고 또 현재보다 에너지 효율이 뛰어난 프로세서와 각종 유무선 네트워킹 기술들이 스마트 오브젝트에 탑재될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 내셔널세미컨덕터의 회장겸 CEO인 브라이언 할라도 같은 행사 기조연설에서 “향후 수년내 대다수의 사람들이 반도체가 들어간 수백에서 수천개의 전자기기를 소유하게 될 것”이라며 현재 개발중인 SPOT 기반 반도체를 소개했다. 그는 당시 “사실상 생각할 수 있는 모든 기기에 거의 돈을 들이지 않고 이 칩을 내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SPOT는 수년전 IT 업체들 사이에 큰 관심을 모았으나 호응을 받지 못하고 사라진 인터넷 접속 단말기인 ‘인터넷 어플라이언스’와 유사한 개념이다. 99년 컴덱스에서 MS는 ‘MSN 웹 컴패니언’이라는 인터넷 서핑이 가능한 인터넷 어플라이언스를 공개했고 이어 컴팩컴퓨터를 비롯한 여러 PC 업체들이 이 기기를 들고 나왔지만 몇 개월만에 시장에서 사라지고 말았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SPOT의 경우 인터넷 어플라이언스가 주목을 받던 당시와는 시장 환경이 다른 상황에서 나온 것이어서 성공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PDA 등의 모바일 정보기기와 지능형 휴대폰, 디지털음악 분야의 발전 등이 시장 개화에 도움을 줄 것이라는 것이다. 더구나 와이파이 무선 네트워크 시장의 급격히 성장하고 있으며 TV나 스테레오 등을 생산하는 가전 업체들이 USB포트와 PC카드를 제품에 내장하기 시작했다는 점도 좋은 징후로 여겨지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MS가 비록 ‘스마트 오브젝트’ 프로그램을 이끄는 주요 세력이지만 이 제품의 제조와 제품 디자인 그리고 브랜드 작업 등은 하드웨어 업체들에 맡겨 세력확산에 나설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유비쿼터스란 무엇인가 

 유비쿼터스는 라틴어로 ‘언제 어디서나 있는’을 뜻하는 말로 사용자가 컴퓨터나 네트워크를 의식하지 않는 상태에서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네트워크에 접속할 수 있는 환경을 의미한다.

 지난 98년 이 용어를 처음으로 사용한 미국 제록스 팰로앨토연구소의 마크 와이저 소장은 유비쿼터스 컴퓨팅이 메인프레임, PC에 이은 제3의 정보혁명의 물결을 이끌 것이라고 주장한다.

 유비쿼터스 네트워크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정보기술(IT)의 고도화가 전제돼야 한다. 컨버전스 기술의 일반화, 광대역화, IT 기기의 저가격화 등 없이는 모든 기기에 통신 능력을 부여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다.

 유비쿼터스 시대가 열리게 되면 자동차, 가정, 실외 등의 다양한 공간에서의 IT 활용이 늘어나고 네트워크에 연결되는 컴퓨터 사용자의 수도 늘어나는 등 IT산업의 규모와 범위는 더욱 커지게 될 전망이다. AOL의 조사에 따르면 현재 PC 사용자의 43%는 통상적인 네트워크의 접근범위 내에 들어 있지 않은 상황이다.

 유비쿼터스 네트워크를 위해서는 모든 전자기기에 컴퓨팅과 통신 기능이 부가돼야 한다. 또 이를 위해서는 각 전자기기가 고유한 주소를 가져야 하며 유선 혹은 무선을 통해 광대역 네트워크에 접속될 수 있어야 한다. 이같은 문제는 최근 관심을 끌고 있는 IPv6기술이나 홈네트워크기술 등이 해결해줄 것으로 기대된다.

 IPv6는 인터넷의 주소 부족을 타개하기 위해 만들어진 새로운 인터넷 주소체계로 32비트의 주소체계로 이뤄진 현재의 인터넷은 주소 고갈의 상황에 직면했다. IPv6는 기존 주소 체계의 4배인 128비트로 주소를 구성하기 때문에 주소의 숫자가 사실상 무한대에 가깝기 때문에 지구상의 모든 기기에 독립적인 주소를 부여할 수 있도록 해준다.

 유비쿼터스는 아직 개념 도입 단계에 있기 때문에 세계 유수의 IT 업체들이 시장 주도권 장악을 위해 세워 놓은 복안도 천차만별이다.

 일례로 마쓰시타는 홈네트워크의 구성을 통한 가정내 유비쿼터스 구축에 주력하고 있으며 히타치는 유비쿼터스의 관건이 정보보호라고 보고 시큐리티 기술 분야에 집중하고 있다. 또 소니는 각 기기간의 호환성 구축을 통한 자유로운 정보교환의 측면에서 관심을 보이고 있으며 MS는 가정용 정보단말기인 ‘미라’라는 컨셉트를 들고 나와 유비쿼터스 컴퓨팅의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황도연기자 dyhw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