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업계 2002년 ‘천태만상’

 ‘말도 많고, 탈도 많고.’

 올 게임업계는 숱한 화제로 술렁거렸다. ‘리니지 18세이용가 판정’ ‘온라인게임 한류열풍’ ‘CEO 세대교체 바람’ 등 각종 사건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갑론을박 뜨거운 논쟁이 벌어지는가 하면 각종 소문과 루머가 난무했다. 올 한해 게임업계의 화제를 천태만상으로 정리해본다.

 ◇하루 만에 뒤바뀐 ‘리니지’ 판정=올해 게임업계 핫뉴스는 단연 ‘리니지 파동’이다. 18세 성인등급 판정으로 야기된 ‘리니지 파동’은 산업과 윤리 논쟁을 떠나 숱한 화제를 낳았다. 특히 하루 만에 ‘리니지’ 판정이 뒤바뀐 것은 두고두고 뒷말을 남겼다. 사건의 발단은 게임을 일부 수정한 ‘리니지’를 재심의하면서 영등위가 ‘심의물 불량’ 판결을 내린 것. 하지만 이 판단은 하루도 지나기 전 영등위가 ‘오판’으로 인정하면서 해프닝으로 막을 내렸다. ‘마녀사냥식 등급분류다’ ‘신중에 신중을 기한 결과다’ 등 설전이 이어졌다.

 ◇CEO 줄줄이 물갈이=새내기 게임업체 둘풍의 주역인 웹젠 이수영 전 사장과 그라비티 김학규 전 사장이 CEO 자리에서 물러난 것도 많은 화제를 낳았다. 잘 나가던 CEO가 돌연 회사를 그만둔 배경에 많은 의혹이 증폭됐다. 두 사람은 공히 개인적인 사정을 사유로 제시했지만 조직의 알력다툼에서 밀렸다는 게 정설로 굳어지기도. 웹젠 이수영 전 사장은 회사를 떠나며 “웹젠이 성장하기까지는 무수히 많은 안팎의 진통이 있었다”는 알듯 말듯한 말로 이를 대변했다. 이어 CEO 교체바람은 인포그램코리아·코에이코리아 등 외국계 게임업체들로 이어져 게임업계에는 한때 ‘논공행상’ 열풍이 불기도.

 ◇한류열풍 허와 실=국산 온라인게임이 중국시장을 싹쓸이하면서 신문지상에는 ‘게임에도 한류열풍’이라는 제목이 심심찮게 등장했다. 업계에서는 한때 ‘중국 못가면 바보’라는 우스갯소리가 돌 정도로 중국진출은 하나의 유행이 되기도. 하지만 로열티 송금을 차일피일 미루는 중국 파트너가 늘어나면서 ‘차이나드림’은 점점 회색빛으로 퇴색됐다. 한때 모 업체가 로열티로 현금 대신 마늘을 받았다는 웃지 못할 소문까지 나돌아 ‘중국 주의보’는 극에 달하기도.

 ◇본격 성인게임 등장=본격 성인 온라인게임을 표방한 액토즈소프트의 ‘A3’의 등장은 업계를 잔뜩 긴장시킨 뉴스. 그도 그럴 것이 게임 서비스에 앞서 공개된 여자 캐릭터 ‘레디안’은 뭇남성의 눈을 단번에 사로 잡을 만큼 미끈한 몸매를 과시했기 때문. 하지만 실상 공개된 게임은 선정성과는 다소 거리가 먼 게임이라 실망을 안겨주기도. ‘레디안’ 캐릭터는 이후 다른 게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줘 신작 온라인게임 포스터 대부분이 비키니 차림과 비슷한 여자 캐릭터로 둔갑하기도. 게임업계의 때 아닌 ‘성 상품화’ 논란도 빚어졌다.

 ◇게이머들 화났다=‘미군장갑차 여중생 사망사건’은 올해 온 나라를 분노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온라인게임을 즐기는 게이머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게임 곳곳에서 사이버 촛불시위가 벌어지는가 하면 검은 리본을 단 추모행렬이 이어지기도. 이에 앞서 동계올림픽에서 미국선수 오노가 할리우드 액션으로 한국 김동성의 금메달을 앗아갔을 때도 게임속 미국 반대시위는 인산인해를 이뤗다.

 ◇게임은 중매쟁이=올해에는 게임을 즐기다 백년가약을 맺은 커플이 잇따라 젊은 게이머들을 설레게 했다. 올해초 PC게임 ‘디아블로’로 결혼에 골인한 커플이 처음 탄생한 이후 온라인게임 ‘라그하임’ ‘헬브레스’ 등에서도 백년가약을 맺는 커플이 속속 탄생했다. 몇몇 온라인게임에서는 한중 사이버 결혼식을 이벤트 형식으로 개최, 젊은 게이머 확보에 열을 올리기도.

 ◇끊임없는 표절시비=게임업계의 베끼기·따라하기 구태는 올해도 끊이지 않아 ‘옥에 티’로 남았다. 이른바 ‘폭탄게임’을 둘러싸고 빚어진 원조논쟁은 ‘슈팅게임’으로 옮겨갔고 급기야 저작권을 놓고 업체간 법정싸움을 벌이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최근에는 모 게임포털의 ‘맞고’라는 2인용 고스톱 게임이 인기를 끌자 너도 나도 ‘맞고’라는 게임을 개발, ‘맞고 전성시대’를 맞기도. 개발자들은 ‘얼마나 잘 베끼느냐가 실력’이라는 말로 이같은 세태를 풍자할 정도.

 <장지영기자 jya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