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IT문화를 만들자](45.끝)에필로그

 에필로그

 정보기술(IT)이 우리생활 깊숙이 들어오면서 많은 변화가 발생하고 있다. 인터넷은 새로운 사이버 문화를 만들었고 이동전화단말기는 데이터 통신과 결합하면서 정보교환의 중요한 수단으로 떠올랐다. 주식시장도 인터넷과 만나면서 데이트레이더라는 신종 직업을 만들었고 간단한 인증절차만 거치면 은행 업무도 자유자재로 처리할 수 있다.

 미군 장갑차 사고로 사망한 여중생을 추모하기 위해 시작된 촛불시위는 새로운 IT문화의 파워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한 시민이 인터넷에 올린 글이 도화선이 된 촛불시위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문화가 어떻게 접목되고 있는지를 보여줬다. 이젠 시위에도 IT문화가 자리잡고 있는 듯하다. 지난 월드컵에서도 인터넷은 ‘대∼한민국’ 거리 응원단을 모으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번 대선에서도 IT는 사이버 선거문화를 정착시켜 대선주자들이 오프라인 못지 않게 온라인을 통한 유세에 열을 올렸다. 문제점도 없지 않았지만 이번 대선은 정치도 새로운 IT문화의 영역으로 들어오는 계기가 됐다. 바야흐로 새로운 IT세상이 열리고 있는 것이다.

 전자신문은 올 한해 45회에 걸쳐 ‘신 IT문화를 만들자’라는 기획코너를 연재하면서 IT가 문화와 세상을 어떻게 바꾸고 있는지를 조명하고 올바른 IT 문화를 정립하고자 노력했다. 특별취재팀을 구성해 개인·집·학교·기업을 누비며 새로운 IT문화를 생생하게 전달했다. 취재의 어려움도 없지 않았다. 내부적으로 새롭게 만들어지는 IT문화에 대한 의견이 엇갈려 난상토론을 벌인적인 한두번이 아니었다. 전혀 새로운 분야다보니 취재원을 확보하는 일도 쉽지 않았다.

 많은 어려움 속에서도 올바른 IT문화의 기틀을 다지기 위한 문제지적과 함께 대안을 제시했다. 정보격차를 해소하고 온라인 채널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자는 주문도 했다. 정부와 민간단체의 역할분담도 논의됐다.

 독자들의 관심도 높았다. 특히 IT 도입으로 기업문화에 많은 변화를 겪은 기업들은 취재팀에 전자우편 등을 통해 새롭게 기업의 IT문화를 정립해가는 방법과 방향에 대해 많은 문의를 해왔다. 민간단체들은 정보격차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 사이버 범죄나 스팸메일 같은 주제도 이슈거리였다.

 신 IT문화라는 문제 제기는 사회적 관심과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장애인들의 정보 접근권이나 농어촌과 도시의 정보격차는 하루빨리 해결돼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대도 형성했다. 전자정부 구축도 눈여겨 지켜봤다. 게임중독 문제도 비중있게 다루었으며 여성과 노인들의 정보격차 해소도 모색했다.

 지금도 새로운 IT문화가 형성되고 우리의 삶을 바꾸고 있다. 새로운 IT문화 창조는 이제부터인 셈이다. 이번 연재는 새로운 IT문화를 똑바로 보고 어떻게 적응할 것인지에 대한 단초가 될 것이다. 앞으로도 전자신문은 새롭게 형성되는 IT문화에 대해 지속적인 관심을 갖고 끊임없는 문제제기를 할 것이다.

 <특별취재팀>

 

참석자

이창희 차장(팀장), 황도연 기자, 김익종 기자, 이병희 기자, 김원배 기자, 이호준 기자, 박지환 기자, 류현정 기자

 

 방담

 ◇이창희 기자=전자신문은 1년간 총 45회에 걸쳐 ‘신 IT문화를 만들자’는 주제로 새롭게 형성되는 IT문화에 대한 논의의 장을 마련했습니다. 100명이 넘는 IT 전문가와 정부 및 업계관계자들이 직간접적으로 참여했습니다. 참신한 기획이라는 평가도 받았습니다. 1년 동안 현장에서 발로뛰며 변화하는 IT문화를 체험한 기자들과 그동안 성과와 미진한 점을 논의해봅시다.

 ◇황도연 기자=취재하면서 한국의 IT 인프라가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말이 전혀 과장이 아니라는 점을 실감했습니다. 전국 곳곳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는 PC방을 필두로 동사무소나 우체국 등에 설치된 무료 정보이용 시설 등 우리나라에는 언제 어디서든 누구나 손쉽게 인터넷에 접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 있습니다. 더구나 초고속 가입자수도 1000만을 돌파해 집에서도 항시 인터넷 접속이 가능한 상황입니다.

 ◇이병희 기자=모든 것이 그렇듯 신 IT문화가 양면의 칼과 같다는 점을 취재과정에서 더욱 자세히 알게 됐습니다. 개인이나 기업이 잘 사용하면 좀더 풍요로운 생활과 업무 효용성 제고가 가능하지만 그렇지 않을 때는 오히려 독이 되기 때문이죠. 예를 들면 신 IT문화가 공동체의식을 파괴한다는 단점도 있지만 최근 미군 장갑차 사건으로 인한 파장 등을 고려해보면 새로운 인간관계와 더불어 새로운 문화도 만들어나갈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이호준 기자=IT를 가장 적극적으로 도입하는 곳이 다름아닌 기업이라는 점에서 신 IT문화를 만들기 위한 기업의 노력을 살펴본 것은 의미있는 작업이었습니다. 시리즈를 통해 수평적인 의사교환이 가능한 신 회의 문화, 인터넷을 통해 서로의 지식을 공유하는 지식관리시스템(KMS), IT를 기반으로 글로벌기업으로 성장한 성공사례 등 긍정적인 현상은 물론 새로운 문화에 대한 인식 차이로 인해 나타나는 신구세대 직원간 갈등, 무리한 정보화 추진이 낳은 비효율적인 과잉투자 등 IT문화의 허상까지 고루 알아볼 수 있었습니다.

 ◇김원배 기자=4부 ‘시민과 국가가 나서야 한다’를 통해 올바른 IT문화를 건설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개인이나 특정단체의 힘이 아니라 이를 결속시킬 수 있는 시민이나 국가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을 재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비록 신 IT문화 건설을 위해 반드시 협력해야 할 관계임에도 실제로는 대결 양상을 띠고 있는 시민과 정부간 인식차이를 확인한 것은 안타깝기도 하지만 이번 시리즈를 통해 제기된 문제점을 고쳐나간다면 앞으로 두 세력간에 건설적인 관계를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류현정 기자=우리나라는 세계 최고의 IT인프라를 자랑하다보니 IT의 긍정인 면과 부정적인 면을 세계 어느 나라보다 먼저 경험하고 고민하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정보화 혁명이 전세계에서 점진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필연적인 역사의 한과정이라고 본다면 신 IT문화 정립은 비단 우리나라만의 숙제가 아닐 것입니다. 우리나라가 세계적으로 정보선진국으로서의 입지를 유지해 나가려면 초고속인터넷 가입자수도 중요하지만 신 IT문화를 정립해 모범을 보이는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됩니다.

 ◇황도연=그러나 이같이 IT 인프라가 갖춰진 상황에서도 정작 당장 떠오르는 우리의 IT 키워드는 게임중독, 스팸, 음란채팅, 언어폭력 등 부정적인 것이 대부분입니다. 이같은 상황에서 본지가 기획한 연중 기획 ‘신 IT문화’는 한국의 IT업계와 정부, 이용자 등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의를 찾을 수 있습니다.

 실제 이번 취재과정에서 PC방 업계 단체인 한국인터넷PC문화협회측에서는 본지의 기획의도에 대해 공감을 표했습니다. 이 협회는 기자에게 PC방에 대한 부정적인 세간의 우려를 불식시키고 이를 사이버 사랑방으로 자리매김시키기 위한 다양한 복안을 갖고 있으며 언론의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이병희=신 IT문화의 장점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사회 인프라 측면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더군요. 관련 법규도 그렇거니와 신 IT문화 정착을 위한 교육에서부터 전문인력 부족, 관련부처의 예산부족 등이 시급히 해결돼야 할 것 같습니다. 프라이버시 침해권과 관련한 현 법규를 보면 너무 두루뭉실하게 제정돼 있습니다.

 사안마다 구체적으로 법규를 만들어야 합니다. 또한 전문가들이 너무 부족합니다. 취재과정에서 해당 사안에 대해 조언을 들을 수 있는 전문가가 부족하다는 사실을 여실히 느낄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특히 정부 관련부서의 예산부족도 큰 문제로 여겨집니다. 지금까지 정보화라는 이유로 신 IT문화 확산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제는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기 위한 대외홍보 및 교육예산을 시급히 확충해야 할 때라고 봅니다.

 ◇황도연=사이버 국토의 대동맥인 인프라가 충분히 갖춰진 만큼 이제는 사이버 고속도로를 달릴 유용한 콘텐츠를 확보하는 것이 시급합니다. 또 이에 못지 않게 사이버 상에서 벌어지는 각종 사화문화 현상을 바람직한 방향으로 이끌어내기 위한 민간·기업·정부 등간의 컨센서스가 이뤄져야 합니다.

 ◇류현정=정부·학계·산업·민간 등의 총체적인 노력을 통해 건전한 콘텐츠 유통문화를 창출하고 다양한 방법을 통해 정보격차를 줄이는 등 신 IT문화를 만들어가는 노하우를 축적해간다면 IT강국 코리아의 위상은 더욱 높아질 것입니다.

 ◇김익종 기자=신 IT문화는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앞으로 어떻게 만들어가느냐에 따라 우리에게 약이 될 수도, 독이 될 수도 있습니다. 문화를 상업적인 잣대로 평가할 수는 없지만 신 IT문화는 기업들에도 큰 기회가 될 것입니다. 디지털강국 코리아는 단순히 인프라만으로는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산·학·연을 위시해 정부까지 참여해 새롭게 형성되는 IT문화를 국가경쟁력 강화의 길로 이끄는 방안에 대해 고민해야 할 시점입니다.

 <정리=박지환기자 daeba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