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케이블TV` 파문

한시적 비표준 장비 도입 역설

정보통신부의 디지털케이블TV 기술자문기구인 디지털유선방송추진위원회 박승권 위원장(한양대 교수)이 국가표준으로 정해진 오픈 케이블방식의 의무도입에 관해 상용화장비 출시 부재를 이유로 비표준장비를 한시적으로 도입해야 한다고 밝혀 파문이 일고 있다.

 현재 피츠버그대학에 교환교수로 미국에 체류중인 박 위원장은 최근 각 위원들에게 보낸 문건을 통해 “우리나라가 2002년까지 도입키로 했던 디지털케이블TV는 2003년말까지는 ‘상용화되고 인증되고 안정된’ 오픈케이블 기반의 셋톱박스가 없어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며 기존 입장과 다른 주장을 폈다.

 디지털유선방송추진위원회는 정통부,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 장비업체들과 함께 오픈케이블방식의 디지털케이블TV규격을 국가표준으로 강력히 권고해 왔으나 투자주체인 케이블TV사업자들은 오픈케이블방식 상용화장비 부재를 이유로 한시적 유예를 제기하는 등 갈등을 빚어왔다.

 박 위원장은 이어 “위원회가 처음부터 오픈케이블의 국내도입을 정보통신부에 권고했고 이의 고수를 위해 노력해온 것은 사실이나 현실은 정반대”라며 “올 연초만 해도 국내 장비업체가 2002년말쯤에는 오픈케이블방식의 디지털케이블TV 상용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주장했으나 개발추진과정, 인증과정, 방송장비로서의 특수성을 고려한 안정성면을 고려한다면 2003년말이나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이같은 입장변화에 대해 “이달초 미국 애너하임에서 열린 국제 케이블TV 관련 기술 및 장비 전시회인 웨스턴쇼와 미국 케이블TV기술 인증기관인 케이블랩스 참관이 결정적 계기가 됐다”고 부연했다.

 박 위원장은 특히 “미국의 오픈케이블 인증기관인 케이블랩스를 한국방문단이 방문했을 때 현지주재 한 연구원이 오픈케이블방식의 핵심 미들웨어 규격인 OCAP에 대해 ‘2003년말에도 불가능해 보인다’며 한국내 현실과는 전혀 다른 의견을 내놓았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디지털유선방송추진위원회의 상당수 위원들은 오픈케이블방식 도입의 한시적 유예 주장을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으나 TTA와 일부 장비업체들은 오픈케이블방식의 의무도입을 지속적으로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디지털유선방송추진위원회는 내년 1월말 위원회를 열어 최종 입장을 정리, 정통부에 전달할 예정이나 현재 상태에서는 오픈케이블방식이 아닌 비표준장비를 한시적으로 도입할 수 있도록 하는 유예방안이 신중하게 검토되고 있다.

 한편 정통부 관계자는 “기술자문위원회인 디지털유선방송추진위원회의 의견과 디지털케이블TV 사업자들의 의견을 최대한 수용해 방침을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시룡기자 srcho@etnews.co.kr

 유병수기자 bjor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