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반도체경기의 더딘 회복징후에도 불구하고 내년도 국내 반도체 및 LCD 업계는 역대 최고 규모의 설비투자를 단행할 예정이어서 관련 장비업계가 사상 최대 호황을 맞을 전망이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반도체 및 LCD장비의 대형 수요처인 삼성전자·LG필립스LCD·하이닉스반도체 등이 내년 설비투자 규모를 사상 최고 수준으로 책정하고 있어 국내는 물론 해외 관련 장비업체들의 매출호조가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내년 반도체부문에서 경기도 화성에 건설중인 300㎜ 페이즈1 완공과 LCD 분야에서는 천안에 진행중인 5세대 6라인(1100×1300㎜) 구축 등 올해 4조900억원보다 35% 가량 늘어난 5조5000억원 수준의 설비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이는 또 삼성전자가 역대 최대 설비투자를 단행했던 지난 2000년보다 많은 규모다.
LG필립스LCD 역시 내년에 추가 5세대 라인(P5, 1100×1250㎜) 증설에 1조4000억원을 투자하기로 확정했다. 지난 2001년과 2002년 2년에 걸쳐 5세대 P4(1000×1200㎜) 라인 신설에 1조6000억원을 투자한 것을 감안하면 LG필립스의 내년도 투자예정금액은 연간 단위로는 사상 최대 규모가 될 전망이다.
하이닉스반도체는 채권단의 채무 재조정 확정 이후 경쟁력 유지를 목표로 설비 업그레이드에 나설 경우 지출할 금액이 내년에 1조3000억여원대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또 만약 300㎜ 신규라인 투자에 나선다면 하이닉스반도체의 총 시설투자금액은 2조9000억원대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결국 이들 빅3의 내년 총 투자금액은 최소 8조2000억원, 최대 9조8000억원에 이르며, 충북 상우공장 증설 등에 최소 3100억원을 지출할 예정인 동부아남반도체를 합할 경우 총 투자금액은 더욱 늘어나 관련 장비시장은 사상 최대의 호황기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장비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재 반도체 및 LCD장비 자급률이 각각 15%와 35% 수준이어서 내년에 장비업체들이 거둬들일 수 있는 매출은 1조8000억∼2조원 규모로 추산된다”고 말했다. 실제 대부분의 장비업체들은 내년 초부터 경기가 급격히 호전될 것으로 보고 매출목표를 올해 대비 최소 20∼30% 이상, 최대 두배 이상으로 늘려 잡았다.
장비업체의 한 관계자는 “올해는 3분기 실적 저조로 인해 당초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연간 실적을 올릴 수밖에 없었지만, 내년에는 LCD업계의 설비투자 경쟁이 더욱 가열되고, 반도체부문도 300㎜ 투자가 본격화할 것으로 보여 전망은 매우 낙관적”이라고 말했다.
<최정훈기자 jhchoi@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