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훈 산업기술연구회 이사장 whpark@koci.re.kr
최근 회자되는 6T는 6개의 기술(테크놀로지)을 의미한다. 즉 정보기술(IT)·생명기술(BT)·나노기술(NT)·환경기술(ET)·우주기술(ST)·문화기술(CT)을 말한다.
국가과학기술기본계획(2002∼2006년)에 의하면 국가전략과학기술개발의 3개 부문, 즉 △미래유망신기술의 선택적 집중개발 △전통주력산업의 신기술 접목과 핵심기술 개발 △공공복지기술 개발 중에서 첫번째 미래유망신기술의 선택적 집중개발 대상으로 6T가 열거됐다. 좀더 자세히는 6T 분야의 총 361개 기술 중 전략적 우선순위 설정을 통해 77개 중점개발기술을 도출해 선택적 집중적으로 개발하는 것으로 돼 있다.
가끔 혼동을 일으키는 것은 미래유망신기술에는 6T가 전부냐, 그리고 6T는 곧 전부 미래유망신기술이냐 하는 데서 비롯된다. 첫째, 6T 중 IT를 예로 든다면 IT라고 하면 이미 정보통신산업에 고착된 기존 기술도 포함돼 IT 전체가 미래유망신기술은 아님이 분명하다. 둘째, 미래유망신기술에는 6T 외에도 신소재기술 같은 것이 있음으로 6T만이 미래유망신기술이 아니라는 것이다. 나노기술에는 물론 재료신기술이 포함되기는 하나 나노기술은 IT와 BT 등을 뒷받침하는 공통핵심기술이기 때문에 차원을 달리한다고 봐야 한다.
더구나 앞으로의 신기술은 IT·BT·NT의 융합에 의해 일어나기 때문에 6T라고 전통적 방식에 따라 구획하는 것 자체가 의미를 잃게 되고 말 것이다. 따라서 미래유망신기술과 6T는 동의어가 아니고 6T는 6개의 중요 기술분야로만 봐야 합리적이다.
사실 6T라는 말은 우리나라에서만 널리 쓰이고 있다. 물론 6T 중 4T는 선진국마다 그 중요성을 인정해 기술분야별로 각개의 독자적 국가전략으로 지원하고 있다. 이들 4T는 IT·BT·NT·ET다. 여기서 ET를 한국에서는 환경기술로 부르고 있으나 외국의 예는 에너지 및 환경기술로 명칭하고 있음이 다르다. 한국의 나머지 2T인 ST·CT는 우리만의 특징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ST는 최고 선진국에서는 ST라는 상표없이 추진되고 있다. CT는 정말 한국의 신조어다. IT강국으로서 그 기초 위에 문화산업을 신장하려는 한국의 의지가 표현된 것이라고 본다.
6T라는 단어 사용의 짧은 역사를 추적해보면 처음에는 산업자원부의 인력개발 중요성 논의에서 4T가 대두됐고, 교육인적자원부·과학기술부가 협조해 4T 분야 국가인력개발계획이 국가과학기술위원회에 보고됐다. 과학기술부는 별도로 4T에 2T를 추가해 과학기술개발계획을 수립했고, 이 안이 국가과학기술기본계획에 흡수돼 미래유망신기술의 선택적 집중개발로 6T의 세부기술까지 도출된 것이다. 기본계획 수립 작성 중에도 용어 정의에 있어 혼선이 있을 가능성이 인지됐으나 6T 계획에 대한 이미 국가과학기술위원회 보고가 완료됐기 때문에 ‘미래유망신기술(6T)’이라는 함의로 신축적으로 쓰이게 됐다.
그러나 기본계획 수립 후 과학기술부가 역점사업으로 추진해 국민의 정부에서 과학기술부 최대 작품으로 칭송되는 국가기술지도(NTRM)에서는 6T라는 용어를 찾을 수 없게 됐다. 10년 후 한국의 산업이 필요로 하는 기술수요를 예측하고 이 기술의 지장없는 활용을 위한 기술 획득 및 개발 전략과 개발 이정표가 국가기술지도라면 과거의 연장선상에 있는 6T라는 틀 안에서 기획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앞으로 국가기술지도가 국가연구개발계획 수립 및 수행에 지침으로 사용될 것임이 자명하므로 6T의 굴레에서 벗어나야 함은 당연하다.
6T의 인기가 미래유망신기술 개발과 신산업의 중요성을 범국민적으로 각성시켜 국가과학기술연구개발 예산지원에 큰 몫을 하고, 이제 6T는 역사의 뒤안으로 물러나고 있다.
6T를 ‘T브러더스’라는 뮤직그룹에 비유한다면 6T를 감상하기가 더욱 쉽지않을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