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평균 500만명의 메신저 이용회원을 확보한 한국 마이크로소프트 MSN. 마케팅업무를 총괄하고 있는 최경란 과장(29)은 지난 4월을 결코 잊을 수 없다고 말한다. 한 회원의 제안으로 시작된 중국 동포 백혈병 어린이 왕뢰군 돕기 행사가 회원들로부터 뜻밖의 큰 호응을 얻으면서 포털 전체를 크게 뒤흔들었다. 소년 왕뢰의 안타까운 사정은 입소문이 아닌 메신저를 타고 회원들 사이에 빠르게 확산됐다. 곧이어 온정을 담은 답지와 작은 정성이 쏟아져 들어왔다. 그는 메신저와 인터넷 포털이 가진 위력에 새삼 놀랐다고 말한다. 지난 가을에 열린 수해현장 돕기 이벤트도 기업에 남는 행사다. 수해현장으로 떠나는 출발 당일, 새벽 공기를 가르고 나타난 40여 메신저 이용자들의 모습에 가슴이 뭉클했다. 수시모집 합격생부터 50대 아줌마까지, 그날 그가 확인한 MSN 메신저 이용자층은 정말 다양했다.
“물론 MSN이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포털사이트라는 지적은 맞아요. 하지만 수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기 때문에 사회에 공헌할 수 있는 공간으로서 여지도 많다고 생각해요. 큰 사회적 반향은 없었지만 MSN 포털과 메신저가 지난 1년 동안 사이버 공간에서 나름대로 새로운 가치와 문화를 조성하는 데 한몫을 한 것은 분명합니다.”
최경란 과장이 마케팅업무와 처음 인연을 맺은 것은 지난 96년. 대학 졸업 후 사회에 첫발을 내디딘 그가 선택한 직업은 광고대행 업무였다. 손꼽히는 광고대행사인 다이아몬드베이츠·화이트 등에서 대기업 PR업무를 담당하며 경력을 쌓았다. 그런 그가 올해 초 5년 동안의 광고계 생활을 끝내고 MSN사업부에 안착했다. 그는 당시 MSN을 새 꿈을 펼치기에 가장 적합한 둥지로 판단했다고 회고했다.
“광고나 마케팅 모두 ‘무엇을, 어떻게, 경쟁력있게 팔 수 있나’라는 것이 공통된 화두죠. 더군다나 디지털 사회로 접어들면서 시대의 흐름이 온라인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잖아요. 온라인에서 한번 승부를 걸어보고 싶었어요.”
그는 입사 후 줄곳 MSN 메신저가 MSN 포털의 ‘킬러서비스’로 자리잡히도록 눈코 뜰 새 없는 시간을 보냈다. 다음이 한메일, 프리챌은 커뮤니티, 네이버가 게임을 주력서비스로 제공하고 있다면 MSN은 하루평균 수백만명이 접속하는 메신저가 그 역할을 하는 셈이다. 최근 그는 메신저를 통해 개인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안을 고심중이다.
그는 틈만 나면 인터넷 사용자들의 취향과 그들이 겪는 불편이 무엇인지 고민하는 일이 버릇이 됐다.
“우선 사용자의 생각을 제대로 읽고 이를 고스란히 서비스에 반영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하지만 무한경쟁시대에는 사용자들보다 한발짝 앞서 시대의 흐름을 읽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예지도 갖춰야겠죠.”
<글=박근태기자 runru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