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삼성과 LG의 일등 경쟁

◆산업기술부·이중배기자 jblee@etnews.co.kr

 LG필립스와 삼성전자의 TFT LCD 크기 싸움이 점입가경이다. 자고나면 세계 기록이 바뀔 정도로 경쟁의 끝이 안보인다. 현 LCD기술의 한계라던 52인치벽도 LG의 개발소식이 나온 지 한 달도 채 안돼 삼성전자(54인치)에 의해 깨졌다.

 두 회사는 올들어 세계 기록을 놓고 수차례에 걸쳐 역전과 재역전을 반복했다. LG가 삼성의 40인치 기록을 42인치로 깨자 삼성이 바로 46인치로 맞불을 놓았다. LG가 다시 52인치로 반격하자 이번에는 삼성이 54인치로 응수한 것이다.

 세계 일등을 향한 삼성의 집념(?)은 54인치에서 더욱 빛(?)을 발했다. 현존하는 최대 LCD 라인인 5세대에서 개발할 수 있는 크기는 52인치가 한계라는 게 업계의 정설이었다. 삼성 역시 불과 몇 달 전 만해도 52인치 개발에 역량을 집중했다.

 그러나 LG가 먼저 52인치를 내놓자 삼성의 생각이 달라졌다. 어차피 최대 사이즈 제품은 세계기록이라는 명분이 더 크기 때문에 LG보다 늦게 52인치를 내놓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판단한 것. 삼성은 곧바로 54인치 개발에 총력을 기울인 끝에 2인치 가량을 늘리는 데 성공했다.

 삼성측 얘기대로라면 ‘숨어었던 2인치를 찾아낸 것’이다. 그러나 사실인즉 이는 삼성의 5세대라인(1100×1250㎜)이 LG 5세대(1000×1200㎜)보다 다소 크기 때문에 2인치 더 큰 제품을 개발한 것으로 어찌보면 당연한 이치였다.

 LG측는 실제 “조만간 1100×1250㎜의 5세대를 가동할 예정이어서 54인치 개발은 시간문제”라고 폄하한다. 결국 LG 역시 2위에 만족할 리 만무하다는 점에서 새로운 기록을 준비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삼성 역시 내년에 좀더 큰 5세대 라인을 준비중이어서 LG의 도전에 대비할 것은 자명하다.

 문제는 넘치면 화를 부른다는 점이다. 삼성과 LG의 최대 사이즈 기록경쟁은 실리보다는 명분을 쫓는 다분히 ‘대외용’이다. 따라서 경쟁이 과해 지나치게 정력을 낭비하는 것은 두 회사는 물론 국가적으로도 손해란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