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업계의 내부 시스템통합 전략이 내년에도 전사적자원관리(ERP) 패키지 도입보다는 자체 개발이 주류를 이룰 전망이다.
제약업계는 지난해 중순부터 개별업무를 통합해 업무 효용성을 높이기 위해 전사적으로 개별 업무시스템을 통합하는데 주력해왔다. 이 과정에서 관련업체들은 패키지 도입과 자체 개발에 의한 통합시스템 구축을 놓고 고심해왔다. 패키지 도입은 개발기간 단축과 일반업무의 표준화가 가능한 데 비해 자체 개발은 회사실정에 맞는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다는 점이 부각됐기 때문이다.
12월 말 현재 제약업체의 구축현황을 보면 패키지 도입보다 자체개발을 선호하는 경향이 두드러졌음을 알 수 있다. 지난해 제일약품의 ‘JIMS’, 보령제약의 ‘디젝스’ 개통 이후 제약업계에 본격적으로 불기 시작한 통합시스템 개발 바람은 올해도 제약업계를 강타했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올해 근화제약·경남제약·태준제약이 통합시스템을 구축했으며 현대약품·국제약품·동신제약·아주약품·수도약품 등이 현재 자체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반면 ERP 패키지를 도입한 곳은 삼성제약과 신신제약 2곳에 그쳤다. 이처럼 제약업체가 자체개발을 선호하는 이유는 제약산업의 유통구조가 복잡하고 업계관행이 너무 많다는 점에서 영업관리부문이 어렵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패키지를 도입한다 하더라도 영업관리부문은 별도개발이 요구돼 차라리 자체개발하는 것이 낫다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유유산업의 조치환 정보시스템실 실장은 “일부기업이 패키지를 도입했다고 하지만 실제로 회사실정에 맞게 재개발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제약업계에 적합하다고 마케팅을 벌이는 일부 IT기업의 솔루션도 한 제약업체에서 자체개발한 것을 솔루션화해 판매한다는 점에서 완벽한 패키지로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처럼 ERP 도입에 주춤하는 분위기는 대형 제약업체도 마찬가지다. 대형기업 가운데서도 ERP를 도입한 곳은 대웅제약뿐이다. 업계 1위 업체인 동아제약은 아예 내년에도 ERP 도입에 대한 계획을 갖고 있지 않다. 2위인 유한양행도 데이터웨어하우스 구축 완료시점인 내년 하반기나 돼야 ERP 도입을 검토할 계획이다.
수도권 제약사 정보시스템실장 모임인 제약정보지식협의회(PIKA)의 이태영 회장은 “ERP 도입시 자체 정보시스템 인력의 레벨업이 어렵다”며 “개발을 하게 되면 신개발 업무를 전수받는 등 자체 인력의 기술력도 향상된다는 점에서 중견 제약사들이 당분간 자체개발을 선호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이병희기자 shak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