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수탁생산(파운드리)업체들의 라인 가동률이 연초부터 상승세를 타고 있다.
2일 업계에 따르면 계절적 요인으로 연말·연초 수주량이 크게 감소할 것이란 예상과는 달리 파운드리업체들의 지난 12월 가동률은 약 70%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가동률은 지난해 3분기에 이어 계속된 현상으로, 특히 3∼4월을 겨냥한 선주문이 함께 몰려든 때문으로 보인다.
업계는 이동통신·디스플레이 분야의 재고량이 감소하면서 주문량이 늘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이같은 추세가 2분기까지 이어지면 반도체시장의 본격적인 회복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동부전자와 통합작업을 진행중인 아남반도체의 경우, 주 고객인 텍사스인스트루먼츠(TI)로부터 주문량이 늘어나면서 지난 12월에도 전체 생산능력의 70%에 육박하는 가동률을 보인 것으로 집계됐다. 또 1∼2월 주문량이 예상보다 증가하면서 예년과는 달리 신정 연휴 휴무를 없애고 3조 3교대 정상근무를 했다. 아남측은 이미 확보한 주문량을 바탕으로 3∼4월까지 라인 가동률이 꾸준히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동부전자의 충북 음성 상우공장도 주 고객인 도시바와 국내외 팹리스(FABless)업체들의 주문량 증가로 설립 이래 최고의 가동률을 보이면서 월 매출실적을 경신하고 있다.
동부는 이에 따라 총 10억달러를 투입해 단계적으로 0.13㎛ 장비 발주 계획을 일부 수정해 주문량이 몰리고 있는 0.18㎛ 공정에 장비를 추가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외국 파운드리업체들의 행보도 빨라지고 있다.
세계 최대의 파운드리업체인 대만 TSMC는 지난 11월 매출이 전달보다 다소 감소하기는 했지만 전년 동기대비 31.5% 증가하는 등 꾸준한 회복세를 보였으며 12월에도 엔비디아 등 주요 고객의 발주량으로 실적이 나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중국 SMIC와 일본 오키 등 후발업체들도 올해 시장회복을 겨냥해 생산능력을 확충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반도체시장 회복이 늦어지면서 연말께 한번 고비가 있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주문량이 급격히 줄어들지 않는 것은 좋은 징후”라면서 “지난 12월에 이어 1월까지 라인 가동률이 상승조짐을 보인다면 시장회복에 대한 가능성도 조심스레 점쳐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