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의 IT과제](1)디지털 콘텐츠산업 육성

사진; 작년 11월에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디지털콘텐츠·방송영상콘텐츠 국제견본시`

 디지털콘텐츠산업이 IT산업의 맥을 이을 핵심산업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세계적인 리서치기관들은 세계 디지털콘텐츠 시장이 연평균 28%에 달하는 고성장세를 기록, 올해 948억달러 규모를 형성하고 오는 2005년이면 1665억달러 규모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치를 내놓고 있다.

 또 정보통신부 조사자료에 따르면 국내 디지털콘텐츠 시장도 지난 2001년말 2조4000억원 규모를 형성한 데 이어 지난해는 3조3000억원 규모로 늘어난 것으로 추정되며 오는 2005년에는 9조원 규모를 형성하는 등 연평균 38.9%의 폭발적인 성장세를 기록할 전망이다.

 이같은 높은 성장세는 그동안 정보통신부, 문화관광부, 산업자원부 등 정부부처들이 디지털콘텐츠산업 육성을 위해 발벗고 나서온 이유다. 지금까지는 정보통신 인프라 구축과 서비스 등을 중심으로 한 IT산업이 국내 경제성장의 원동력이었다면 앞으로는 이처럼 가파른 성장곡선을 그리고 있는 디지털콘텐츠산업이 국내 IT산업을 이끌어 나갈 중심축이 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우리는 21세기 세계경제의 패러다임은 디지털과 인터넷을 배경으로 한 디지털경제로 전환될 것으로 예견하고 지난 수년간 정보통신인프라 구축에 매진해왔다. 초고속통신망과 이동전화 가입자가 각각 1000만명과 3000만명을 넘어서며 대부분의 국민이 정보통신 환경의 혜택을 누리게 된 것이 그 결과다.

 그러나 이같은 결과에도 불구하고 진정한 IT강국이라고 자부하기에는 아직 어렵다. 그릇의 존재가치는 그 자체가 아니라 그 안에 뭔가를 담아 둘 수 있다는 데 있듯이 그동안 구축해온 IT 인프라도 담아낼 콘텐츠가 있어야만 제대로 된 가치를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현실은 정보통신 인프라면에서는 미국이나 일본을 앞지를 정도로 발전했음에도 불구하고 콘텐츠 측면에서는 이들 국가에 크게 뒤져있는 상황이다. 벤처열풍이 불면서 인터넷 서비스 업체들이 우후죽순처럼 늘어나기는 했지만 몇년을 못버티고 문을 닫는 사례가 많은 것도 상용화할 만한 콘텐츠가 그만큼 부족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내의 경우 게임과 영화 등 몇몇 분야를 제외하고는 세계시장은 차치하고 국내시장에서조차 네티즌을 끌어모을 만한 콘텐츠가 나오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반면 미국이나 일본의 경우 언제고 디지털화만 하면 곧바로 상품화할 수 있는 콘텐츠가 너무나 많다. 이들 국가가 정보통신 인프라면에서는 한국에 뒤져있음에도 크게 걱정하지 않는 것도 이같은 까닭에서다.

 PWC 및 KOTRA 자료에도 우리의 세계 디지털콘텐츠 시장점유율은 고작 1.01%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는 세계시장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미국이나 1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일본과는 비교할 수 없는 수치다.

 하지만 이는 역설적으로 우리의 발전 가능성이 그만큼 크다는 사실을 의미하기도 한다. 실제로 최근 들어 국산 온라인게임과 영화가 세계시장에 속속 수출되면서 많은 외화를 벌어들이기 시작하면서 이같은 가능성이 충분히 현실화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한국이 진정한 IT강국으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이제 단순한 IT인프라 구축단계에서 벗어나 디지털콘텐츠산업을 집중 육성해야 한다. 조만간 출범할 신정부의 IT정책도 디지털콘텐츠산업 육성에 초점을 맞춰 균형있는 발전을 도모해야만 한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디지털콘텐츠 제작과 유통 및 소비에 이르는 전 과정에 걸친 저변확대 및 수출활성화가 시급하다. 양질의 콘텐츠가 많아야 이를 즐기는 사람이 많아지고 소비자층이 두터워야 양질의 콘텐츠를 만들기 위한 재투자도 이루어지며 이를 개발하려는 인력도 풍부해질 수 있다. 또 그 결실은 협소한 국내 시장보다는 광활한 해외시장에서 더 잘 나타날 수 있다.

 창의력을 갖춘 인력양성과 안정되고 신뢰성을 갖춘 유통체계 마련 및 기술·정보·자금 인프라와 체계적인 지원시스템 마련이 선행돼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국내 디지털콘텐츠 관련기업이 대부분 영세하고 원천기술 및 해외마케팅 능력이 부족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과감한 자금 및 세제지원이 필요하다. 또 대기업의 참여를 유도할 수 있는 다양한 정책마련도 강구해야 한다.

 여기에 그동안 중구난방으로 이루어진 정부차원의 지원과 법·제도를 일목요연하게 정비하는 작업도 조만간 출범할 신정부가 ‘정보통신 일등국가’를 실현시키기 위해서는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 가운데 하나다. 그동안에는 정통부와 문광부 및 산자부 등이 각각 별도로 지원정책을 펼치면서 중복투자라는 지적이 있어온 것은 물론 관련업계에 이중삼중의 규제로 작용하는 부작용이 생기기도 했다.

 또 심지어는 이같은 현상이 부처간의 ‘밥그릇 싸움’으로 비춰지면서 정부에서 오히려 산업발전의 발목을 잡는다는 비판이 있어왔다는 사실도 잊지 말았으면 한다. 

 <김순기기자 soonkkim@etnews.co.kr>

 

 <도움말 주신 분들>

 서병문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장, 김성일 문화관광부 문화콘텐츠진흥과장, 심상민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구문모 산업연구원 연구위원, 최혜실 KAIST 인문사회과학부 교수, 김창헌 고려대 컴퓨터학과 교수, 박지영 컴투스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