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 인터내셔널 CES]`디지털 정보가전` 미래를 본다

 첨단 기술과 결합한 디지털 정보가전의 발전방향과 신기술 및 신제품 동향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세계 최대 국제 가전박람회 ‘2003 인터내셔널 CES(Consumer Electronics Show)’가 9일 오전(현지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화려한 막을 올린다.

 올해로 35회를 맞는 이번 CES 행사는 9일부터 12일까지 나흘간의 일정으로 열리며 세계 각국의 2000여개 업체가 신제품을 출품해 기술력과 제품력을 겨룬다. 이번 행사에는 디지털컨버전스, 홈네트워킹, 무선기술, 홈엔터테인먼트 등 첨단 기술 및 제품이 대거 선보여 첨단 디지털기술의 대대적인 경연장이 될 전망이다. 특히 올해 CES에서는 홈 네트워크 구성을 통한 가정내 유비쿼터스 환경을 구축하는 제품과 무선기술, 게임 등이 높은 관심을 끌 것으로 보인다.

 이번 CES는 전세계 100여개국에서 1만여명의 전문가 및 10만명 이상의 해외 참관인들이 대거 참가할 것으로 예상돼 세계 최대 규모의 정보가전 전시회의 명성을 이어나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세계적으로 가전·컴퓨터·게임 등이 하나로 통합되고 첨단기술이 결합되는 추세인 데다 많은 기업들이 세계 최대의 전시회인 컴덱스쇼보다 CES에 높은 관심을 보이는 등 중심이동이 진행되고 있어 이번 전시회에 대한 관심은 그 어느 때보다도 높다.

 전시품목도 무선통신·게임·오디오·비디오·액세서리·광대역 기술·소비자 기술 네트워크·모바일 및 인터넷 등이 총망라되며 무선 관련기술과 전자게임 시장의 강세가 두드러질 것으로 예상된다.

 CES는 지난 1967년 뉴욕에서 처음 개최된 이후 지속적인 성장을 거듭, 현재 규모가 처음보다 7배 이상 확대됐다. 2002년에는 12만5000㎡의 전시공간에 2000여개사가 출품, 전시했으며 12만7000여명이 참관했다. 전시품목도 초기에는 가전제품 위주로 전시됐지만 최근 들어서는 전자제품 전반은 물론 컴퓨터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각종 통신기기까지 전시품목에 포함될 정도로 규모와 제품의 영역확대는 물론 전시회의 위상도 높아졌다.

 CES가 이처럼 발전을 거듭하는 것은 매년 열리는 전시회가 첨단 기술을 적용한 신제품의 ‘데뷔’ 무대역할을 함으로써 기술적인 성과는 물론 새로운 산업 자체를 생성시키는 중요한 장으로서 자리매김했다는 점도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했다.

 실제로 1970년 VCR를 시작으로 레이저디스크플레이어(74년), 캠코더(81년), CD플레이어(81년), 디지털오디오(90년), 대화형CD(91년), 미니디스크(93년), DVD(96년), HDTV(98년), PVR(99년), 디지털라디오(2000년), X박스(2001년) 등이 CES를 통해 첫 선을 보인 후 가전산업의 한 획을 긋는 제품으로 자리잡았다.

 이번 CES는 ‘당신의 일과 생활스타일의 원천(Your Source for Workstyle and Lifestyle)’이라는 주제로 주 전시장인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LVCC)를 비롯해 라스베이거스 힐튼호텔 등에 전시공간을 마련했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회장, 안도 소니 사장, 크레이그 배럿 인텔 회장, 톰 엔지버스 텍사스인스트루먼트 회장 등 세계적인 IT 거물들이 기조연설을 함으로써 전시회의 위상을 높이는 데 한몫 할 예정이다.

 주요 제품으로는 디지털TV, 특히 대형 평면TV와 홈시어터, 홈네트워킹, 디지털이미징, 무선통신 등 다양한 제품들이 테마별로 전시돼 관람객의 발길을 붙잡는다. 이들 주요 테마를 중심으로 100여개의 콘퍼런스가 진행될 예정이어서 첨단 기술의 세계적인 흐름을 짚어보는 기회가 될 전망이다. 특히 삼성전자와 LG전자, 대우전자 등 우리나라 전자업체들은 PDP TV와 LCD TV 등 대화면 평면TV 등 신제품을 대거 내놓아 뛰어난 기술력을 세계시장에 과시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행사에는 소니·필립스·파이어니어 등 세계적인 업체를 비롯해 국내 가전 3사와 이레전자, 청람디지탈, 디지털스트림테크놀로지, 매크로영상기술 등 40여개 중소기업이 참가한다. 이들 업체는 특히 독자 기술력을 기반으로 개발한 제품을 세계 시장에 선보임으로써 내로라하는 세계 유수의 기업들과 경쟁을 벌이고 나아가 수출 성과로까지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이들이 선보이는 제품은 주로 디지털TV, 차량용 DVD, PDA 등 모바일 제품이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CES를 주관하는 미국가전협회(CEA)측은 “소비자 전자제품 시장이 지난 2001년 9·11 테러 여파로 침체기를 겪다 최근 살아나고 있어 다양한 제품이 선보이는 이번 전시회에 많은 관람객이 모여들 것”이라며 이번 전시회에 대해 낙관적으로 전망하고 있다.

 실제 미국 소비자 전자제품 시장은 2001년 경기침체와 9·11 테러사태 등의 영향으로 2.7% 감소세를 보였으나 2002년에는 공장도 판매기준 2.9% 상승한 955억달러로 회복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미국 CEA가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미국의 소비자 전자제품 시장은 오는 2006년까지 연평균 4.9%의 성장을 지속해 1154억달러 시장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CES는 올해도 예년과 같이 최근 떠오르는 첨단 기술추세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도록 AV·게임·무선·모바일·홈네트워킹 등 기술별·제품별로 9개의 별도전시관(파빌리온)을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 내에 마련, 참관객들이 관심분야를 일목요연하게 관람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이번 CES 2003 행사는 세계 최대 규모의 가전제품 무역박람회이자 비즈니스 포럼으로 세계 각국의 2000여개사가 참여하고 각 분야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굵직굵직한 콘퍼런스가 마련돼 전자산업의 수준을 한단계 뛰어넘는 기회의 장이 될 전망이다.

 

 ◆세계IT산업전시동향 , 컴덱스에서 CES로 중심 이동

 IT산업을 주도해온 세계적인 무역박람회가 컴덱스에서 CES(Consumer Electronics Show)로 중심이동을 하고 있다.

 가전제품 및 기술을 위주로 진행됐던 CES의 위상은 점점 높아지는 반면 컴덱스는 전시회 규모가 점점 위축되고 있고 세계적인 업체들의 참여율도 낮아지는 등 초라한 모습을 보였다. 지난해 11월 열린 컴덱스쇼에는 소니를 비롯한 거대기업이 불참했으며 우리나라의 LG전자도 참가하지 않았다. 컴덱스의 파산 이야기도 공공연히 나오고 있을 정도다.

 반면 올해 35회째를 맞는 CES는 세계적인 기업들의 참여가 점점 늘어나는 데다 내로라하는 IT기업 CEO들의 기조연설이 이어져 CES의 위상강화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회장이 전시회 개막 전날인 8일,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기조연설을 시작하며 9일에는 구니다케 안도 소니 COO와 크레이그 배럿 인텔 회장이, 이어 10일에는 톰 엔지버스 텍사스인스트루먼트 회장이 각각 기조연설에 나선다.

 이처럼 IT업계의 거물들이 CES에 기조연설자로 대거 나선 것은 CES가 더 이상 가전업계만의 행사가 아니라 가전과 IT의 결합이 더욱 빠르고 강하게 이뤄지고 있음을 증명하는 것이다.

 이는 홈네트워킹과 디지털 컨버전스라는 새로운 테마가 IT와 가전업계를 동시에 지배하기 시작했고, 이들의 결합이 하나씩 제품으로 실체를 드러내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더욱 빛을 발한다.

 IT분야의 대표적인 기술로 관심을 모은 블루투스와 무선랜이 이미 오디오와 홈시어터 등 AV제품에 결합되기 시작했으며 PC에 데이터 저장고 역할을 하는 HDD를 내장한 셋톱박스와 DVD플레이어가 판매되고 있다. 또 마이크로소프트는 삼성전자· LG전자 등 국내 가전업체와의 전략 제휴도 점차 확대하는 등 홈네트워킹 분야에서 자사의 영향력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강화하고 있다.

 대표적인 가전업체인 소니와 IT업계의 거물 마이크로소프트의 영역확장이 지속되고 가전과 IT분야의 결합이 계속되는 한 CES의 영향력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전경원기자 kwju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