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신화를 만드는 사람들]전성환 이오넥스 사장

사진; 이오넥스 전성환 사장은 CDMA 모뎀칩과 소프트웨어를 국산화해 한국을 명실상부한 이동통신 강국으로 만들겠다는 일념에 차 있다.

 이오넥스 전성환 사장(45)은 승부사다. 퀄컴에 대응해 CDMA 휴대폰 모뎀칩과 프로토콜 소프트웨어를 국산화하겠다는 등 아무도 도전해 보지 않은 목표를 당당히 실천에 옮겼기 때문이다.

 우리나라가 세계 최강의 이동통신 대국이 되기 위해서는 CDMA 분야의 핵심 기술을 가져야 한다는 게 그와 40여명 이오넥스 임직원의 생각이다. 물론 이 목표가 실현되려면 그들이 심혈을 기울여 만든 cdma2000 1x 및 WCDMA 듀얼모드 모뎀칩이 현재 진행중인 상용화 테스트 단계를 마치고 3세대(G) 단말기에 장착돼 고객의 손에 들어가야 한다. 그 과정만 남아있다.  

 전 사장은 괴짜다. 70년대말 최전방 군복무 시절 연마한 ‘안되면 되게 하라! 돌격 앞으로!’의 정신을 바탕으로 일생을 전진, 또 전진해 왔다. 스탠퍼드대학 박사 출신으로 실리콘밸리에서 최고의 몸값을 자랑하던 마이크로세서 핵심 기술인력이었던 그가 애국심 하나로 귀국을 결심했을 때 주위에서는 모두 그를 ‘바보’라고 했다. 안정된 엔지니어 생활을 박차고 왜 나왔느냐는 것. 그는 그렇게 돌아왔다. 그리고 잘 나간다는 대기업 이동통신 연구개발 임원직을 맡았다 스스로 걸어나왔다. 치열한 시장에서 자신의 능력을 시험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앞날이 보장된 안정된 직장생활을 물리치고 그가 걷기로 한 길은 퀄컴이라는 거대한 공룡이 버티고 있는 CDMA 모뎀칩을 개발하는 벤처창업이란 가시밭길이었다. 그러나 그에게 돌아온 것은 깊은 우려와 차디찬 질시의 시선뿐이었다. 가능성보다는 불가능이, 격려보다는 한심하다는 주변의 반응이 더 우세했다. 하지만 그의 열정과 카리스마에 후배 엔지니어들이 하나둘씩 동참했고 이쯤 되자 아무도 그를 말리지 않았다.  

 지금 그는 IT업계 최고의 승부사가 되느냐, 아니면 자신의 기술을 맹신하는 몽상가가 되느냐의 양대 기로에 서 있다. CDMA 원천기술자인 퀄컴으로부터 받은 수백억원대의 주문형반도체(ASIC) 라이선스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날짜가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핵심칩을 개발하고도 원천기술에 대한 라이선스가 없으면 사업을 못하는 것이 우리네 이동통신기술의 현주소임을 그는 새삼 실감한다. 그러나 그는 늘 마음 한구석에 꿈을 담아두고 산다. “이 나라에, 후배 엔지니어들에게 희망의 나래를 심어주고 싶다고, 그리고 그 꿈은 이루어진다고.”

 승패를 판가름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말그대로 대박을 맞든지, 쪽박을 차든지 곧 결론이 날 일이다. 그렇지만 그와 이오넥스 임직원은 ‘CDMA 모뎀칩 기술 국산화’라는 엔지니어로서의 꿈은 이뤘다고 자부한다.

 그가 앞으로 이루고 싶은 개인적인 소망은 참한 사람을 만나 가정을 꾸리는 것이다. 20여년간 일에만 매달리느라 가정을 이루지 못했다. 그는 더 이상 일에 신경을 안써도 되는 날이 오면 친구들과 함께 세계 방방곡곡의 오지를 탐험하고 태평양 한가운데 무인도를 개척하고 싶다 했다. 그다운 발상이다.

 십년전 퀄컴이 그렇게 떠올랐듯이 그의 끝없는 도전정신이 이 나라의 한 숲을 이뤘으면 했다.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