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트리지에 장착된 스마트칩, 소비자 권익 침해 논란

 프린터용 카트리지에 장착된 일명 스마트칩이 소비자 권익을 침해할 소지가 많아 논란이 일고 있다.

 8일 프린터 및 소모품 생산업체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레이저 프린터 ML-8200, 한국HP의 레이저 프린터 4100·4600·5500·9000 시리즈, 신도리코의 블랙풋 LP-1600 레이저 프린터 등에 사용되는 토너카트리지에 스마트칩이 장착됐으며 이는 그동안 한국엡손의 잉크젯 프린터용 카트리지에만 장착되던 것으로 알려진 바와 달리 여러 업체에서도 폭넓게 사용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프린터 제조업체의 설명에 따르면 이 칩은 잉크 또는 토너의 잔량을 사용자에게 알려주고 품질상태를 확인하는 기능 등을 지원해 원활한 출력작업을 보장한다고 한다.

 하지만 실제로 사용자는 스마트칩이 장착된 카트리지에 잉크 또는 토너를 재주입해도 칩에서 보충량을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에 프린터는 작동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사용자는 저렴한 방법으로 잉크·토너를 다시 주입해도 자신의 프린터를 사용하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소비자는 프린터 구매시 잉크·토너와 같은 소모품에도 비용을 지불해 어떠한 방식으로든 사용할 권리가 있음에도 프린터 제조업체의 기술적 설계 때문에 원천적으로 저지당하고 있다.

 엡손 프린터를 사용하고 있는 대학생 이모씨(28)는 “잉크 충전방에서 칩을 초기화시켜 프린터와 작동할 수 있도록 조치해줬다”며 “충전방의 도움이 없었다면 프린터 제조사가 판매하고 있는 잉크카트리지 새 제품을 구입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소비자보호원의 한 관계자는 “카트리지 칩과 관련해 조사된 바는 없지만 소비자 입장에서 충분히 불만이 있을 만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현재 충전방뿐만 아니라 잉크·토너 리필제품을 생산하고 있는 업체들도 프린터와의 연동을 위해 칩을 수입해 장착, 소모품을 판매하고 있다.

 이에 대해 프린터 제조업체측은 소비자보호 차원에서 이뤄진 조치라고 주장했다. 신도리코 관계자는 “품질이 좋지 못한 토너 카트리지를 사용할 경우 프린터 본체에 문제를 발생할 수 있으며 결국 소비자 피해를 사전에 방지하고자 하는 차원에서 칩 장착이 시행됐다”고 말했다.

 한국HP측도 신도리코와 같은 이유로 칩을 장착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한국HP 관계자는 토너를 재주입할 경우 프린터가 작동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답변이다.

 이와 관련, 지난해 12월 유럽의회는 재생 및 재활용을 막는 기술적 디자인을 금지하는 내용의 법안을 통과시켰는데 이는 각종 제품 재활용 촉진 노력이 제품속에 반도체칩 같은 전자장치를 넣어 장비의 재사용이나 재활용을 막는 업체들 때문에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