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선(wireless)이 세계를 지배한다.’
전세계 전자·정보기술(IT)산업계를 관통하는 올해 최대의 이슈는 단연 ‘와이어리스’, 즉 무선통신이다. 모든 컴퓨팅기기를 언제 어디서나 인터넷과 연결하려면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는 무선통신기능을 갖춰야 하는데, 올해부터 보급이 본격화될 3세대 휴대폰은 음성뿐만 아니라 음악·영상·동영상 등 멀티미디어 데이터를 무선으로 주고 받는 기능이 필수적으로 탑재된다.
무선통신기능을 지원하는 무선주파수(RF:Radio Frequency)기술이 올해 주목받을 것으로 전망되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군사용으로 사용됐던 무선주파수를 상업용으로 개방하면서 본격화된 RF기술은 올해 휴대폰·무선랜 등의 보급확산으로 절정기를 맞을 전망이다.
문제는 현재 사용되는 무선주파수가 1.8∼5㎓로 대역이 높아 휴대폰이나 노트북이 수용할 수 있는 기저대역(baseband)으로 떨어뜨리기에는 무리가 있다. 때문에 그동안은 별도 부품과 필터를 사용해 고주파를 중간주파수(IF)로 한차례 낮춘 뒤 다시 저주파대로 변환시키는 방법을 사용해왔다. 송신에 필요한 증폭도 마찬가지로 IF대역을 거쳐야 했다. 이에 따라 IF용 칩과 이미지 제거 필터 및 표면탄성화(SAW)필터 등 주변부품이 필요해 원가부담 등 여러 문제점을 노출해왔다.
이같은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주요 통신용 반도체업체들이 내세우는 것이 바로 ‘RF 직접변환(direct conversion) 기술’. 이는 한마디로 IF를 사용하지 않고 반송파(carrier)를 기저대역으로 바로 변환시켜 관련 부품을 없애고 RF칩의 집적도를 높여 비용절감의 효과를 가져오는 첨단기술이다.
퀄컴은 이미 ‘라디오원(radio One)’이라는 기술로 IF대역의 부품을 없앤 RF칩을 내놓았으며 커넥선트·아날로그디바이스·인피니온 등이 이중상보성금속산화막반도체(Bi-CMOS) 공정을 이용한 유럽형이동전화(GSM) 및 코드분할다중접속(CDMA)용 송수신칩을 출시했다. 인텔·텍사스인스트루먼츠(TI) 등 종합반도체업체들도 마이크로프로세서(CPU)나 디지털신호처리기(DSP) 등에 이 기술을 적용해 무선통신기능을 갖춘 칩을 개발중이다.
최근 주목받는 한국계 벤처기업 지씨티세미컨덕터도 ‘RF 직접변환 기술’을 표준 반도체공정인 CMOS 공정에 적용, 특수 화합물 공정의 칩보다 집적도를 높이고 제조비용도 낮출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 회사는 이 기술력을 인정받아 최근 내셔널세미컨덕터 등 실리콘밸리의 대형 업체와 벤처캐피털로부터 대규모 투자를 유치하기도 했다.
지씨티세미컨덕터 이경호 CEO는 “모든 기기가 무선통신기능을 갖춘 시대가 곧 도래할 것”이라면서 “이를 위해서는 모든 반도체에 무선통신기능을 부여할 수 있는 ‘RF 직접변환 기술’을 누가 제대로 구현하느냐에 따라 승부가 갈리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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