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익종기자의 휴대폰 토크](1)"삼성 성공비결 알고 싶다"

 우리는 휴대폰이 생활필수품인 시대에 살고 있다. 하지만 휴대폰에 얽힌 산업의 이면이나 신화를 만들어가는 사람들 숨소리, 혹은 재미있는 기술적 원리들은 소홀히 넘긴다. 휴대폰을 전담하는 김익종 기자의 눈으로 본 흥미로운 휴대폰 이야기를 매주 연재, 그 매혹적인 세계로의 여행에 독자들을 초대한다.

  

 얼마전 핀란드 공무원이라는 사람으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그는 “유럽의 부품업체들로부터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에 관해 알고 싶다는 제의가 들어와 전화를 했다”며 삼성전자 휴대폰에 관해 이것저것 질문을 던졌습니다. 당혹스럽기도 했지만 그 핀란드 공무원이 한국 휴대폰산업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서울 주재원이라는 사실을 알고나자 만감이 교차했습니다. 핀란드는 IT의 마이크로소프트에 비견되는 절대강자 노키아의 본사가 있는 나라입니다. 그런 노키아가 최근에는 2∼3명의 본사 직원을 파견, 삼성전자를 비록한 국내 이동전화단말기업체들의 동향을 면밀히 파악하고 있다는 소식까지 들립니다.

 세계 랭킹 2위인 모토로라 내부에서는 아예 ‘삼성을 배우자’는 목소리도 나온다고 합니다. 고집스럽게 중저가 시장만 공략하다 위기를 맞은 모토로라로서는 삼성전자가 부러울 수밖에 없기 때문일 것입니다. 최근까지 모토로라에 임원으로 재직했던 모 인사는 “지상목표인 수익을 높이기 위해 경영진들이 삼성전자를 집중적으로 스터디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세상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불과 2∼3년 전만 해도 삼성전자는 초일류기업 노키아·모토로라를 배우려 동분서주했습니다. 국내 시장의 절반을 차지했던 모토로라를 따라잡기 위해 머리를 싸매기도 했고 세계 시장에 진출하면서 노키아의 성공전략을 밤새 연구해야만 했습니다. 삼성전자 고위관계자는 “5년 전 유럽에 상주하면서 노키아를 연구하느라 월평균 3∼4번 정도 핀란드를 드나들었다”며 “싸구려 제품이나 만들어 파는 회사라고 괄세도 많이 받았다”고 당시를 회고합니다.

 이들은 삼성의 수익성을 놀라워하지만, 시장을 리드하는 다양한 제품을 가장 부러워합니다. 노키아도 한해에 20∼30개 신제품이 고작인 판에 삼성은 100개를 넘게 선보입니다. 어디 삼성뿐입니까. LG·팬택계열·텔슨 등 여타 한국 기업들도 삼성과 어깨를 견주겠다고 난리입니다.

 전화를 걸어온 핀란드 공무원은 “조직이 가볍고 유동적이어서 조직도가 그려지지 않는다. 생산공장은 철저한 보안으로 접근조차 힘들었다. 임직원은 ‘목숨을 걸고’ 제품을 만들고 파는 것처럼 보인다”고 삼성전자를 평가하면서 “아직도 그 많은 모델을 누가 어떻게 만들어내는지는 의문”이라고 말했습니다. 한국의 ‘휴대폰 신화’는 이미 현실이 됐고 2003년 세계 휴대폰업계는 한국의 비결, 즉 ‘삼성의 비밀’을 캐느라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김익종기자 ij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