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휴대폰·PDA 등 디지털기기의 사용이 보편화되면서 예전에 기억하던 전화번호와 기념일, 중요한 약속 등을 잊어버리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이른바 ‘디지털 건망증’ 탓이다. 디지털기기의 힘을 빌리다 보니 아예 외우는 것을 기피하거나 외워도 금방 잊어버리는 증세가 나타난다. 전화번호 건망증은 디지털 건망증의 신호탄이다.
특히 디지털기기에 익숙한 10대 후반∼30대 중반 연령층에서 이러한 현상이 두드러진다. 일본에선 이를 ‘IT 멍청이’라고 부를 정도. 이들은 1+1 같은 간단한 셈도 습관적으로 계산기를 누른다. 머리 속에서 한 셈은 믿을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또 한자맹도 늘어간다. 옥편 한 권이 통째로 입력된 컴퓨터에서 ‘한자’키만 누르면 자동으로 원하는 한자가 뜨기 때문. 애창곡 역시 노래방기기 없인 부를 수 없다. 약속·기념일도 휴대폰의 알람기능에 의존하다 알람을 듣지 못해 낭패를 보는 경우도 많다. 기억력 감퇴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내려야 할 정류장이 어디인지 갑자기 기억나지 않거나 같은 사람에게 명함을 두 번 이상 건네거나 전화를 해놓고도 왜 했는지 잊어버리는 것도 디지털 건망증의 증세다.
디지털 건망증은 기계에 지나치게 의존, 창의적인 뇌운동량이 격감해 생긴다. 계산능력이나 기억력은 사용하지 않으면 자연히 쇠퇴한다. 기억이라는 뇌운동은 반복적인 훈련이 필요한데 각종 IT기기들에 의해 이런 뇌운동이 급격히 느려지고 있다. 디지털 건망증이 심해지면 자신이 무엇을 하려 했는지조차 잊어버리는 단계에 이를 수 있다.
이같은 건망증 치료법은 본인이 자각만 하면 의외로 간단하다. 일단 문장을 외워서 베껴 쓰는 훈련을 반복하면 뇌운동이 활발해져 기억력이 좋아진다. 또 의식적으로 직접 계산하고 전화번호나 기념일·약속시간 등도 외우도록 훈련하는 것이 좋은 예방법이다.
<자료=연세유앤김 신경정신과 htttp://www.ynkclinic.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