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 선언 소식이 반등을 시도하던 주식시장의 발목을 잡았다.
10일 주식시장은 미국 증시의 급반등 소식이 호재로 작용한 데다 전일 국내 증시 급락에 따른 반발매수세가 유입되며 큰 폭의 상승세로 출발했지만 북한이 NPT 탈퇴를 선언하면서 투자심리가 급격히 냉각됐다. 다만 외국인이 매수우위를 보이고 프로그램 매수가 유입되며 낙폭이 다소 진정됐다.
결국 이날 거래소 종합주가지수는 전일대비 2.04포인트(0.32%) 떨어진 628.36으로 마감돼 연중 최저치를 기록했다. 코스닥지수도 장초반 49선 돌파를 시도했지만 북한 NPT 탈퇴 선언 소식으로 급락, 전일보다 1.06포인트(2.20%) 하락한 47로 장을 마쳤다.
증시 전문가들은 북한 핵문제 악화로 당분간 본격적인 주가상승은 나타나기 힘들 것으로 전망했다. 상승하더라도 가격하락에 따른 일시적인 반등 수준에 불과할 것이란 설명이다.
지난 93년과 94년, 북한 NPT 탈퇴 선언과 서울 ‘불바다’ 발언 등이 있었을 당시 이러한 소식이 주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하지만 그 당시는 국내 증시가 대세 상승기였고 미국 정권도 온건한 대북정책을 견지했던 클린턴 정부였다는 점에서 현 상황과는 다르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김동욱 대신증권 연구원은 “부시 정부가 강경한 북한정책을 고수하고 있는 데다 이라크전 발발 가능성까지 엮여 있어 과거보다 증시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클 것”이라며 “단기적으로 수급 불안과 북한 핵 그리고 이라크 전쟁 관련 위험으로 시장이 급랭했던 지난 12월말 장중 주가저점인 613.76포인트가 1차 지지선, 2002년 연중 저점인 580선대가 2차 지지선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증시 전문가들은 투매에 나서는 등 과민반응은 자제할 것을 권고했다.
홍성욱 대우증권 연구원은 “북한 문제는 이라크 전쟁과 맥을 같이 하고 있기 때문에 종료 시점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며 “이 기간 다양한 협상카드를 구사하며 장세에 영향을 미치겠지만 대화에 대한 원칙에는 변함이 없어 과민반응은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조장은기자 jech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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