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기선기자 kssuh@etnews.co.kr
‘포실(Fossil)’.
9일부터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 최대 가전전시회 ‘CES’에서 최고의 주가를 높이고 있는 회사다.
포실은 시계업체로 출발해 안경과 각종 선물 등을 공급하는 업체로 유명하다. 따라서 그동안 정보기술(IT)과는 별다른 인연이 없었다. 그러나 포실은 최근 마이크로소프트(MS)가 개발한 소프트웨어(SPOT)를 채택한 손목시계를 이용해 간단한 메모(메시지)를 주고받을 수 있도록 해주는 정보단말기를 선보여 ‘포스트PC’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포스트PC는 말 그대로 개인용 컴퓨터(PC)의 뒤를 이를 제품을 의미한다. 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포스트PC는 주로 손에 들고 다니는 소형 컴퓨터(랩톱)를 떠올렸으나 그 후 컴퓨터의 크기가 더욱 작아져 PDA 등이 잇따라 개발돼 전세계에 보급되고 있다.
이들 제품 덕분에 우리는 이제 이동 중에도 인터넷 등을 통해 전세계 컴퓨터들과 자유롭게 자료를 주고받을 수 있게 됐다. 바로 언제 어디서나 컴퓨터를 사용할 수 있는 ‘유비쿼터스 컴퓨팅’ 시대가 우리 눈앞에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포실이 이번 전시회에서 선보인 손목시계는 유비쿼티스 기술이 더이상 막연한 개념이 아닌 구체적인 현실로 다가왔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워싱턴포스트 등 외신에 따르면 이번에 선보인 포실 손목시계의 기능은 아직 컴퓨터라고 하기에는 오히려 개인 일정 등을 기록·관리하는 메모장에 가깝다. 또 간단한 문자 메시지를 주고받는 통신기능을 보더라도 포실 손목시계는 (양방향) 무선호출기와 유사하다고 전문가들은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성능이 조금 떨어진다고 해서 손목시계 컴퓨터의 가치가 훼손되지는 않는다는 입장이다. 중요한 것은 언제 어디서나 통신을 주고받을 수 있다는 점이기 때문이다. 붙박이 컴퓨터가 몸에 걸치는 옷처럼 시계 형태로 쉽게 휴대하고 다닐 수 있다는 것만 해도 큰 장점이다. 특히 그것이 컴퓨터가 갖는 대부분의 기능까지 지니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가히 혁명이라 할 수 있다. 컴퓨팅 및 통신의 성능을 개선하는 것은 이제 시간 문제다. 칩의 성능은 날이 갈수록 향상되고 있다. 기술 자체는 곧 혁명과 다름없다.
세계적인 과학저술가 하워드 라인골드는 최근 펴낸 ‘똑똑한 군중(Smart Mobs:퍼세우스, 2002년)’을 통해 앞으로 손목시계는 물론 휴대폰과 PDA 등으로 초고속인터넷에 접속하면 이동 중에도 전세계에 연결되어 있는 컴퓨팅 자원을 마음대로 활용할 수 있는 시대가 우리 눈앞에 다가올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이제 SPOT기술은 시작에 불과한 것이다. 손목에 찬 슈퍼컴퓨터가 도래하는 것은 시간의 문제 외에 다른 것은 없어 보인다. CES 소식을 접하면서 그것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즐거운 일이다. 그것은 머지않은 장래에 우리의 삶을 한층 편리하고 윤택하게 할 것이기 때문이다. 기술 혁신은 언제나 우리의 엔돌핀을 돌게 하는 그 무엇이 있다는 것을 SPOT는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