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네트워킹의 개념이 바뀐다.’
12일(현지 시각) 막을 내린 미국 라스베이거스 국제가전전시회(2003 ICES)는 무선을 기반으로 한 홈네트워킹 분야가 새로운 트렌드로 급부상했음을 여실히 보여주는 현장이었다.
지금까지의 홈네트워킹 개념은 전력선통신(Power Line Communication)을 활용, 백색가전을 기반으로 에어컨 등을 원격으로 켜고 끄는 등 기본적 제어기능 중심이었다. 하지만 이번 전시회에서 세계적 업체들은 가정 내 각종 기기를 무선으로 연결해 데이터를 송수신하는 기기를 대거 선보여 홈네트워킹 개념의 확대추세를 실감케 했다. 게다가 기존 무선 홈네트워킹 개념의 주류던 에어컨을 켜고 끄거나 가스 밸브를 점검하는 등 생활에 필요한 기능보다 DVD나 TV 시청 등 엔터테인먼트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는 홈엔터테인먼트라는 요소가 크게 부각된 점이 특징이었다.
전시장에서 만난 미국의 한 AV 전문잡지 기자 알릭스 포터는 “무선을 이용해 AV데이터를 서로 다른 공간에 전송하는 AV센터 개념의 무선 홈네트워킹이 이번 쇼에서 가장 눈에 띈다”며 “파나소닉이나 삼성전자 등 세계적인 기업이 이 시장 선점을 위해 경쟁을 벌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시장조사기관인 인스탯도 802.11b(와이파이) 등 무선 홈네트워킹을 구현하기 위한 장비시장 규모가 2002년 600만대에서 3300만대로 계속 늘어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이번 전시회에서 홈네트워킹의 개념을 잘 표현한 기업은 마이크로소프트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자사의 OS와 각종 플랫폼을 기반으로 가정 내 기기를 모두 연결해 선없이 디스플레이기기로 TV 수신이나 게임 등을 즐기는 홈엔터테인먼트 모습을 시연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침실이나 거실 등 가정의 공간을 실제 모습처럼 꾸미고 802.11b를 기반으로 한 ‘스마트 디스플레이’를 이용해 인터넷에 접속하는 등 직접 홈네트워킹을 활용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삼성전자는 하반기 양산을 목표로 HDTV 수신과 DVD 재생, HDD 데이터 재생 등을 동시에 할 수 있는 ‘홈AV센터’를 이번 전시회에서 처음 선보였다. 홈AV센터는 하나의 기기에 HDTV튜너와 DVD플레이어, 40Gb HDD를 내장하고 이를 무선으로 각각의 공간에 동시에 쏘아주는 형태다. 이때 홈AV센터는무선규격인 802.11a를 적용, 리모컨으로 제어할 수 있다.
삼성전자와 유사한 형태의 제품도 나왔다. 파나소닉은 AV센터 역할을 하는 ‘AVC서버’를 이번 전시회에 내놨다. AVC서버에 TV수신 기능, DVD플레이어 등이 내장되고 802.11b를 통해 데이터를 각각 다른 기기로 보낸다.
파나소닉 관계자는 “AVC서버는 미래를 내다보고 개발한 제품으로 공식론칭 시기는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필립스는 역시 802.11b를 이용한 무선정보단말기 ‘프론토’를 소개했다. 데스크톱 서버에 연결해 단순히 디스플레이만 해주는 스마트 디스플레이에 비해 프론토는 OS와 하드디스크 등을 탑재하고, 액세스포인트만 있으면 스탠드얼론으로 동작이 가능하다는 점이 특징이다.
소니는 홈네트워킹 전략 ‘코쿤’에 대한 커다란 비전을 소개하며 향후 유비쿼터스 환경에 대비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펼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라스베이거스=전경원기자 kwju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