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인인증기관인 금융결제원이 용도제한(특별등급) 인증서의 활용범위를 포괄적으로 정하자 관련업계가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13일 공인인증 업계에 따르면 금융결제원은 지난해말 공인인증업무준칙(CPS)을 개정, 개인용 인증서의 종류를 범용 인증서와 용도제한 인증서로 구분 발급키로 하면서 용도제한용 인증서의 이용범위를 ‘금결원과 은행이 제공하는 서비스’로 포괄적으로 규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종전의 인터넷뱅킹뿐만 아니라 금결원과 은행이 제공하는 모든 서비스 영역으로 확대한 것이다.
이에 따라 한국증권전산·한국전자인증·한국정보인증 등 다른 인증기관들은 ‘사실상 용도제한이 거의 없는 인증서를 무료로 발급함으로써 시장질서 교란이 우려된다’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용도제한 인증서는 1년동안 1만원의 수수료를 받는 범용 인증서와는 달리 무료로 발급되는 것으로, 지금까지 금결원을 제외한 다른 인증기관들은 전자정부와 인터넷뱅킹 또는 사이버트레이딩 용도로 쓸 경우에만 무료발급을 인정할 수 있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이번에 개정된 금결원의 CPS를 그대로 적용할 경우 앞으로 인터넷뱅킹은 물론 지불결제·주택청약·지로·B2B·전자화폐·금융공동망 등에도 공인인증 서비스를 도입하기만 하면 금결원의 용도제한 인증서를 활용할 수 있게 된다. 더욱이 정통부는 공공성을 고려해 용도제한 인증서라고 할지라도 전자정부에는 사용할 수 있도록 한 바 있어 금결원의 용도제한 개인인증서는 사실상 사이버트레이딩 등 일부 서비스에만 적용하지 못할 뿐 대부분의 전자상거래 관련 서비스에 적용될 수 있다.
이에 대해 한 공인인증기관 관계자는 “범용인증서의 용도는 다양하지만 아직까지는 서비스 개발이 부진해 실제로 쓰이는 곳은 그리 많지 않다”며 “이런 상황에서 금결원이 용도제한 인증서의 활용범위를 포괄적으로 정한 것은 사실상 공인인증 시장을 독점하겠다는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인증업체 관계자는 “전자세금계산서의 경우도 범용 공인인증서를 사용해야 하지만 금결원은 용도제한 인증서를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며 “정통부가 나서서 공인인증업무 준칙을 공정경쟁 환경에 맞게 고쳐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업계의 이같은 지적에 대해 주무부처인 정보통신부의 한 관계자는 “공인인증업무준칙 변경을 요청할 수는 있지만 이는 인증업무의 안전성과 신뢰성의 확보에 지장을 초래하거나 가입자의 이익을 저해할 우려가 있을 때에 해당된다”며 “신중히 검토해봐야 할 문제”라고 밝혔다.
<박영하기자 yhpar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