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 사장단 인사 배경

 13일 단행된 삼성그룹 인사의 특징은 올해 삼성그룹의 경영방침인 ‘글로벌 경쟁력 확보’에 맞게 해외근무 경험이 많은 국제적 감각이 뛰어난 인사를 대거 발탁한 점이 꼽힌다. 양인모 부회장을 비롯해 이현봉·김인·이석재·이만수·김상기 사장 등 승진자 9명 중 6명이 해외 주재원 또는 지사장·법인장으로 해외 현지근무를 직접 경험한 해외파라는 점이 이를 뒷받침해주고 있다.

 또한 해외파 사장 승진자의 대부분을 50대 초반으로 구성한 것도 신구 CEO간 조화를 이루는 한편 최고 경영진의 면모를 역동적으로 개편함으로써 국내와 해외가 통합되는 미래의 싱글마켓 시대에 대응해 나가는 동시에 미래에 대비하고 기회를 선점할 수 있는 경영체제를 강화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그룹의 한 관계자는 “신임 사장단 대부분이 기업 경쟁력의 핵심인 첨단기술·영업 등 현장과 경영관리 분야에서 풍부한 실전경험을 쌓은 인물들로 급변하는 경영환경 속에서 변화의 흐름을 주도하고 선도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춘 전문가들을 경영일선에 배치했다”고 인사배경을 밝혔다.

 삼성전자의 경우 국내영업 분야에서 풍부한 경험을 쌓은 영업·마케팅 전문가인 이상현 사장을 중국본사 사장에 내정했다. 이는 전략 시장으로 성장한 중국에서의 내수판매 확대와 유통채널 정비를 통해 중국 내에 제2의 삼성을 만들어 갈 수 있는 기반을 다지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표명한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삼성전자 국내영업사업부 사장으로 승진한 이현봉 사장은 수출에서 잔뼈가 굵은 수출기획 전략 영업통으로 꼽히고 있다. 이번에 국내영업을 맡은 것도 이 사장의 글로벌 영업과 해외경영을 국내 영업과 접목시키려는 최고 경영진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다.

 또한 해외 근무경험과 대외 인맥이 풍부한 김인 호텔신라 부사장을 시스템통합(SI)업계 선두주자인 삼성SDS의 사령탑에 내정한 것도 이 회사의 제 2의 변신을 시도하기 위한 다목적 포석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삼성SDS가 그룹 구조조정본부의 의뢰로 한 외주 컨설팅회사로부터 각 사업분야 전략에 대한 컨설팅을 받은 결과 해외사업을 포함한 주요 분야의 사업 현황·전략들과 배치되는 부문이 적지 않았던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이석재 삼성전기 부사장을 삼성코닝정밀유리 신임 사장으로 승진시킨 것도 TFT LCD 유리를 전문으로 생산하는 삼성코닝정밀유리의 해외시장 진출을 앞두고 국제적 감각의 전문경영인 기용 필요성이 대두됐다는 후문이다.

 삼성정밀화학 사장대우로 승진한 이용순 전 삼성카드 부사장은 삼성전자, 화학, 중공업, 자동차, 카드 등 다양한 그룹 계열사와 비즈니스적인 협력이 필요한 삼성정밀화학의 업종 특성에 부응, 발탁됐다.

 금융 계열사 가운데는 삼성카드 이경우 사장의 경질이 눈에 띈다. 삼성카드 신임 사장에 삼성생명 유석렬 자산운용사업부문 사장이 내정된 것은 연체관리와 실적을 강조하는 그룹의 경영방침에 부합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이번 인사는 중폭의 승진인사임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 등 전자와 IT 관련 계열사를 대부분 빗겨감에 따라 일부에서는 승진인사가 한 번 더 남아 있는 것 아니냐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그동안 ‘인사설’이 무성했던 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이학수 구조조정본부 본부장 등이 모두 유임됐다.

 삼성은 이번에 신임 사장으로 내정된 CEO들을 회사별로 주총 등의 법적절차를 거쳐 대표이사로 선임할 예정이며 부사장 이하 임원인사는 14일부터 각사별로 발표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조만간 있을 임원 인사에서 이재용 상무보의 승진여부가 지난달 초 현대·기아자동차그룹이 정몽구 회장의 장남인 정의선 전무를 부사장으로 승진시키면서 본격화된 ‘재벌 3세 경영’과 맞물려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주문정기자 mjj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