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지사 수준에서 벗어나 글로벌 IT기업 지사의 면모를 갖출 때가 됐다.’
임기 내 매출목표 향상보다 기업문화 만들기에 주력하겠다는 각오를 밝혀 주목받은 유원식 한국썬마이크로시스템즈 사장이 전세계 지사 중 처음으로 본사 파견 프로그램을 만들어 화제다.
‘2세대 글로벌 매니지먼트 프로그램(2GMP)’은 매분기 실적이 우수한 중간관리자급 중 1명을 선출, 3개월간 본사에 파견하는 제도다. 파견인력들은 선마이크로시스템스 본사의 정책수립 과정과 기업 운영방식을 실제 체험함으로써 한국썬이 본사의 정책을 수용하는 데 있어 근원적인 이해를 돕는 역할을 하게 된다. 파견1호는 통신영업담당의 한일 상무로 이달 중 출국 예정이다.
유 사장이 이런 제도를 도입한 데는 한국썬이 글로벌 IT기업의 지사로서 면모를 제대로 갖추지 못했다는 인식에서 출발했다. 즉 본사의 정책과 기업 운영방식에 대한 공감대가 취약해 긍정적인 의미의 한국기업화가 아닌 단순 영업지사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300여명의 직원 대다수가 경쟁관계에 있는 IT기업 출신 위주로 구성돼 있어 직원간 단결력이 낮다는 점이나 한국썬의 고유한 문화 형성에 어려움이 있다는 점도 이 기회에 함께 극복하자는 의미가 담겨 있다.
이와 관련해 유 사장은 “외부영입 사장은 내가 마지막이 되도록 하자”는 강력한 의지를 표현했다는 후문이다.
회사 CEO가 단순 영업지사장 선발 수준에 있다는 점을 꼬집은 셈이다.
한국썬 관계자는 “이번 프로그램이 본사나 아태지역 근무의 기회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어 직원들도 환영하고 있다”며 “다국적IT기업 지사지만 국내 대기업과 같은 면모를 갖추고 있는 한국IBM이나 한국HP와 경쟁관계에 있는 우리 입장에서는 한 단계 도약할 시점인 것은 분명하다”고 밝혔다.
<신혜선기자 shinhs@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