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은 한국 문화콘텐츠의 우수성을 전세계에 알리는 해!’
국내 문화콘텐츠업체들이 해외시장에 진출하는데 있어서 가장 큰 애로점은 취약한 국가브랜드 인지도다. 한국이 미국·일본·영국 등 문화콘텐츠 선진국들과 비교해 결코 떨어지지 않는 수준의 창작과 제작능력을 갖고 있음에도 이처럼 상대적으로 저평가를 받고 있는 것은 그동안 이렇다할 성공사례를 배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국’이라는 국가브랜드가 국내 문화콘텐츠업체들이 해외시장에 진출하는데 있어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은 한국 문화콘텐츠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기 위해 올해 국제규모의 문화콘텐츠 행사에 대거 참가할 계획이다. 특히 단순참가가 아닌 한국문화콘텐츠의 잠재력과 우수성을 해외에 확실히 각인시킬 수 있도록 대규모로 참석한다는 방침이다.
진흥원이 올해 참여예정인 해외 문화콘텐츠 관련 행사는 무려 10여개. 이 가운데 오는 19일부터 26일까지 8일 동안 잡아놓은 행사도 무려 3개나 된다.
앙굴렘 국제만화페스티벌
23일부터 26일까지 4일간 프랑스 앙굴렘에서 열리는 ‘앙굴렘 국제만화페스티벌’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역사와 영향력을 갖고 있는 만화전문 행사다. 올해에도 전세계에서 7000여명의 만화가와 만화산업계 종사자 등이 행사장을 찾을 것으로 예상되며 또한 방문객 수도 족히 20만명에 이를 것으로 주최측은 내다보고 있다.
이런 초대형 행사에 우리나라는 주빈국(guest of honor)의 자격으로 초청을 받아 한국만화특별전을 개최하는 영광을 안았다. 그동안 주빈국으로 행사에 참가했던 나라는 2001년의 일본과 지난해의 미국이 전부. 특히 일본은 2001년에 주빈국으로 특별전을 개최한 이후 유럽에서 일본 만화열풍을 몰고 올 정도로 지금까지 행사의 성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우리나라도 이번 행사를 성공적으로 치른다면 유럽뿐 아니라 전세계에 한국 만화를 알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은 것이다.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은 이런 기회를 좀더 특별하게 꾸미기 위해 유럽만화 전문가인 인하대학교 성완경 교수를 준비위원장 겸 총괄 큐레이터로 조직위원회를 구성, 수개월 동안 준비해 왔다.
행사가 열리는 4일간 100평 규모의 앙굴렘 독립전시관에서 펼쳐지는 한국만화특별전은 ‘한국만화의 역동성’을 주제로 펼쳐진다. 행사는 크게 △한국만화역사전 △오늘의 만화 △모바일 만화전 △학생만화전 등으로 구성되며 또한 줄타기 공연과 한국만화의 밤 등의 부대행사가 함께 열린다.
한국만화역사전은 한국의 만화문화가 어떻게 사회와 역사 그리고 대중들과 관계 맺어서 발전해 왔는가를 보여주는 전시회로 근대와의 만남, 고난의 시대와 만화, 르네상스·80년대 만화 등 조선시대부터 최근까지 한국 만화의 변화를 시대에 따라 소개한다.
오늘의 만화는 만화역사전의 연장선상에서 기획된 것으로 현재 한국을 대표하는 젊은 작가 19명을 초청해 그들을 통해 현재의 한국만화 세계를 소개한다. 주요 작가로는 ‘야후’라는 작품으로 한국을 대표하는 문제의식 작가로 부상한 윤태호를 비롯해 일상의 풍자와 전복 등을 화려한 그래픽으로 소개한 ‘누들누드’의 양영순, 무협장르의 틀을 빌어 존재의 본질을 탐구하는 작가인 ‘해와 달’의 권가야 등이 있다.
모바일만화전은 이번 한국특별전의 히든카드라고 할 수 있다. 한국 만화콘텐츠의 잠재력을 과시할 수 있는 대표적인 행사로 만화작품을 휴대폰과 PDA를 통해 구현하는 ‘디지털 카툰전’과 디지털만화의 현황과 활용을 보여주는 ‘디지털 만화의 확산’ 등으로 구성돼 있다. 한국의 뛰어난 IT기술과 이 기술과 절묘하게 조화를 이룬 만화콘텐츠의 모습을 선보인다.
이밖에 부대행사로 펼쳐지는 ‘한국 만화의 밤’은 세계 각국의 만화관련 인사들에게 한국 만화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이해를 소개하는 자리로 ‘한국만화의 매력’을 주제로 한 심포지엄, 작가와의 만남, 리셉션 등으로 구성되며 25일 저녁에 열린다.
미뎀(Midem) 2003
‘미뎀’은 37년이라는 오랜 역사를 갖고 있는 세계 최대 규모의 음악전문 견본시다. 올해는 19일부터 23일까지 5일간 프랑스 칸에서 펼쳐지며 전세계 94개국의 3500여 음악관련 업체와 1만여명의 음악 전문가들이 행사장을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대부분의 음악 관련업체들이 이 행사의 트렌드를 통해 그해의 사업 청사진을 짤 정도로 상당한 영향력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은 이번 행사에 85㎡ 규모의 한국공동관을 설립한다. 이 공동관에는 굿인터내셔널, 스톰프뮤직, SM엔터테인먼트 등 50개 국내 음악 관련업체들이 참여한다. 주요업체의 출품작을 보면 SM엔터테인먼트는 보아, 신화, 플라이투더스카이 등 자사 소속 가수들의 앨범을 소개한다. 또한 굿인터네셔널은 전세계의 판권을 갖고 있는 독일 클래식그룹 산타펠로의 음반을 선보이며, 스톰프뮤직은 유럽에서도 높은 인지도를 갖고 있는 피아니스트 이루마의 앨범을 출품한다. 이밖에 보안업체인 쎄텍은 CD 등 음반의 복제를 막는 음반보안솔루션인 ‘알파오디오’를 소개하고 해외시장 개척을 모색한다.
한편 진흥원은 이번 행사에 앞서 한국 음악을 소개하는 웹카탈로그를 작성해 4000여 해외 음반 관련업체들에게 발송하는 프리마케팅을 전개하고 있으며 또한 행사장에서 한국의 대중음악과 기타 장르의 음악을 담은 3000개의 홍보용 CD와 DVD를 배포할 예정이다.
넷피(NATPE) 2003
북미에서 개최되는 최대 규모의 미디어콘텐츠 전문 견본시. 프랑스에서 매년 열리는 밉컴(MIPCOM), 밉TV(MIPTV)와 함께 세계 3대 미디어콘텐츠 행사로 불린다.
올해의 넷피는 미국 뉴올리언스에서 20일부터 23일까지 사흘간 펼쳐진다. 지상파, 케이블, 위성 등 방송 및 애니메이션 관련 제작사들이 대거 참가하며 TV프로그램·필름·애니메이션·인터넷콘텐츠 및 솔루션 등이 전시된다.
이번 행사에서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은 한신코퍼레이션, 동우애니메이션, 아이코닉스 등 국내 15개사를 위한 한국공동관을 개설한다.
참여업체들의 주요 출품작을 보면 아이코닉스엔터테인먼트는 온라인상에서 방영해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3D 웹애니메이션 ‘게으른 고양이 딩가’와 연내 TV를 통해 방영할 예정인 3D애니메이션 ‘뽀롱뽀롱 뽀로로’를 선보인다. 한신코퍼레이션은 2D+3D로 제작한 TV애니메이션 ‘별주부 해로’를 그리고 아이타스카 스튜디오는 국내업체로는 드물게 스톱모션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한 ‘강아지 똥’을 선보인다.
문화콘텐츠산업이 차기 한국을 이끌 수종산업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그러나 그동안의 기대와 달리 국산 문화콘텐츠 상품이 해외에서는 이렇다할 성과를 거두지 못해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올 한해 한국문화콘텐츠 상품들이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 대박을 터뜨려 한국이 문화콘텐츠 강국대열에 올라설 수 있기를 기대한다.
<김준배기자 joo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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