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사이시 조 vs. 하지메 미조구치

 일본의 뉴에이지 아티스트가 국내에 잇따라 소개되고 있지만 특히 최근에 주목받는 아티스트라면 단연 히사이시 조와 하지메 미조구치를 꼽을 수 있다.

 이들은 애니메이션을 통해 음악적인 역량을 발휘하고 있다는 점에서 공통적이다. 다만 히사이시 조는 애니메이션에서의 고전적인 아름다움을 살리는 데 비해, 하지메 미조구치는 더욱 현대적이고 감각적인 음악을 추구한다는 것이 차이다.

 히사이시 조.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원령공주’로 국내에 많은 팬을 보유하고 있는 뉴에이지 아티스트다. 단순히 형식적인 스타일에 머물지 않고 서정성과 순수함이 멜로디에 녹아 있다. 특히 세련되고 풍부한 테크닉까지 가미됨으로써 듣는 이에게 더할 수 없는 친근감을 준다는 평을 얻고 있다.

 이에 비해 하지메 미조구치는 ‘천공의 에스카플로네’ ‘나의 지구를 지켜줘’ ‘인랑’을 통해 음악적 자질을 인정받았다. 80년대 후반부터 영화음악가이자 클래식 첼로 연주자로서, J팝 아티스트의 음악감독으로 재능을 펼치고 있다.

 이런 그들이 최근 국내에 앨범을 발매, 세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히사이시 조는 ‘미라클 피아노 3’에서 빌 에반스와 조지 윈스턴, 브래드 멜다우, 릭 웨이크먼 등 최고의 피아니스트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이 앨범은 히사이시 조의 서정적이면서도 팝적인 연주와 오랫동안 사랑을 받아온 거장들이 공존하는 것이 이색적이다. 히사이시 조의 음악으로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엔딩 테마가 담겼다.

 하지메 미조구치가 선보이는 앨범은 ‘엔젤’. 일본에서는 2001년에 소개됐으나 국내에서는 이달 초 씨앤엘뮤직을 통해 발매됐다.

 ‘엔젤’은 영국 런던에서 녹음한 작품으로 영국을 여행하며 기억에 남은 이미지와 감정을 하지메 미조구치의 독특한 감성으로 살려냈다. 클래식에서 시작해 뉴에이지, 영화음악을 거치며 쌓은 다양한 음악적 감성을 모두 어우르고 있어 ‘하지메 미조구치 사운드의 완결판’으로 평가받을 정도다.

 첫곡은 ‘The Rose’. 국내 팬들에게는 베트 미들러의 노래로 잘 알려진 곡이다. 일본 닛산자동차의 TV CM곡으로 사용되기도 했던 이 작품은 첼로 음 하나 하나에 묻어나는 클래시컬한 감성이 매력적이다.

 특히 타이틀곡 ‘Am Angel’은 가슴을 울리는 아름다운 멜로디와 완벽한 편곡이 조화된 보기 드문 작품이다. ‘카우보이 비밥’의 주인공, 간노 요코의 피아노가 곡 전체를 뒷받침하고 있어 멋스러움을 더했다.

 항상 자신의 색이 담긴 음악을 추구하는 것으로 유명한 하지메 미조구치지만 팬들의 존재를 잊지 않고 있기에 언제나 편안한 마음으로 감상할 수 있다. 뛰어난 음악성과 깊은 감수성으로 일본에서도 톱 클라스 아티스트로 인정받는 하지메 미조구치의 이번 ‘엔젤’ 앨범을 통해 많은 음악팬들이 일본 연주음악의 정수를 느낄 수 있으면 하는 바람이다.

 

 

 <정은아기자 ea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