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에는 생명공학연구원을 진정한 바이오메카의 산실로 만드는 데 역점을 두고 연구사업을 전개해 나갈 것입니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양규환 원장(59)은 “생명연이 BT의 중심축이라는 말을 많이 하고 있지만 실제 연구에서는 그렇지 못한 것이 현실”이라며 “오는 4월 준공 예정인 첨단 연구동을 기반으로 기관고유사업을 분자표적 연구분야로 과감히 재편, 포스트게놈 연구에 집중 투자할 것”이라고 새해 계획을 밝혔다.
생명연은 이를 위해 우선 새로운 환경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KRIBB 파이오니아’ 프로그램을 입안중이다.
이 프로그램은 세계적인 과학 전문지인 네이처나 사이언스에 논문을 싣거나 실용화 특허를 출원하는 것을 조건으로 하는 차세대 BT주자 5명을 선정, 연간 4억원씩 3년간 총 12억원의 예산을 집중 투입하는 것이다. 또 박사후과정(Post-Doc)에 참여할 경우 인력양성 차원에서 대대적인 지원도 뒤따른다.
특히 개런티 10억원씩 3년간 지원하는 중진 과학자 유치를 통해 핵심 연구 역량을 최대한 끌어올린다는 복안이다. 이를 위해 생명연은 사절단을 구성하거나 삼고초려도 불사한다는 방침이다.
“생명연도 BT벤처기업을 육성하기 위해 BVC를 운영하고 있지만 무늬만 벤처기업이 많습니다. 실례로 식품이나 사료첨가제, 기능성식품을 개발하는 벤처기업을 진정한 BT벤처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
식품의약품안전청장으로 재직하던 시절 ‘건강 기능성식품 관리법안’을 만든 것이 후회스럽다는 양 원장은 “대덕밸리에서는 1∼2개 정도를 괜찮는 BT기업으로 꼽고 있는데 코스닥에 진출하는 데 실패한 것이 아쉽다”고 말했다.
양 원장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생명연의 올해 연구방향을 포스트게놈 연구 추세를 반영한 면역·암·심장·조직이상 등 4대 질환을 중심으로 선택과 집중화된 분자표적 연구에 매진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생명연이 게놈연구 중심의 생명공학 첨단 연구 및 기반 기술개발과 보급에 앞장섰다면 이제부터는 첨단 분자표적 연구의 플랫폼을 확충하는 포스트게놈 연구로 방향을 선회한다.
특히 프랑스의 파스퇴르연구소가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과 양해각서를 교환하고 분소 설치에 합의한 것에 주목, 생명연의 박호용 박사 등을 말라리아 병원균 연구에 동참시킬 방안도 모색중이다.
또 올해부터는 대단위 유전체 및 단백질체 정보·소재의 생산 및 처리를 위한 기반기술과 생명기능의 분자 생물학적 기전 분석, 고부가가치 생물 의약품 및 의료장비의 생산지원을 위한 기반 등을 구축할 계획이다.
기초와 응용연구의 조화를 위해서는 3 대 7의 비율이 적당하다는 양 원장은 기초와 응용연구가 서로 동떨어진 것이 아니라 상호 긴밀한 협력체제로 운영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 원장은 “우리나라 BT산업의 방향은 제대로 잡혀 있으며 정부의 집중적인 투자도 계속될 것으로 전망한다”며 “다만 정부가 기능성식품 등이 아니라 첨단 BT, 즉 게놈에서 신약을 개발하거나 DNA칩·나노연구 등에 전략적인 투자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전=박희범기자 hbpar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