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하락 증시부담 가중시킬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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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4분기부터 지속되고 있는 원달러 환율 하락 추세가 증시에 큰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15일 시장에서 미국 달러 대 원화 환율은 장중 내내 하락세를 이어가며 오후 4시 현재 전날보다 1.3원 내린 1175.4원까지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북핵 문제, 이라크 전쟁, 유가급등 등 불확실한 요인의 해결이 가시화되지 않는 상황에서는 원달러 환율이 단기적으로 1150원까지 급락할 수 있다며 한국 증시의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는 수출주들의 실적 악화가 심화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원화가치 높아지면 증시는 약세=지난해 4월 12일 원달러 환율은 외국인의 대규모 증시 자금 유출을 동반하며 연중 최고치인 1332원까지 급등했다가 이후 2분기 내내 급격한 하락세를 지속했다. 비슷한 시기 종합주가지수가 4월 18일 연중 최고점인 937포인트를 기록했다가 줄곧 내리막길을 달리게 된 상황과 맞아떨어진 것이다.

 이필호 신흥증권 리서치팀장은 “지난해뿐 아니라 과거에도 원화 강세가 진행되면 대부분 증시는 약세로 반응했다”며 “환율 하락이 주식투자가들의 투자심리를 냉각시킨다는 등식이 일반적으로 성립한다”고 말했다.

 ◇수출주 비중 높아 우려 더욱 증가=삼성전자·LG전자·현대차 등 한국 증시를 대표하는 종목들은 소위 수출로 먹고 사는 기업이다. 상장기업인 삼성SDI·삼성전기·팬택을 비롯해 코스닥의 휴맥스·세원텔레콤 등도 수출에 따라 실적이 좌우되는 업체들이다. 우리나라 경제를 지탱하는 힘이 정보기술(IT) 산업에서 나온다면 IT기업들은 수출이 있어야 생명력을 유지할 수 있다.

 이렇듯 수출 기업들이 시가총액 상위종목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수출실적이 전체 실적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면서 환율 하락은 수출주들의 실적에 직접적인 위해 요인으로 작용, 증시 전체의 약세 분위기로 이어지게 된다.

 대부분의 이코노미스트들은 “이미 내수가 하락세로 꺾인 상황에서 그나마 수출마저 위축된다면 환율 하락으로 촉발된 위기는 경제 전체로 확산될 가능성도 있다”는 진단을 내놓고 있다.

 ◇1분기 기업 실적에 대한 우려감 증폭=물론 지난해말에도 환율 하락세는 지속됐지만 이는 올초에 비하면 횡보 수준에 불과했다. 실제 환율하락 기울기는 연초에 접어들면서 갑자기 커지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주요 기업의 2002년 4분기 실적도 문제지만 현재의 환율이 적용되는 2003년 1분기 실적이 더 큰 문제”라고 한결같이 지적하고 있다.

 이필호 팀장은 “1분기 기업들의 실적은 한해 농사의 출발을 의미하기 때문에 연간 증시 분위기는 물론, 전체 경제흐름을 판단하는 데 중요한 기준이 된다”며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환율 악재가 기업들의 1분기 실적 악화로 이어진다면 경기회복에 따른 증시회복 시기도 당초 예상보다 크게 후퇴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진호기자 jho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