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2년간 지속된 IT경기 부진으로 인해 반도체산업은 침체의 늪에 빠져있다. 또 기력도 쇠진해 있다.
사상 최악의 반도체 불황으로 평가되는 2001년이 지나고 2002년 하반기께는 본격적인 경기회복의 신호가 포착될 것이라던 기대감도 현실화되지 못한 채 사그라졌다.
하지만 올해 반도체산업의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수요기반 확대에 따른 분위기 상승전망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반도체무역통계기구(WSTS), 반도체산업협회(SIA) 등 반도체 관련단체를 포함해 가트너데이터퀘스트·IC인사이츠·인스탯/MDR 등 전문 시장조사기관, 모건스탠리증권 등의 증권사들은 반도체경기가 최근 2년 동안 극심한 부진을 거치면서 이미 바닥기를 지났으며 올해는 중폭 규모 이상의 고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모건스탠리증권은 10∼15%, 가트너데이터퀘스트는 12.1%, IC인사이츠는 15%, WSTS는 16.6%의 고성장을 전망했다. 인스탯/MDR와 SIA 역시 올해 각각 18.1%와 19.8%의 성장을 예고했다.
기관별로 다소 차이는 있지만 이들 기관이 대개 10%대의 성장률을 예견한 반면 VLSI리서치 등 일부 조사기관은 20∼30%대의 파격적인 성장을 전망하고 있어 대조적이다.
VLSI리서치는 올해 21.3%의 성장이 가능하며 유럽의 조사기관 퓨처호라이즌은 올해 본격적인 반도체경기 회복에 힘입어 26.6%의 신장세를 보일 것으로 점쳤다.
세미코리서치도 최근 2년 동안의 침체상황을 고려할 때 올해는 폭발적인 잠재수요의 영향으로 무려 30.0%의 성장이 가능하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결국 보수적 전망의 조사기관과 낙관적 전망의 조사기관의 올해 시장성장률 차이가 무려 20여%포인트로 최저와 최고의 성장비율은 2배 이상 차이나지만 플러스 성장에는 통일된 의견을 보이고 있다.
전세계 대륙 중 가장 높은 성장세가 기대되는 곳은 단연 아시아태평양 지역이다. 인구면에서나 IT산업의 확산면에서나 타 대륙에 압도하기 때문이다.
이를 반증하듯 반도체와 평판디스플레이(FPD)에 관련된 대부분의 대형 전시회는 아태지역에서 열린다. 그 중에서도 세계반도체재료협회가 주최하는 세미콘 전시회는 매년 전세계 국가 중 우리나라에서 가장 처음 열린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올해 역시 세미콘전시회가 세계 국가 중 가장 빠른 1월 21일부터 23일까지 사흘간 우리나라 서울에서 열린다.
서울 삼성동 코엑스 전시장에서 열리는 ‘세미콘코리아(Semicon Korea)2003’은 올해로 16회째를 맞는 행사로 전세계 12개국에서 500개 이상의 업체가 900여개 부스에 제품을 전시한다.
특히 이번 전시회는 300㎜ 웨이퍼 시대와 5세대 TFT LCD 시대를 맞아 다양한 장비와 소재, 부품 등이 전시된다.
또 장비 및 재료 전시행사와는 별도로 세미 테크놀로지 심포지엄 2003과 거대 시장으로 부상한 중국의 반도체 생산 및 수요시장분석, FPD 시장분석 등의 다양한 세미나가 함께 열린다.
이 기간 코엑스에 들르면 반도체 및 FPD 업계가 추구하던 장비 및 소재, 부품의 국산화가 얼마만큼 진전됐는지 확인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의 미래를 점쳐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최정훈기자 jhchoi@etnews.co.kr>
◆인터뷰: 이주훈 세미코리아 사장
세계반도체장비재료협회가 주관하는 세미콘 전시회는 반도체 전후공정 장비·재료업체들이 대거참가, 산업동향을 파악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해마다 주목받아 왔다.
세미콘코리아는 그동안 한국 반도체산업의 성장과 맥락을 같이하며 장비·재료의 국산화에 일조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올해 세미콘코리아는 수년간 계속된 반도체 불황을 벗어날 것이라는 예상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개최돼 세계 반도체 전문가들의 높은 관심을 끌고 있다.
다음은 세미콘코리아의 이주훈 사장과의 일문일답이다.
―세미콘코리아2003의 의미는.
▲매우 빠르게 발전하는 반도체 및 FPD산업의 최신 기술, 장비, 재료 등을 소개해 사용자와 공급자가 공유토록 하고 정확한 시장예측으로 한국 반도체 및 FPD산업이 발전하고 세계 반도체 산업성장에 기여하는 데 있다.
―지난해 행사와 구별되는 점은 무엇인가.
▲기술과 산업의 발전이 지속적이고 점진적으로 이뤄지고 있어 그 차이를 단적으로 이야기할 수는 없으나 100나노미터(㎚) 이하 초미세화 공정 관련 장비, 재료 및 기술과 대량생산체제로 전환되는 300㎜ 장비들이 이번 ‘세미콘코리아2003’에는 대거 소개될 것이다.
―세미콘 전시회 중 우리나라 전시회는 전세계에서 가장 처음 열린다. 세계 반도체산업에서 한국의 위상은 어떤가.
▲최근 대만에 이어 중국의 진출로 특히 반도체업계의 판도가 점차 다변화되고 있다. 한국은 과거와 같은 고속성장의 시대는 지나간 것으로 평가되나 세계 반도체시장의 10% 이상을 차지하는 중요 생산지역으로 계속적인 투자와 함께 성장을 하고 있다. 특히 FPD 분야에서는 일본, 대만과 함께 세계 최대의 생산국으로 지속적인 발전을 하고 있어 신생 중국에 비해 성장률은 낮으나 앞으로도 중요한 생산지역으로 확고한 지위가 계속 유지되리라 본다.
―가트너 등 반도체 시장분석기관들은 올해 세계 반도체 시장전망을 긍정적으로 예측하고 있다. SEMI가 전망하는 한국 장비 및 재료 시장의 올해 상황은.
▲지난해 4분기부터 공장가동률이 90%를 상회하는 상태가 됐고 전문기관의 예측으로 볼 때 한국의 반도체·FPD 장비·재료업계는 올해를 전환점으로 어려움에서 벗어나 정상화될 것으로 전망한다.
―300㎜ 웨이퍼 상용화와 90나노 공정시대에 한국의 장비·재료회사들이 가장 필요한 것은.
▲300㎜로의 전환, 나노테크놀로지의 전환은 전세계 군소 장비·재료업체에 막대한 개발비로 인해 큰 부담이 되고 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국가적인 기술개발 지원 및 업계간의 공동개발 프로그램 등을 통해 세계적인 경쟁력을 획득해야 한다고 본다.
―중국 반도체산업이 한국을 곧 추월할 것이라는 전망에 대한 견해는.
▲중국은 잠재력이 무한해 장기적으로 볼 때 분명 한국의 중요 경쟁국이 되리라 본다. 그러나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며 오히려 제품수요로 볼 때 한국에 기회를 제공한다고 볼 수 있다.
<손재권기자 gjac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