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익종기자의 휴대폰 토크](2)스무살의 눈부신 변화

 ‘운이 좋다면 당신은 이것을 가방에 넣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지난 83년 처음으로 휴대폰이 세상에 나오자 사람들은 깜짝 놀랐습니다. 무게는 무려 1㎏이 넘고 높이가 22㎝나 됐기 때문이죠. 벽돌 한 장을 들고 전화를 하는 느낌이었을 것입니다. 디자인도 구식 무전기를 그대로 옮겨 놨습니다.

 지금처럼 세련된 최첨단 휴대폰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보면 ‘냉장고’라고 놀릴 정도로 크고 무겁고 투박해 보이지만 그래도 당시에는 최첨단 기술의 집합체였습니다. 메시지도 주고 받을 수 없고 인터넷 접속도 불가능했지만 사람들은 움직이면서 전화를 할 수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신선한 충격을 받았습니다.

 모토로라는 이 제품(모델명 DynaTAC)을 개발하는 데 무려 15년이나 걸렸습니다. 투자액도 1억달러를 넘어설 정도로 대규모 프로젝트였습니다. 지금은 휴대폰 기획에서 제품 출시까지 1년 정도면 충분하다고 하니 격세지감을 느낄 만합니다. 연구개발 스피드에 관한 한 세계 최강인 한국에서는 6개월 내에도 가능하다고 합니다.

 가격도 무려 480만원(4000달러)이나 됐습니다. 가격도 가격이지만 충전지는 말문이 막힐 정도입니다. 30분을 통화하기 위해 꼬박 10시간을 충전해야만 했기 때문이죠. 이 휴대폰은 88년 처음으로 우리나라에 들어와 280만원에 거래됐습니다. 당시 소형차 한대 가격과 맞먹는 수준입니다. 그래도 휴대폰 구하기가 하늘에 별따기였을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고 합니다.

 모토로라는 이 제품으로 특허를 출원해 무려 10년 동안 경쟁업체들의 추격을 따돌리고 한국은 물론 세계 휴대폰 시장의 절대왕좌를 차지했습니다.

 올해는 휴대폰이 세상에 첫선을 보인 지 꼭 20년째를 맞는 해입니다. 휴대폰은 그동안 눈부신 발전을 거듭, 정보기기 컨버전스의 대명사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올해는 카메라폰과 캠코더폰이 유행할 모양입니다. 앞으로 어떤 형태의 휴대폰이 나올지, 앞으로 20년 후 지금의 휴대폰은 어떤 평가를 받을지 궁금합니다.

 <김익종기자 ij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