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 내비게이션 라이벌 현대차-SK, 법정 대리전 ‘승부’

 차량 내비게이션 서비스 분야에서 치열하게 맞서온 현대자동차와 SK간 자존심 대결이 법정싸움으로 이어지게 됐다.

 현대자동차에 차량 내비게이션시스템을 공급해온 계열사 현대오토넷이 (주)SK의 ‘SK엔트랙’ 서비스용 단말기 공급업체인 모빌콤을 상대로 기술도용 혐의를 들어 제소한 것이다. 

 현대오토넷은 최근 모빌콤이 자사가 사용권을 보유한 수치지도를 비롯해 관련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무단으로 사용, 저작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오토넷은 모빌콤을 상대로 영업금지가처분, 손해배상청구, 형사소송 등을 제기했으며 이 가운데 손해배상청구와 형사소송이 재판에 계류중인 상태다.

 현대차와 SK의 관계사간 기술도용 시비는 차량 내비게이션 시장패권을 다퉈온 업계의 역학 구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발단은 SK엔트랙 차량 내비게이션 개발용역을 수행하던 모빌콤이 지난 2000년 현대오토넷 출신 직원 두 명을 고용하면서 비롯됐다.

 현대오토넷 측은 모빌콤이 채용한 직원이 자사가 개발한 기술을 유출, 저작권을 침해한 혐의가 있다며 해당 직원과 모빌콤, 김영민 사장 등을 상대로 형사소송을 제기했다. 재판결과 지난해 서울지검은 모빌콤과 김 사장에게 무혐의 처분을, 두 직원에게는 벌금형을 내렸다. 그러나 현대오토넷 측이 재수사를 의뢰, 현재 수사가 다시 진행중이다. 최근에는 SK 관계자가 법정에 참고인자격으로 출두, 조사를 받기도 했다.

 현대오토넷이 모빌콤을 상대로 낸 영업금지가처분소송은 1심에서 기각된 이후 고등법원에 항소를 하는 과정에서 소를 취하, 마무리가 됐으며 손해배상소송은 직원 두 사람에 대해 재판절차가 남아 있다.

 현대오토넷 측은 “검찰수사 결과 모빌콤으로 자리를 옮긴 두 직원의 PC에 현대오토넷 관련 기술문건이 남아 있음이 확인됐다”며 “기술이 유출된 명백한 증거”라고 주장하고 있다. 또 이직한 두 사람을 이용해 모빌콤이 차량 내비게이션서비스의 비즈니스모델과 단말기, 단말기에 탑재된 수치지도 등을 베낀 만큼 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모빌콤 측은 “단말기 운용체계와 애플리케이션이 모두 현대오토넷의 제품과는 다르다”고 맞서며 도용혐의를 완강히 부인했다.

 모빌콤에 개발용역을 의뢰한 SK측 역시 이번 소송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처지다. SK측은 이번 법정싸움이 전체 기업 이미지에 타격을 입힐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며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다.

 SK의 한 관계자는 “개발기간이 1년 이상이며 개발 당시 직원들의 개인적인 노하우가 사용됐을 수 있으나 전체 기술도용은 아니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관련업계는 자동차 애프터마켓 시장 선점을 노려온 SK와 현대자동차의 신경전이 결국 대리전 격인 현대오토넷과 모빌콤의 법정싸움으로 이어진 것으로 보는 분위기다. 차량 내비게이션서비스를 내세워 자동차시장으로 발을 넓히고 있는 SK를 겨냥한 현대차의 선제 공격이라는 것.

 한편 현대오토넷은 OEM을 포함한 차량 내비게이션시장의 70%를 점유하고 있으며 SK의 SK엔트랙서비스는 가입자가 1만여명을 넘어서고 있다.

  <조윤아기자 forang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