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로통신 두루넷 인수 철회 관련株 `후폭풍`

 하나로통신이 지난해말 발표했던 두루넷 인수 방침을 보름만에 돌연 철회하면서 관련기업들의 주가도 크게 요동쳤다.

 16일 하나로통신은 두루넷 인수 철회 공시를 내놓으면서 한동안 주가가 급등했지만 실망스런 지난해 12월 초고속인터넷 가입자 실적과 향후 성장성에 대한 의구심으로 결국 전날보다 0.3% 하락한 3290원에 장을 마감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이날 하나로통신의 철회 결정이 외자유치에 따른 주당가치 희석효과를 없애 단기주가에는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날 철회소식이 전해진 직후 전날보다 200만주에 가까운 대량거래를 수반하며 주가가 급등한 것도 이런 인식을 바탕에 두고 있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장기적 시장 경쟁력과 성장성 측면에서는 악재 요인이 분명하다. 지난해 11·12월 초고속인터넷 가입자 유치 실적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KT와의 경쟁에서 자꾸 뒤처지고 있을 뿐 아니라 앞으로도 이 같은 상황이 개선될 가능성은 높지 않기 때문이다.

 양성욱 대우증권 연구원은 “딜레마 상태에서 두루넷 인수를 선택한 것인데 똑같은 딜레마 때문에 인수를 포기한 것”이라며 “인수 포기로 주당가치 희석 부담에서 벗어났지만 시장경쟁력 후퇴는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삼보컴퓨터는 이번 인수 철회의 최대 피해자가 될 전망이다. 하나로통신의 두루넷 인수가 공식화된 지난 2일부터 지분법평가손 축소 등을 재료로 상승세를 탔던 삼보컴퓨터 주가는 이날 인수철회에 직격탄을 맞아 그동안의 상승분을 모두 까먹었다. 거래량도 전날보다 3배 이상 급증하며 7440원으로 장을 마쳤다. PC 담당 애널리스트 대부분도 PC시장 회복이나 미국 수출 등 호재가 말라버린 상황에서 이날 인수철회는 삼보컴퓨터에 “뜻하지 않은 일격이 분명하다”고 입을 모았다.

 반면 데이콤은 반사이익을 누렸다. 이날 데이콤 주가는 하나로통신의 철회 소식이 전해진 직후부터 상승하기 시작해 전날보다 2.13% 오른 1만4400원에 마감됐다. 파워콤망을 인수했지만 하나로통신이 두루넷을 인수할 경우 결국 시장 3위권으로 밀려날 처지에 놓여있던 데이콤이 타의에 의해 시장 2위를 유지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한발 더 나아가 데이콤측은 인수가격만 타당하다면 두루넷 인수도 검토할 수 있다는 주장을 밝히면서 굳히기에 들어가는 형국이다.

  <이진호기자 jho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