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예상대로 지난해 매출과 순이익에서 모두 사상 최고치를 달성했다. 삼성전자는 특히 지난해 휴대폰 사업에서 비약적으로 성장, 세계 3대 휴대폰 메이커로 도약했으며 반도체 부문에서도 전세계 IT업체가 적자에 시달리는 극심한 불황속에서 경이적인 성장세를 이어가 세계를 놀라게 했다.
◇사상 최대 순익 배경=반도체와 통신의 선전이 결정적이었고 디지털미디어와 생활가전의 분전도 한몫을 했다. 특히 휴대폰은 전년대비 37%의 매출성장률과 117%의 영업이익 성장률을 기록, 올해 처음으로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0.5%로 30%대를 넘어섰다. 삼성의 대표주자인 메모리를 능가하며 확실한 ‘캐시카우’로 자리매김됐다. 휴대폰은 지난 3분기에 2조9200억원의 매출로 메모리의 1조9600억원보다 8000억원이나 앞섰으며 4분기에도 2조9000억원으로 메모리의 2조3700억원을 크게 앞섰다.
D램부문에서도 DDR 비중이 지난 4분기에 67%에 이르는 등 고가품 비중확대와 플래시 메모리 시장의 성장 등에 힘입어 고공 성장을 이어갔다.
◇올해도 성장 이어가나=삼성전자는 올해는 대내외적 여건이 불안하기 때문에 최대한 보수적인 경영목표를 설정, 지난해보다 1.5% 성장한 41조1000억원의 매출을 달성할 계획이다. 특히 휴대폰을 지난해 4230만대보다 1000만대 이상 늘어난 5250만대로 늘려 세계시장 장악력을 지속적으로 높일 계획이다.
주우식 삼성전자 상무는 “올해는 세계경기와 환율 등 대내외 여건이 좋지 않을 것으로 보여 매출목표를 보수적으로 잡았다”고 말했다. 그는 “대신 기술을 바탕으로 한 부가가치 및 경영효율성 제고, 시설투자와 R&D 확대에 주력하겠다”며 “시설투자를 지난해 4조2000억원에서 6조원으로, R&D를 7.3%에서 0.2%포인트 늘어난 7.5%로 각각 늘리겠다”고 밝혔다.
삼성전자의 성장지속 여부는 올해 상반기에 달렸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IT경기 회복시기가 올 2분기말이나 3분기쯤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한데다 환율하락, 이라크전쟁 등 대내외적 여건이 급속도로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주력품목인 D램과 TFT LCD의 가격이 좀처럼 상승세로 반전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고 대만과 중국 후발업체들의 시장잠식도 거세지고 있다.
D램도 삼성전자의 ‘독주’가 계속되리라 장담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마이크론 등 경쟁업체들이 지속적으로 DDR 공급물량을 늘림에 따라 가격하락이 계속되면 올해와 같은 ‘DDR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관측도 만만치 않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지난 3분기에 이어 4분기에도 적자를 기록한 디지털어플라이언스와 지난 4분기에 적자로 돌아선 디지털미디어부문이 또다른 걸림돌이 되고 있다. 생활가전은 지난해 3분기에 300억원, 4분기에는 이보다 확대된 400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디지털미디어는 지난해 3분기까지 600억원의 흑자를 기록했으나 4분기에는 300억원의 영업적자로 돌아섰다.
주 상무는 “디지털미디어와 디지털어플라이언스는 80%가 해외생산으로 운영되고 있어 로열티 등 영업외수익이 1000억원 이상에 달한다”며 “정확히 밝힐 수는 없지만 순이익을 내고 있다”고 말해 성장에 짐이 되지는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유성호기자 shyu@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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