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부가 국민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식별번호 문제를 여론수렴 과정없이 일방적으로 결정하고 번호이동성에 대한 기존 방침도 정면으로 뒤집어 논란을 빚고 있다.
정통부는 내년 1월 1일부터 이동전화 신규 가입자에게 기존 식별번호 대신 3세대 식별번호인 010을 부여하고 SK텔레콤·KTF·LG텔레콤이 6개월씩의 시차를 두고 번호이동성제도를 도입하는 것을 골자로 한 ‘이동전화번호 개선계획’을 확정, 오는 27일 열리는 통신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시행한다고 16일 밝혔다.
정통부 계획에 따르면 내년 1월 1일부터 이동전화 신규 가입자와 번호변경을 희망하는 기존 가입자에게 3세대 식별번호인 ‘010’을 부여한다. 이를 위해 정통부는 당초 IMT2000사업자들에 배정한 010-7(SK텔레콤), 010-3(KTF), 010-2(LG텔레콤) 등의 식별번호를 부여하지 않고 그 대신 010-NYYYY-XXXX 형식으로 번호를 부여하되 번호만으로는 사업자를 구별하기 어렵게 각사에 ‘010-NY’의 백만 단위로 무작위로 배정키로 했다.
이에 따라 내년부터 기존 SK텔레콤의 011 및 017, KTF의 016 및 018, LG텔레콤의 019 등 사업자별로 부여된 식별번호는 점차 사라지고 오는 2007년까지 모든 이동전화 가입자들의 식별번호는 010으로 통일할 예정이다. 010 식별번호는 2007년 이후 9자리 번호로 유선전화 번호와 통합될 예정이다.
서광현 통신이용제도과장은 “이동전화 식별번호가 010으로 통합되면 이동전화 가입자간 통화시 식별번호를 누르지 않고 8자리 전화번호만 누르면 되는 등 편리하며 사업자별 식별번호의 브랜드화로 인한 불공정 시비를 불식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통부는 그러나 KTF와 LG텔레콤 등 후발사업자들이 011 및 017, 016 및 018, 019 등의 식별번호를 공동으로 사용하자는 ‘식별번호 공동사용제(넘버풀)’는 기존 사업자의 기득권 인정과 이용자의 혼란을 들어 채택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정통부는 또 이동전화 가입자들이 사업자를 바꿔도 기존 번호를 유지하는 번호이동성을 내년 1월 1일부터 SK텔레콤에 적용하고 이어 6개월 간격으로 KTF·LG텔레콤 순으로 시차를 두고 시행키로 했다고 밝혔다.
이는 번호이동성제도를 3세대 서비스에 우선 적용하고 1년의 검토 후 2세대 서비스에 적용하는 방안을 결정하겠다는 방침을 뒤집은 것이어서 정책의 일관성 논란을 빚고 있다. 특히 010 식별번호 조기 도입은 국민에게 생활과 직접 연관된 문제인데도 소요되는 사회적 비용 등 문제점에 대한 시뮬레이션이나 공청회 등의 의견수렴 과정없이 결정함으로써 사회적 논란과 아울러 졸속정책에 대한 우려를 낳고 있다.
한편 정통부는 유무선 통신서비스의 번호체계 통합에 관한 연구과제를 정보통신정책연구원에 의뢰해 오는 6월말까지 세부계획을 마련키로 했다고 덧붙였다.
<김규태기자 star@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