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희 엔터프라이즈부 차장 changhlee@etnews.co.kr
그동안 철옹성이던 마이크로소프트(MS) 윈도의 빗장이 열렸다.
MS는 지난 15일(현지 시각) 한국을 포함한 각국 정부와 국제단체들에 윈도 소스코드를 공개키로 했다고 밝혔다. MS는 정부 차원의 보안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부보안프로그램(GSP:Government Security Program)’의 일환으로 각국 정부와 국제단체가 윈도 소스코드를 리뷰할 수 있음은 물론 MS 전문가들과 공동으로 보안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기술지원도 아끼지 않겠다는 선물까지 마련했다.
소스코드는 소프트웨어가 어떻게 짜여졌는지를 알려주는 지도와 같은 것으로 소프트웨어의 소스코드가 공개되면 개발자들은 쉽게 비슷한 소프트웨어를 만들 수 있다. 특히 MS가 이번에 공개한 윈도 소스코드는 컴퓨터의 두뇌격인 운용체계에 해당하기 때문에 이를 기반으로 다양한 응용소프트웨어(애플리케이션)를 손쉽게 만들 수 있다.
대부분의 소프트웨어업체는 각사의 소프트웨어 소스코드를 1급 비밀로 지켜왔으며 오늘날 MS가 윈도 운용체계에서 오피스·웹브라우저·멀티미디어 SW 등에 이르기까지 경쟁업체의 추격을 물리치고 세계 ‘넘버1’의 독점적인 자리를 차지할 수 있었던 것은 윈도 소스코드의 비공개에 덕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MS가 소스코드 공개에 있어 산업적인 파급효과가 큰 민간 상용부문을 제외했고 윈도 소스코드의 수정을 불허하는 등 리눅스로 대표되는 오픈소스 진영의 그것에는 한참 못미치지만 그동안 철저히 봉인하던 것을 떼어냈다는 점에서 IT산업의 발전을 위해 환영할 만하다.
대부분의 전문가는 MS의 이번 결정을 오픈소스 진영의 세확산을 막고 각국 정부의 공공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고도의 마케팅 전략으로 풀이하고 있다.
MS의 의도가 무엇이든 MS의 윈도 소스 공개는 한국의 IT산업 발전에 큰 도움이 될 것만은 분명해보인다. MS가 공공부문으로 한정했지만 어차피 공개된 윈도 소스는 민간기업으로 흘러들어가 이전보다 훨씬 쉽게 윈도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할 수 있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우리가 이처럼 변화된 상황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이용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예컨데 MS가 우리 정부와 소스코드 공개를 위한 구체적인 협상을 진행할 때 소극적으로 대처하기보다 우리에게 유리한 것을 적극적으로 얻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소스코드의 사용 목적이나 수정 여부 등의 문제에 있어서는 산업발전을 염두에 두고 협상을 벌여야 한다.
또한 MS의 윈도 소스 공개와는 무관하게 오픈소스 소프트웨어에 대한 지원과 육성은 계속 돼야 할 것이다. 특히 정부는 “MS가 윈도 소스를 공개키로 한 이상 리눅스를 비롯한 공개 소프트웨어에 대한 지원은 무의미하지 않느냐”는 근시안적인 시각은 버려야 한다.
MS가 비록 제한적이지만 윈도 소스코드를 공개한 것은 리눅스와 자바로 대표되는 오픈소스 진영이 윈도 진영을 위협할 정도로 세력을 얻게 된 데 따른 대응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향후 MS로부터 더 많은 양보를 얻어내기 위해서라도 오픈소스 진영에 대한 지원과 육성에 박차를 가해야 할 때다.